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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록 칼럼] 55만 한국군 전장병에게 백신 전하는 미국 뜻은?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 khr6440@naver.com | 2021.05.30 09:20:57
[프라임경제] 지난 21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 55만 전 장병에게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을 접하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역시 미국이라는 나라는 세계 최강국이구나. 그래서 미국 군대는 세계의 최강군이라 말할 수 있고, 그들이 자신들의 조국을 위해 세계 어디에서라도 충성을 다 하도록 존경과 예우를 받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중요한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나라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에게 기도부터 먼저 한다. 때때로 행사장에는 참석이 불가한 영웅들만의 빈 자리를 마련해 놓기도 한다. 국가 지도자들은 물론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 조금이라도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게는 지위와 신분을 불문하고 존경하는 문화가 오늘날의 미국을 초강대국의 자리에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징표이자 자산의 하나일 것이다.

금번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 참석하에 한국전 참전용사인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기념 촬영 때 바이든 대통령이 옆에서 무릎을 꿇고 포즈를 취하며 우리 대통령에게도 같이하자고 제스처를 보낸다. 계획에 없었던 우리 대통령도 참전용사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사진을 촬영했다. 

아마 미국의 대통령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고 최초로 그런 자리에 초청된 외국 정상이었기 때문에 우리 대통령도 가능했으리라 본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마다하지 않은 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진정으로 존경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지 않았다면 쉽게 나올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전에는 자국의 한국전 참전 영웅에게 최고훈장을 수여하고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에는 한국전을 통해 혈맹으로 맺어진 한국군 전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다시 한번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영웅들에 대한 존중과 중요성을 일깨워 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코 백신의 숫자로 말하려 하지 않았다. 피로 맺은 동맹인 한국군 전 장병들의 헌신과 애국심을 미국의 군인들과 동등하게 여겨주는 존중과 격려의 표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여의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제공이 적냐 많냐 외교의 실패 아니냐 하면서 불필요한 논쟁이 야기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야당 의원들은 정상회담 이전에 백신 스와프를 얘기한 외교장관에게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을 한국군 장병에게 제공한 이유에 대해 "우리 정부가 코로나로 인해 한미훈련을 안 하겠다고 한 것 때문이 아니냐"라고 질문하자 "작년에 동맹정신에 따라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긴급 지원한 데 대한 감사표명"이라 대답했다고 보도됐다. 

묻는 자나 답하는 자들 모두의 수준이 드러난 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생각이 다른 곳에 있으면서도 국민을 위한답시며 나라의 녹을 먹는 지도층들의 면면이다. 설령 그랬다 할지언정 국민들이 지켜보는 국회에서 그렇게만 질문하고 답변할 수밖에 없었을까 반문해 보고 싶다.

금번 바이든 대통령이 제공한 백신은 그 수량과 무관하게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전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미국 정부가 혈맹 차원에서 제공한 백신으로써 일선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나라를 지켜주는 국군장병들에게는 그들의 안전을 위해 소중한 선물이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용기 있게 대답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국군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이다. 사기는 배불리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가 진정한 사기다. 진정한 사기는 국민의 녹을 받고 있는 지도자들이 만들어 내야 한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처럼 말이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 명지대학교 북한학 초빙교수 /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미국 상대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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