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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삼성바이오 백신 '서현 취급'에도 주가는 상승?

 

임혜현·추민선 기자 | tea@·cms@newsprime.co.kr | 2021.05.12 16:03:12

[프라임경제] #. 2018년 여름 방영돼 관심을 모았던 명작 '시간'의 뒷이야기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제작 발표회 당시의 상황이 새삼 관심 대상인데요. 주인공 김정현은 당시 연인이던 배우 서예지의 지시대로 발표회는 물론, 촬영기간 내내 상대 배우 서현을 냉대했고, 서현은 영문도 모르고 가슴앓이를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팔짱을 끼려는 제스처에 상대방이 움찔하는 수모도 서현은 당했는데요. 그 직후 서현이 울음을 참는 장면이 뒤늦게 사람들에게 재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화이자 백신 생산 추진설로 12일 곤욕을 치렀습니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영국산 AZ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안정성 논란으로 시달리고 있지요.

안정성 문제 뿐만 아니라 현재 백신 수급 자체가 넉넉찮은 터라, 일각에서는 접종 중단 사태를 빨리 해결하라고 정부와 여당에 비판을 가하기도 하는 지경입니다.

이스라엘에서 백신을 얻어 오자는 의견이 나와 화제몰이를 한 바 있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백신 스와프 논의를 꺼냈다가 청와대나 정부와도 조율이 덜 된 것 아니냐는 엇박자 논란에 핀잔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터에 굴지의 미국 기업 화이자에서 신종 코로나19 백신을 우리 기업이 국내에서 위탁 생산한다는 보도는 낭보가 아닐 수 없는데요.

문제는 해당 기업으로서는 미리 이야기가 새는 게 좋은 일이 아닙니다. 사실이 아닌 경우라면 더더욱 그 곤란함이 말할 것도 없겠지요. 삼성바이오에서는 바로 발빠르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시로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여파는 컸습니다. 하루 종일 삼성바이오 주식은 시간대별로 조금씩 다르긴 해도, 전일 대비 약 4만원 오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3공장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애초 터진 보도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나온 형식이고, 인천 송도3공장을 콕 찍어 생산 라인 설치 운운하는 등 '시나리오'가 제법 탄탄해서 신빙성이 있다는 의심을 계속 시장에서 샀기 때문이라는 풀이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삼성바이오에서 화이자 백신 생산을 위한 설비를 준비 중이며, 8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을 믿지, 기업 측의 강한 부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더 있습니다. 지난 달 정부는 해외 백신을 8월 국내에서 위탁받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삼성바이오가 공개되지 않았던 수탁 기업이라는 것이죠. 

이런 여러 조각이 맞물려, 삼성바이오로서는 전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림이 맞추어 진 셈입니다. 어찌 보면 고급 관리 하나의 말실수가 만들어 낸 결과라기 보다는 백신 정책 더 나아가서는 코로나19 관리 시스템 전반이 이리저리 던져 놓은 것에 시장은 혹은 세간은 엉뚱한 그림을 그리기 딱 좋은 구도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일이 불거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별로 관심없는 누군가에겐 '해프닝'일 수도, 종목에 투자하던 누군가에겐 좋은 '재료'였을 수도 있지만 좀 큰, 혹은 추상적인 그림에서 보면 이런 '관리의 삼성' 이미지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사태에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의 삼성은 이런 물이 샐 틈이 없도록 상황을 장악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게 '이건희 시대'의 황혼이 닥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임시 관리 그리고 그 이후에 결국 1인자 승계 및 등극이 이루어지는 동안 많이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일모직 등 전통있는 계열사들이 승계를 위해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대상이 되기도 했고 그 와중에 삼성 돈으로 실세의 딸에게 '말' 선물이 제공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리저리 정책적으로 삼성 도움이 필요할 때 휘둘리는 구도가 됐고, 청렴과 구태와의 결별을 콘셉트로 하는 이번 '촛불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국가적으로 힘을 보탤 일에 자꾸 삼성의 움직임을 기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는 합니다.

문제는 출혈이나 휘둘림이 아니라, 그러면서도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백신설의 주인공인 삼성바이오 역시 공장 바닥을 뜯고 기밀 장부를 숨겼느니 하는 추문의 대상이 되면서 검찰이 이 이야기를 공판정에서 낭독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죠. 어쨌든 그런 이미지 급전직하 때문일까요?

만일 저 설이 정말 사실이라면, 국가적으로 삼성이 움직여 줘서 백신 공급 확대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사정인지요. 그런 터에 국가적 환란을 극복하는 파트너 아니 그런 동반자적 관계가 관치주의적 마인드에선 여전히 어렵다면 도우미 정도 대접은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요? 

적어도 고위 관리가 경솔하게 '아랫것' 시켜서 백신 만들게 했으니 곧 나올 것이야 하는 식으로 기자 앞에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인데, 이런 점에 의아해 하는 시각이 없지 않습니다.

아랫것 취급도 모자라 그냥 백신 찍어내는 기계 취급이라고마저 볼 수 있는 것 아닌지 하는 대목에서 한 정계 인사는 "삼성의 고군분투로 화이자를 정말로 송도3공장에 잡았다면, 그런데 이런 보도가 정부 고급 관계자발로 나갔다면 그건 파트너십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파트너십 이전에 상도덕 문제 아닐까"라고 꼬집었습니다. 

"삼성을 싫어하면서도 삼성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삼성을 이용해야 하는 이중적 상황에서 이번 정부 사람들이 너무 자기 편한대로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촌평하는 이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커리어와 자존심을 갖춘 상대 연기자를, 그저 연기를 하는 숨쉬는 도구쯤으로 생각한 김정현보다 과연 우리나라 관료들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주가도 오르고 백신도 다량으로 '메이드 인 송도'로 쏟아질 것 같으니 그저 모두들 행복하게 이 일을 방관하면 될까요?

여자 연기자의 인격을 짓이기면서 만들어 낸 드라마 '시간'의 '기업 버젼'이 혹시 지금 삼성바이오 푸대접이 아닐까요? 삼성바이오는, 삼성그룹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들은 얼마나 더 오래 눈물을 참으며 '국익'이라는 이름의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억지 웃음을 지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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