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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단 따고 보자'식 저단가 입찰, 아웃소싱업계 하향 평준화 가속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1.05.25 15:23:18

[프라임경제] 마진은 남기지 않더라도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저단가 입찰 관행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최근 400억원 규모의 굵직한 입찰 소식에 콜센터 업계가 들썩였다. 2년마다 돌아오는 절호의 찬스이니 만큼, 업계를 이끄는 9개 기업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눈에 불을 켜고 쟁탈전에 뛰어 들었다.

제안 평가항목에는 유례없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 시스템을 비롯해 감염예방과 방역에도 초점을 둔 감염병 관리 항목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몇날 며칠을 밤새도록 효율적인 콜센터 운영 노하우와 차별화된 전략을 고민하며 입찰을 준비했다.

이런 가운데 한 업체는 운영보다 가격에 승부를 걸었다. 0% 마진율, 즉 이익을 하나도 보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입찰 평가는 기술평가 90점과 가격점수 10점을 합산해서 높은 점수로 협상적격자를 선정하는데, 가격점수라도 만점을 받아서 일단 따고 보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으로 그동안 아웃소싱 시장 규모가 줄어 들었고, 쪼그라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 살 깎는 저단가 입찰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0% 마진율을 제시한 업체는 1위로 선정된 업체와 기술 점수에서 압도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2위로 등극했다. 이 업체는 1위로 선정된 업체보다 가격점수에서 1.2점을 앞서갔지만 기술 점수에서 2.6점 차이로 2위로 밀려났다. 0.1점으로 입찰의 당락을 결정하는 만큼 1점 이상 차이는 의미 있는 점수다.

콜센터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제로베이스(0% 마진)로 사업을 수주하면 상담 품질이 떨어지는건 물론, 상담사에게 돌아가야 할 다양한 혜택도 함께 줄어든다"면서 "콜센터 운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 기술 부분에서 승부를 봐야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면 결국 서로 뺏고 빼앗기기를 반복하는 악순환만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30억원으로 추산되는 상담 솔루션 입찰에서 1원으로 기재한 업체도 있어 논란이다. 최소 1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들어가지만 최저가인 '1원'을 적었다는 건 분명 다른 이득을 보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업계는 보고 있다.

물론 가격경쟁력을 펼치는것 또한 기업의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효율적인 가격을 제시해 콜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치열한 입찰경쟁을 펼친다.

하지만 지키기 힘든 공략을 내세우는 것보다 최소한 현실적으로 운영이 가능할 정도는 되야하지 않을까. 고질적인 문제인 저단가 입찰경쟁은 한두 해 일이 아니다. 이젠 가격에 승부를 걸기보다 효율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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