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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기분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1.06.02 09:13:45
[프라임경제] 지금, 당신의 기분은 어떠한가? 기분은 시간을 지배한다. 마음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기분과 시간이 지배당하기도 한다. 마음이 고요하면 어떤 기분에 쉽게 도달하게 되는데, 주로 기쁨이나 행복에 가까워지게 된다. 반면에 마음이 흐트러지면 어떤 기분에도 쉽게 도달하지 못한다. 그런 날에는 어영부영 밋밋한 시간만 보내기 십상이다. 

마음이 가라앉기라도 한 날에는 그것을 부여잡는데 시간을 허비한다. 이렇게 울적하거나 의욕 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음을 잘 다스리는 건 하루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과 같다.
 
똑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마음이 안정될수록 긍정적이고 여유롭다. 그래야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떻게 다스리는가. 다스리려면 앞장서서 지휘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힘은 어디에서 얻는가. 힘은 본래 근육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15세기의 「훈민정음」 해례본에 따르면, 힘은 '위근(爲筋)'으로, 근육 혹은 힘줄을 의미했다(출처 「우리말 우리문화」, 2014). 

마음을 다스리려면 먼저 단단한 근육이 붙어야 한다. 몸의 근육처럼 마음에도 근육이 붙으려면 양분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그러려면 양지에서 자란 신선한 재료에서 나오는 풍부한 영양소를 섭취해야만 한다. 

용기를 북돋거나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말이야말로 마음의 풍부한 영양소다. 이것을 꾸준히 쌓으면 마음의 근육이 붙는 건 시간문제다. 또 몸을 단련하듯 마음도 단련해야 한다. 나쁜 생각을 쫓아내고 좋은 생각을 수렴하면서 마음을 정화해야 한다. 시시때때로 지치거나 힘들거나 우울한 일이 있어도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그때마다 클래식을 듣거나 명상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두 고요함을 추구하는 행위다. 위아래로 솟구치는 기분을 가라앉히면서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다. 마음의 힘이 강해질수록 기분은 쉽게 조절된다. 그렇게 되면 기분의 상태에 따라 더 이상 시간이 지배받지 않는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기분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 기분을 상대방에게 넌지시 드러내는 것은 시간을 지배하지 못함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성공에 이르는 데에는 시간의 지배력이 관건이다. 이 또한 마음의 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상이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도 따라 변해야만 한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것에 마음이 동하기 일쑤다. 여기저기 시선을 끄는 것들에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것이다. 갖고 싶고, 얻고 싶고, 누리고 싶은 욕심에 자꾸만 마음이 흔들리는 게 이상하지 않다. 

제 마음을 온전히 붙잡기 어려운 화려하고도 풍요로운 세상이다. 그렇다보니 누군가는 헛헛함을 느끼기도 하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나아가 분노를 참지 못하거나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이들이 눈에 쉽게 체이는 것이다.

그들은 어쩌지 못하는 기분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쉽게 소진한다. 마음의 힘이 없다보니 주변의 흐름에 종종 휩쓸리기도 한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이상과 목표를 자신의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야말로 자아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마치 바람에 휩쓸리거나 물결에 떠밀리는 무력한 파도와 같은 삶이다. 그러므로 공허한 마음 안에 자신을 가두는 행위만큼 잔인한 것도 없다.

그러므로 제 마음의 힘을 기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인생을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맹자는 그에 관한 해법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마음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 養心, 莫善於寡欲

욕심은 마음을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이끌기 마련이다. 욕심을 부리면 마음의 힘이 분산돼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한 곳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욕심을 줄임으로써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은 균형을 잡고 올곧게 서는 것과 같다. 

즉, 마음을 길러 힘을 얻어야 삶의 중심도 세울 수 있다. 이 때야말로 자신의 기분을 다스릴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수시로 이를 새기며 마음을 돌본다면 머지않아 인생의 뜻 깊은 변화도 누려볼 만 하지 않을까.


이다루 작가 /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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