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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日 스가 총리 덕에 배운 '고집'과 '아집'의 차이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5.27 09:50:36
[프라임경제] 고집(固執)과 아집(我執). 언뜻 보기에는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 같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국어대사전에서는 고집을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팀. 또는 그렇게 버티는 성미', 아집은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해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이라 정의한다.

사전적 의미만 뜯어보면 쉽사리 구분 짓기에는 어려움이 동반된다. 그러나 이 두 단어를 이해하기 쉽게 해주는 너무나도 적절한 실례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도쿄올림픽이 오는 7월23일 개막 예정이다. 특히 개막을 코앞에 둔 이 올림픽을 두고 수많은 갑론을박이 오고 가고 있다. 

이중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를 꼽자면 단연 '독도' 문제다. 이는 일본이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를 마치 일본 땅인 것 마냥 표기했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19년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의 성화 봉송 코스를 소개하는 일본 전국 지도에서 시마네현 위쪽에 작은 점을 찍었다. 이 점의 정체는 독도로, 마치 일본 영토의 일부처럼 보이게 했다.

우리 정부와 민간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 촉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그 결과 지도의 디자인이 수정됐다. 그러나 독도에 대한 일본의 미련과 야욕을 투영하듯 흐릿하게 바꾸는데 그치는 치졸함을 보였다.

이에 외교부와 대한체육회는 주한일본대사관, 일본올림픽위원회에 각각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외교 경로를 통해 전달한 사실이 SBS 취재 결과 드러났다.

지금의 일본 총리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년 전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 평가전의 대회기로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가 게양된 것에 대해 "우리(일본) 정부의 입장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스포츠에서 특히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의 올림픽에 정치적 입장이 개입해선 안 된다. 이로 인해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에서도 모든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당시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취지에 맞게 최종적으로 한반도기에 제주도를 제외한 섬을 표기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나 일본 총리 자리에 오른 스가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 "절대 수용 불가" 등 독도 표기를 두고 3년 전과 다른 의미에 아집을 부리고 있다. 

3년 전 스가의 행동은 관방장관으로써 올림픽이라는 국제대회에 정치적 분쟁거리를 개입시키지 말자는 허울 좋은 '고집'으로 비치기에 명분이 충분했다. 그러나 선례가 있음에도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계속 우기는 것은 '아집'에 불가하다.

어떠한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때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을 "고집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 사람의 신념과 투철한 관점을 높이 사 이처럼 부르는 등 고집은 상황에 따라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집은 이러한 긍정적인 의미로 전혀 사용할 수 없다. 독단과 교만의 시선으로 일관되게 자기의 주장을 어린애 마냥 칭얼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스가는 아집이 센 사람에 불가하다고 볼 수 있다.

스가 총리는 자신의 언행들을 돌아보며 두 단어의 차이를 깨달아야 한다. 이를 통해 올림픽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국 내 유력 일간지의 충고를 이해하는데 도움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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