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래미안 vs 동대문구 '계약서 반려 논란'…소송 뒤 시사점은?

민간 아파트의 관리업체 선정에 행정청이 '효력 완성' 시비 '지역별 시각차'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5.20 08:47:31

[프라임경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자치기구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조치가 지나치다며 불만을 터뜨린 상황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끈다.

동대문구 전농동의 래미안크레시티 입주자대표회의가 동대문구의 과태료 부과 겨냥을 받으면서 치열한 논쟁이 불거졌던 것.

공동주택관리법과 그 시행령 해석을 둘러싸고 지자체의 불필요한 관리감독에 입주자자치기구가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로 개별 사안의 쟁점 외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2020년 겨울, 이른바 '주택관리업체 계약서 발송의 건'이 시작된다. 아파트는 주민들이 직접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분야별로 두고 쓰게 되는데, 관련 산업의 발전으로 관리업체를 선정하면 관리사무소부터 각종 시설관리기능, 경비용역 등을 일명 '턴키'로 처리할 수 있는 관행이 형성돼 왔다.

단지 업무 전부가 달린 상황이므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게 되는 것. 래미안크레시티의 경우 지난해 연말, 두 업체가 경합을 벌였다. 

투표에서 '가' 업체가 선정된 것으로 집계됐고 일단 상황이 종료됐는데, 투표 과정에서 투표권자(동대표 등) 중 일부의 부정 투표 지적이 나왔다.

즉 무기명으로 자기 판단에 의해 소신 투표를 해야 하는데, 'A'씨가 다른 이('B'씨라 하자)의 선정 점수 계산 등 절차에 개입했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이를 동영상 촬영분 등으로 점검, 확인한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이들의 투표 내용을 무효화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이후 동대문구에 이러저러한 내용으로 투표 결과 즉 가 업체 선정을 없던 일로 하고, 차점 업체인 '나' 기업에 일을 맡기겠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동대문구에서는 구청장 명의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 14조에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본 계약은 절차적 흠결로 인한 계약 체결이므로 제출된 계약서를 반려한다"는 공문을 답변 형식으로 보냈다. 동대문구는 "12월7일까지 정당한 계약서를 제출하기 바란다"는 요청 사항도 부연했다. 

양측은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과태료 부과 압박에 입주자대표회의는 행정소송 준비에 돌입하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일선 구에서 관할 지역 내 아파트들의 주택관리업체 등 선정 같은 영역까지 개입할 수 있는 것인지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별 행정소송 진행과 승패 등 여부와 별개로 관심거리가 된다는 것.

동대문구의 입장을 구청장 명의 공문을 토대로 정리하면, 마치 계약을 완성하는 마지막 관문 즉 '인가' 및 인가 유사 행위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정리할 수 있다. 

사전처분통지서 등이 수차 날아다니는 감정 싸움 과정에서 다소 촉박하게 의무 준수(업체 변경)의 기한이 정해진 것은 부차적 이슈라는 법조인 의견이 있다. 오히려 그 권한 존재 여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 공무원의 반응은 어떨까? 국토부에서는 "지침(편집자 주: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보임)에 따라 거기에 위반되는 내용이 있다면 행정명령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안의 정확한 내용을 모두 알지는 못하는 지금 상화에서는 확답하기 어렵지만, 정당해 보인다"는 답을 내놨다.

과반수 찬성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동대문구의 해석과 그를 기반으로 한 행정명령 정당성에는 이견이 없을까? 이른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의 정족수를 바탕으로 곧바로 일을 처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시행령이 아니라 공동주택관리법 자체의 제 93조를 살펴 보면, 당국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자료를 제출하거나 감사를 진행할 수 있는데, 이를 축자적으로 해석하면(기계적으로 도식화해서 진행하여야 한다고 보면) 문제 우려가 있는 경우(그 판단의 합리성에 비례의 원칙 등 다른 논란이 없을 정도로) 시정 등 조치를 해야지, 왜 상시 감시를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에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시정명령, 위반에 과태료 부과할 수 있는 사항이라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서울 밖 즉,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의 한 공직자는 "그렇게 상시적으로 먼저 서류를 전부 받아서 들여다 보는 게 아니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점검하고 그런 경우를 찾으면 '치유를 하라'는 게 입법 취지 아닐까?"라고 서울 동대문구의 관행에 난색을 표했다.   

또 다른 지역의 아파트 임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우리 아파트의 경우 그런 서류를 oo구에 일일이 제출해 허락받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에서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관리사무소장에게 물어보니, 다른 곳에 근무할 때에도 그랬다고 한다"고 의이함을 표시했다. 

지방에 개업한 한 변호사는 "문제점 우려가 있기 전에 먼저 무작위로 이번에 체결될 계약 서류를 제출하라고 선제적으로 구에서 요구할 수도 있고, 아예 다 제출하라는 식으로 할 수도 있겠다"고 기본적으로는 재량 문제로 봤다. 다만 그는 "하지만, 그게 관리 정도가 아니라 과태료를 실제로 물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또 그걸 무기로 압박하는 상황이 일반화되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형사재판의 '자기부죄 금지'까지는 아니어도, 대등한 관계가 아닌 행정일선 상황과 행정법의 괴리 상황으로는 볼 수 있다"고 신중론을 내놨다.  

지역별로 해석 상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추정이 가능한 만큼, 개별 계약의 효력 문제를 두고 너무 많은 지도편달이 구에서 나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만큼은 수용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해당 아파트의 자치단체의 경우에도 막바로 다음 업체에게 바로 수주권을 넘길 게 아니라 재차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문제점을 보완하고, 그 경우에도 이런 개입이 있다면 행정소송 등으로 간다면 승소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고 모양새도 좋겠다는 중립적 시각도 나오고 있어 시사점이 크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