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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치매, 전두환 그리고 박준영 고기방패 뒤 노형욱

野 "朴 사퇴 사필귀정…나머지 후보자도 지명철회" 요구 귀담아 들어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5.13 15:04:46

[프라임경제] '임혜숙·박준영·노형욱 3인방' 낙마 목소리가 여와 야를 가리지 않고 나오던 와중에, 결국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용단을 내렸다. 

공직자 본인으로서는 큰 흠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배우자가 '나랏일하는 공복의 내자'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 대신 흥에 취하도록 방치한 점, 그에 더해 해외 생활에서 고삐가 풀린 부인의 폭주를 막지 못한 점 때문에 절벽으로 내몰렸다. 

외교 행낭으로 '도자기 보따리상' 노릇을 하게끔 배우자를 방치한 자체가 문제지만, 그나마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맥락을 아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결국 다행스럽게도 박 후보자는 역사 앞에 두고두고 부끄러운 지경에는 이르지 않게 됐다. 

문제는 나머지들이다. 야권에서는 바로 그의 사퇴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사필귀정…나머지 후보자도 지명철회" 등 고삐를 늦추지 않을 태세다.

왜 그럴까? 셋 다 문제라는 지적에 여권에서 어느 정도 곤혹스럽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놨어도, 그 뜻을 서로 물밑 교환만 했어도, 야권이 이렇게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부 낙마 주장이 여권에서 대두된 건 사실이나, 친문 세력에서는 뾰루퉁해 하는 투트랙 움직임이 없지 않았다는 점은 보수 정치인들을 바보 취급하는 건 둘째치고, 한때 그렇게 열심히 국정 운영을 도왔던 정의당조차도 투명인간쯤으로 바라본다는 내심을 시사하는 바나 다를 것이 없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 직접 연설을 통해 왜 사람들을 내칠 수 없는지 강변했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물러나라는 비판의 대상이 된 3인방, 그렇게 여론이 좋지 않은 그 과녁들이 '얼마나 훌륭한 인물들인지' 전파 낭비를 시전했다. 그렇게 '가르침을 하달하심으로써'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내심을 갖고 있는 게 아닌지 경악을 불러 일으켰다. 답답한 고구마에서 스스로 불통의 고구마로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금 학회 행사에 가족들을 여행처럼 대동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행적이나, 공직자 특별공급을 재테크에 너무도 잘 활용해 놓고, 그래도 불법은 아니지 않냐는 입씨름 대상으로 떠오른 박준영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개인'에게 돌을 던지는 상황이 아니다.

이런 이들이 고위 공직자로 승승장구할 때, 하위직 공무원들은 과연 이들의 모습을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을 수 있을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촌지를 받는 걸 당연시하는 자신과 마주할 때, 살림이 어려운 어느 날 '검은 돈' 그것도 푼돈의 유혹에 넘어가게 될 때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 그런 하위직 공무원들의 상황이 우려된다는 논의가 민의의 대변기구인 국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과정을, 그리고 그 과정을 수행하는 국회 구성원들을 조롱하듯 마치 과도한 인격 말살 릴레이쯤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대통령'이 TV 영상을 통해 국민들에게 던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자 하나 정도로, 유사시엔 박 후보자에 이어 임 후보자까지를 타협점으로 청와대가 여당 및 야권과 타협하려 했다는 보도들에 더욱 분노한다. 

임 후보자는 본인은 당초 고사했지만 과학기술계와 여성계를 위해서 나서달라고 청와대에서 간곡히 부탁해 장관직에 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임 후보자마저 버려 가면서 노 후보자를 지키려는 생각의 근간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지금 공무원들이 누린 일종의 특혜를 모두 국민들에게 미안한 일로 치부하자니, 직업 공무원 전반을 정권의 적으로 돌려야 할 판이라는 지적은 전부 사실은 아닐 수 있어도, 통렬한 구석이 있다. 

거기 덧대어, 이 논란은 결국 다시 LH 비리 등의 기억을 소환할 것이며, 그러니까 박 후보자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 결국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의 임기 내 지속적 추진'에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으니 가장 마지막 인사로 보호하려 든다는 의혹이다. 

아무리 기본적으로 인사권은 대통령 손에 최종 권한이 있다지만, 이는 '조국 사태'의 반복이라는 점에서도 좋지 않다. 검찰 개혁이라는 외눈박이 목표를 위해 '이상한 도구'를 굳이 계속 쓰겠다고 강변하다 실망을 안긴 꼴이 다시금 그대로 되풀이되려고 한다는 기우가 부각되는 것이다. 

조국씨가 '걸물'임은 틀림없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낸 속도와 그가 장관으로 가서 낸 검찰에 대한 밀어 붙이기를 비교해 보면 답은 명징하다. 추미애 전 장관이 뒤이어 열심히 기세를 올렸지만, 전임자를 넘어서지는 못했다는 평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이 차마 '한국 교수들 평균 양심이나 자존심의 반에나 미칠까 우려되는 걸물'을 끼고 돌다, 후반부에 급격히 상황이 무너져 내리는 현 정국, 그리고 나라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죽창가 운운'하며 이웃나라와의 분란이나 보수 성향 국민들과 척을 지기만 하는 재주, 국민들의 실망에 전부 무죄라며 항변하다가는 1년이나 흐른 지금에서야 '지난 번 사과 기조와 같이'라는 투로 사과 물타기를 하는 장관이나 수석이 진실로 믿음직스러운가? 그래서 그런 류의 소위 '국정철학이 통하는 이'를 또 발탁하고 지키려 애쓰는 것인가?

근래 보인 조씨의 태도에 오히려 화가 난다는 반응이 적지 않음을 청와대는 좀 유념해 볼 일이다. 심지어 한 보수 일간지는 "언제 사과를 했었기에 지난 번 사과 소릴 하느냐"는 식으로 대놓고 지적하는 컬럼을 실었다. 

이 정도 논란을 빚고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면 교수는 차치하고 로스쿨 신입생이어도 고개를 못 들 상황인데, 그런 이가 청와대 고위층으로 있었고, 장관을 했다. 검찰 조직에 개혁 명분으로 압박을 가했고, 지금도 법학을 가르친다며 국립대의 녹을 먹는다. 

이 문제도 아직 정리를 못 했는데, 또 3인방 운운 논란을 새롭게 빚고, 또 그 중에서도 가장 국민들의 가슴을 후벼 팔 논란의 인사를 가장 마지막까지 수호해야 할 인물쯤으로 상정하고 있다. 

치매에 걸려 광주의 지난날 앞에 미안함 자체를 못 느끼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정부 시절, 그리고 지금의 문재인 정부 시절 관계자들의 행태가 과연 어떤 게 낫고 어떤 게 나쁜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주 졸고 하도 동문서답을 해서 치매설이 종종 나돌고는 했는데, 차라리 치매면 좋겠다. 치매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문재인이라는 인간 자체를 미워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심지어 3명 중 1명이 알아서 물러나 줬으니 2명 지키면 좋고, 마지막으로 1명은 건져야겠는데 식으로 '아직도 그리고 정말로' 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실로 그렇다면, 그건 과연 온당한 나랏일의 최고 책임자의 태도일까? 

흔히 남의 처참한 상황을 이용해 자기라도 살겠다는 경우를 인터넷 용어로 '고기방패 뒤에 숨는다'고 한다. 누군가의 마지막 선택을 고기방패로 써서라도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계속 유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전망이 정가 주변에서 나도는 것만으로도 5공화국과 비슷한 정부, 전두환만도 못한 문재인과 여당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러려면 촛불은 왜 들고 또 그 수혜를 어떻게 감히 꿀꺽 할 심산으로 장미 대선에 나섰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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