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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금태섭 구박, 경찰은 김학신 디지털 포렌식 책 응원

수사와 인권 관심 높아지는 국면에서 12년 전 연구결실 여전한 존재감 자랑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5.27 09:27:54

[프라임경제] 한강 대학생 사망 건으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새삼 '디지털 포렌식'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검을 뜻하는 '포렌식'은 사망자의 사체에서 각종 증거물과 정황을 읽어내는 절차. 이 부검처럼 컴퓨터나 디지털 디바이스(휴대전화) 등에서 손상되거나 고의로 지워진 자료를 복원해 내고 숨어있는 자료를 찾아내 판독하는 것을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실무상 부른다. 

사실관계를 밝혀 수사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디지털 포렌식이 검찰이나 경찰 관련 기사에서 언급되면서 지금은 사회 일반에도 널리 알려진 단어가 됐다.

특히 최근 한 서울경찰청 고위층이 한강 대학생 사망자 휴대전화의 기록 등 일명 디지털 포렌식 자료를 기자들에게 말하면서, 시간대를 틀리게 설명했다는 논란에 휩싸혀 디지털 포렌식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반인들이 평소엔 관심을 갖기 어려운 연구서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학신 박사가 2009년 발간한 '디지털 범죄 수사와 기본권'은 317쪽 분량으로 연구서로서는 두껍지 않은 책이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기술적으로 어떻게 디지털 포렌식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증거물을 자백과 유죄 입증에 활용할 것인지 초점을 맞췄을 것으로 추측하기 쉽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 한국학술정보

어찌 보면, 수사기관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당한 이가 왜 이게 유죄 증거가 될 수 없는지 빠져나갈 길을 선진국 판례들을 총정리해 코치(?)해 주는 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미국에서 축적된 각종 디지털 포렌식과 그 재판 증거력 인정 여부의 치열한 논쟁 사례들을 모두 한 권의 책 안에 꿰고, 독일과 일본의 디지털 포렌식 관련 논의까지 망라했다. 

"당장 이 책을 활용하면, 한동안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서 과거 방식대로 수사와 기소를 하는 데 젖어있는 일선 경찰이나 검사들을 고생시킬 수 있겠다. 상당 부분 빠져나갈 수도 있겠다(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거나 "구하기 쉽지 않은 책이지만, 아직까지도 이걸 넘어서는 디지털 포렌식 증거물과 범죄인의 기본권 보호 분야 책은 못 본 것 같다(입법고시 출신 국회사무처 직원)" 등 평가가 특이한 이 책의 위상을 방증한다.

조금 오래 된 책인 관계로 디지털 증거가 법적으로 증거능력을 갖도록 하는 절차와 방법을 통칭하는 용어를 '컴퓨터 포렌식'에 맞추고 있는 점이 이색적이나, 가독성이나 이해에 지장이 될 정도는 아니다. 

특히 방대하지 않는 분량에 중요 내용을 모두 농축한 것과 마찬가지로 읽기 쉽게 서술한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컴퓨터를 비롯해 디지털 기기들에 대한 압수 및 수색을 통해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바로 '헌법상 권리'임을 강조한다. 헌법상 영장제도의 위반이나 타인의 사생활 침해, 적법절차 위반 문제 등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디지털 포렌식 발전 과정에서 겪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침해 문제와 해법을 정리해 냈다.

특히 이에 대한 입법방안까지 제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어 기술을 진행했다.

저자는 석사 논문까지는 행정법 분야에서 쓴 다음, 헌법 분야에서 학위를 취득한 통섭적 이력을 갖춘 '국내파 박사', 성균관대 비교법연구소 연구원 등을 거쳐 경찰 산하 기구에 발탁됐다. 

경찰 쪽에 입문한 뒤 이 책을 펴낸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 역시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경찰 상부에서 당장은(?) 디지털 포렌식 결과의 수사와 유죄 판결 끌어내기에 까다로운 지침이 될 이 책을 펴내는 데 직간접적인 불편함을 표하지는 않아 이 책이 햇빛을 볼 수 있었던 셈이다.

당시 경찰 고위층들의 넓은 시각과 향후 수사 기법 강화를 위해 '쓴 약'도 마다않는 정신이 돋보이는 사례다. 검찰이 한 진보 언론에 '수사 잘 받는 법'을 연재하던 현직 검사를 결국 내쫓다시피 한 사례(그렇게 검찰을 떠난 금태섭 변호사는 이후 정치에 입문, 국회의원을 역임)와 대조돼 더욱 빛난다. 

발간일로부터 12지신 띠가 한 번 돈 지금도 이 책이 빛나는 데에는 저자가 각고의 노력으로 연구서를 쉽고 재미있게 정리한 외에도 이런 후광도 시너지를 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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