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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 입고 아이유 정신 지우는 홈플러스 '안희만의 뒤안길'

 

임혜현·추민선 기자 | tea@·cms@newsprime.co.kr | 2021.05.20 17:01:47

[프라임경제] 이제훈 홈플러스 신임 사장이 직원들에게 '정장 근무'를 강조하고 나서 회사 내부가 술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임 직후 '현장 경영'을 외친 바 있다. 그런데 이것이 돌연 단정한 복장(정장)으로 연결되자 저으기 당혹스럽다는 직원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이제훈 홈플러스 신임 사장이 현장을 강조했지만 막상 그 첫 안타는 정장 근무 강요였다. 이 문제를 놓고 내부 구설수가 있다. ⓒ 홈플러스

아울러, 그의 이런 행보가 시대적으로 한 페이지를 확실히 접는 전주곡 아니냐는 풀이도 함께 제기되는 양상이다. 

이 신임 사장은 11일 이 사장은 '언택트 취임식'에서 "홈플러스의 내일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의 입장에서 그 해답을 찾을 것이며, 고객의 눈을 바라보고 행동할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불과 열흘만에 그런 현장 경영 논의가 복장 검사로 나타나자, '홈플러스 특유의 현장 마인드가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는 부활론에서 '이제 종쳤다'는 걱정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홈플러스는 여러 번 운영주체가 바뀐 바 있다. 재벌 일가가 꾸준히 운영하는 이마트 등과 비할 바 아니라는 얘기다. 1997년 삼성물산이 대구1호점을 개설하면서 영업을 시작한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계 유통명가 테스코가 인수했고,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도 영업 선방, 그리고 국민 마트로 이미지를 나름대로 쌓아온 것은 유통계의 대단한 전설. 여기에는 수많은 일선 직원들의 분골쇄신과 고위 직원들의 인사이트가 주효했다는 풀이가 유력하다.  

정종표 전 부사장이나 김웅 전 전무 등이 거론되며, 특히 지금의 국민 마트 이미지를 구축한 주춧돌과 대들보로는 '설도원&안희만 쌍두독수리'를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안희만 전 부사장은 테스코의 색깔을 대표하는 인사로 2001년 이후 홈플러스 발전을 위해 '마케팅' 분야에 투신했던 이력의 소유자다.

특히 일명 '쌈마이 광고 전략'을 그의 작품이라고 해석하는 시각이 유력하게 대두된다. 그가 2008년부터 마케팅부문장을 맡아 오면서 프로모션이나 TV 광고 등을 주도했고 특히 '착한 마케팅' 등을 적극 띄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홈플러스를 영국 기업으로 떠올리는 게 일종의 상처라면, 아이유의 '콩나물송' 같은 B급 감성 광고들을 아직 추억하는 것은 이 시기를 보내며 각인된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많은 따라부르기, 지금 말로는 '밈'이라고 할 정도의 인기를 구가한 콩나물송도 콩나물송이지만, 매장에 들어서면 들려오던 "홈플러스~ 가격이 착해~"라는 가느다란 목소리의 아이유 노래를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이 후크송과 함께 국민 마트로서의 신화를 견인하는 시기를 보냈던 것.

그렇다고 안 전 부사장의 전략과 전술을 모두 B급 감성, 내지는 쌈마이라고 일괄적으로 묶어버리는 것은 결례라는 지적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는 상시 저가 정책 등을 통해 회사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고객에게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 핵심 브레인이자 불도저였다는 평가가 유통 분야 종사자들이나 그 시기를 취재해 본 기자들의 전언.

마지막으로 아이유와 강호동을 동시 출격시켜 바자회를 부각하는 등, 사회공헌으로도 홈플러스의 친숙함을 심은 것도 안 전 부사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차가운 영국 유통 명가의 한 브랜치에서 한국 유통 분야의 일원이자 우리 소비자들의 가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투 트랙, 즉 착한 할인(및 아이유)과 사회공헌이 모두 그의 머리와 추진력에 힘입은 것이다.

안 전 부사장의 전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김웅 전 전무 등이 경영권 임자가 바뀔 때 회사에서 밀려나듯 떠난다는 후문이 있었지만, 안 전 부사장은 사회공헌 분야 헤드로 지금까지도 현실적인 캐릭터로 홈플러스 기족들 곁에 남아 왔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이번에 이제훈 신임 사장이 현장을 외칠 때, 과거의 영광 즉 600~700여개의 주요 생필품 가격을 6주 간격으로 국내 최저가로 파는 '착한 가격으로 더 싸게' 같은 '안희만 스타일 현장 경영 정책'을 생각하는 내부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던 것.

그 어떤 호시절과 흔적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고, 어느 영웅도 동상만 남기고 퇴장해야 하는 것이 인간사의 법칙이지만, 이번 상황은 확실히 안희만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는 것. 

그 시절을 아는 이들, 그리고 선배들로부터 그런 전설을 듣고 유통맨으로서 잔뼈가 굵은 젊은 홈플러스맨들에게 이번 정장 근무가 던진 충격파 그리고 실망의 후속파가 어땠을지를 생각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지 않냐는 지적은 그래서 외부인에게조차 귀아프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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