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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형욱 중위, 고기방패를 딛고 서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5.14 11:15:03

[프라임경제] 1965년작 '벌지대전투'는 2차 대전 후반부의 기념비적 전투를 다룬 영화다. 헨리 폰다와 로버트 쇼가 각각 미국과 독일 양측의 대들보 역할인 두 대령으로 열연해 지금도 수작으로 회자된다.

오늘은 그들보다는 못 해도 어느 정도 출연 분량을 차지하며 인상깊은 연기를 한 청년 장교 배역이 하나 있었다.

제임스 맥아더는 어리숙하고 경험 부족이 티나는 웨버 중위 역을 소화했다. 지프차 고장으로 고참 중사와 낙오돼 고생하던 그는 독일군 정찰대 차량이 다가오는 상황을 맞이한다. 

중사는 양쪽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놓고 있다가 급습하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우지만, 웨버 중위는 결정적 순간에 총을 버려 둘 다 포로 신세가 된다.

중사는 포로 학살로 희생되고, 장교는 탈출해 나중에 독일 탱크들의 연료 탈취 작전을 막는 '수훈갑' 주인공이 된다.

한 인물이 다른 이의 희생으로 대오각성하고 그야말로 괄목상대의 성장기를 써내려 가 영화의 감동을 더욱 진하게 보탠 것이다.

14일,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새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최종 임명됐다. 청와대로서는 어쩔 수 없는 강행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노심초사했다는 분석이 나돈다. 이 와중에 웨버 중위가 그와 겹쳐 연상된다.

특별공급을 알뜰히 활용, 재테크에 성공해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긴 건 불법은 아닐망정, 민심 이반 가속화의 강한 요인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밀리면, 공무원들 전반과 불편해지고 조금 수그러드는 LH 비리 등 부동산 실책 전반의 책임론이 다시 대두될 촉매 우려가 컸다.

따라서 임·노·박 3인방 논란 중에 박준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퇴장으로 방어를 시도했다는 풀이다.

다른 공직자를 그야말로 '고기방패' 삼아 국토부에 들어가서 그가 할 일이 과연 무엇일까?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대목이 바로 노씨의 청문회 당시 답변 취지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너무 잦고 많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제의식 정도는 머리에 있다는 얘기다.

노씨는 그저 박 전 후보자 희생이라는 고기방패 뒤에 숨어서 문재인 정부의 기존 기조를 유지하는 역에 머물까? 아니면, 불필요한 조치의 남발은 막되 정말 할 일은 하는 선택과 집중의 책임자가 될까?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청와대의 마리오네트, 웨버 중위의 영화 초반부 모습 같은 졸렬한 장관이 아니길 바란다. 후반부의 용맹하게 각성한 웨버 중위처럼, 훌륭한 장관은 못 되어도 밥값은 하는 수장이 되라고 노씨의 앞날에 축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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