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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금융]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 그 대안은?

관리 안되는 연금자산…'디폴트 옵션' 도입 목소리 높아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1.05.25 12:11:42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연금 시장의 양적 팽창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미래에셋연구소

[프라임경제] 퇴직 연금에 대해 물으면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퇴직금을 모아놓은 계좌'라고 답합니다. 이런 회의적 태도는 '저조한 수익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죠. 잊을만 하면 퇴직 연금의 낮은 운용 성과가 언급되기도 합니다. 이런 탓인지 퇴직 연금에 대한 가입자들의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사적연금 규모는 621조원(퇴직연금 256조원, 연금저축 152조원, 연금보험 213조원), 여기에 834조원 규모의 국민연금을 합하면 공·사적연금 규모는 총 1454조원에 달합니다.

사적연금이란 개인이나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연금을 말하며, 공적 연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나 사회에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일정 기간 국가 기관에 복무한 사람에게 해마다 주는 돈이기도 하며, 무상연금, 유상연금, 종신연금, 유기연금 등으로 나뉩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연금자산은 어떻게 적립될까요. 연봉이 5000만원인 샐러리맨을 예로 들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해마다 각각 450만원(급여의 9%), 417만원(한 달치 급여)씩 적립되고, 본인이 세액공제 혜택을 위해 연금저축에 추가로 400만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러면 매년 연금자산으로 쌓이는 급여액은 1267만원으로 석 달치 월급 수준이 됩니다.

◆ 방치되는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 노출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연금 시장의 양적 팽창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향후 연금은 개인은퇴자산과 소득원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연금자산에 대한 관리는 소홀하기만 한 상황이죠. 연금저축은 보통 연말정산을 먼저 떠올릴만큼 세액공제 수단이라는 인식만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탓에 자산운용의 중요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해 전반적으로 수익률 부진에 노출돼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중 확정급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지난해 연평균 수익률은 3.5%, 3.8%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실적배당상품 수익률(DC 13.2%, IRP 12.0%)이 지난해 대폭 향상됐음에도, 저금리 영향으로 1%대 수익률에 머문 원리금보장상품을 80%나 편입시켰기 때문입니다.

이해가 필요한 장기투자상품을 중점적으로 편입하는 대신 손쉬운 단순저축 상품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장기투자상품의 수익률이 저조한 것입니다.

◆ 연금에 맞는 장기투자 수단 'ETF'

상장지수펀드(ETF)는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입니다. 즉 일반 펀드처럼 지수를 추종하거나 주식, 채권, 원자재, 리츠 등 여러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등 변동성과 위험을 관리하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ETF는 주식시장에서 상장돼 거래되므로 일반적인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낮을 뿐만 아니라, 운용 및 자산배분 변경에 있어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지닙니다.

전문가들은 ETF 투자에 대해 향후 '고령화', '기술혁신', '그린(환경안전)'을 중심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기술혁신, 그린은 저물가 및 저금리 추세를 고착시키면서도 차별적이고 강력한 장기성장 흐름을 만드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죠. 

이는 전에 없던 자본과 기술의 결합으로 바이오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및 뷰티, 게임, 로보틱스,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 등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위 테마형(thematic) ETF가 메가 트렌드를 추종하는 성장 섹터에 장기 분산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연금자산에 편입할 장기투자상품으로 일부 ETF를 제외한 다양한 주식형 ETF는 일정 비중 이하입니다. 이는 레버리지 인버스 등 과도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고령화, 기술혁신, 그린 등과 같이 글로벌 메가 트렌드 추종 섹터에 분산할 수 있는 테마형 ETF가 포함됩니다.

◆ 생애주기 맞춰 투자해주는 'TDF'

연금을 실적배당상품으로 운용한다면 평균 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별 자산운용에 따라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한 것보다 오히려 저조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겠죠.  

따라서 투자성과의 개인차를 줄이는 데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 도입이 중요합니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 지시 없이도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 방법으로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선정,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다른 말로 '사전지정운용제'라고도 불립니다. 안정형, 중립형, 공격형 등 연금 사업자가 마련한 투자상품 가운데 노사가 미리 결정한 방법으로 운용합니다.
 
미국의 경우 디폴드 옵션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DC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은 근로자 10명 중 9명이 생애주기별로 알아서 자산을 굴려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활용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TDF는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을 설계함은 물론 자산 배분의 자동 변경, 재조정(rebalancing)이 가능합니다. 2020년 말 사적연금에서 편입한 TDF 순자산은 최근 고성장세와 함께 4조7000억원(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달하고 있지만 아직 사적연금 전체의 0.8%에 불과합니다.

미국이 퇴직연금 적격 디폴트옵션인 QDIA에서만 87% 비중인 1조달러를 TDF로 운용 중(2019년)인 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큽니다. TDF는 글로벌 분산투자로 변동성을 낮추면서 자동 운용이 가능해, 연금에서 장기투자상품으로 유효할 수 있겠죠.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디폴트옵션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잇달아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이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 심사중입니다.

최근 은행, 보험업계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디폴트옵션에 자리하게 되면 원금손실 위험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저금리가 고착화하는 환경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디폴트 옵션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주장이죠.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퇴직연금 제도의 한계 개선과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좀 더 과감한 한 걸음을 내딛을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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