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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 열고 싶은데, 평가 기준이…" 딜레마 빠진 은행들

'중금리 대출비중 30%이상 맞춰야' 리스크 부담, 시중은행 뚜렷한 대책 無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1.05.27 12:16:37

시중·지방은행 10개사 '중금리대출' 비율 비교. = 설소영 기자

[프라임경제] 시중은행과 지방 금융지주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평가 기준이 되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 부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은행들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지, 전문은행 설립을 포기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오는 2023년 말까지 전체 가계 신용대출 중 30% 이상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면 해당 은행과 최대 주주의 신규 금융업 진출을 위한 인허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의견서를 제출한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 등 10개 은행은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을 지난해 5월 평균 12.08%에서 1년 만인 지난달 17.31%까지 확대했다. 특히 JB금융 전북은행은 39.1%에서 68%로, 광주은행은 13.8%에서 44.5%로 각각 2~3배 이상 큰 폭으로 확대한 상황이다.

신한은행(5.5%→8.2%), KB국민은행(5.3%→6.6%), NH농협은행(1.3→1.8%)은 소폭 비중을 늘렸지만, BNK금융 경남은행(20.1%→14.8%), 부산은행(8.5→7.7%), DGC금융 대구은행(12.2%→10.9%), 하나은행 (10.5%→9.4%)은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4.5%에서 1.2%로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금융위가 제시한 30%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뿐이다. 나머지는 대구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이 비율을 늘려야 하지만, 은행으로선 이에 따른 리스크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금리대출'은 시중은행의 연 3~5% 대출을 이용하는 고신용자와 저축은행·대부업체의 20%대 고금리대출에 내몰린 저신용자 사이에 놓인 중간 정도 신용을 가진 사람(신용등급 4~6등급)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이다. 금리 수준은 은행권 10% 미만, 저축은행 19.5% 미만 등 업권별로 다르며, 대부분 취급하길 꺼려한다.

금융 분야 미래 먹거리가 될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지만, 까다로운 인가 기준을 맞춰야 하는 은행들은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우량 고객을 늘리는 게 당연하다. 중·저신용자는 리스크가 커서 충당금까지 쌓아야 하는데 당국에선 (중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라고 하니 난감하다"며 "다양한 정책금융 상품들이 있지만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나 가계부채 등과 관련한 큰 틀의 정책들이 마련돼 있어 섣불리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러 대출 한도까지 줄이는 상황에서 서민금융까지 지원하는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총량을 늘릴 수는 없다"며 "늘리면 연체율은 필연적으로 올라갈텐데, 사실상 수익은 거의 포기해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분명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은 기회지만, 당국의 방향성이 모호해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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