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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애매한 공익채권 기준에 속 타는 아웃소싱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1.06.02 17:17:34
[프라임경제] "저희는 다른 것 다 필요 없어요. 직원들 임금이라도 달라는 거예요."

강남 모처에서 만난 A 아웃소싱 업체 임원은 최근 사건 진행 상황을 묻는 말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배부른 소리라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줄 하나에 목숨을 걸고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부터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 가 싶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 기준으로 부당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간 B 유통사에 판매인력을 투입했던 A 아웃소싱 업체의 대금 청구소송이 기각됐다. 본래 원청(고객사)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도 임금성이나 조세성, 즉 나라에 내야하는 세금의 성격 등이 인정되면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지만 아웃소싱만은 예외다. 

회생법원에서 아웃소싱이 받는 돈은 보통 노동자들의 임금이 아닌 '파견수수료'로 분류된다.  A 업체는 B 유통사에게 받지 못한 대금 수억원을 한 해 백여만원씩 십여년에 걸쳐 지급받고, 나머지는 주식으로 받게 됐다.

기자가 근로자 임금은 '원청이 비용을 안준다'고 버티고 '근로자 임금 책임을 원청에 법적으로 물으면 될 것 아니냐'고 묻자 '말처럼 쉽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정이 어찌 됐건 근로자 임금을 주지 못하면 노동부로부터 경고가 들어오고, 매번 이런 일들로 법정공방을 치르면 타 거래처와의 서비스 질이 집중되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

문제는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알고 악용하는 일부 원청들에 있다. 그들은 입찰을 경쟁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는 특성상 정공법으로 대응하기가 힘든 아웃소싱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금 지급을 의도적으로 미루거나, 의지조차 표명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업계에 비일비재하다"며 "이야기하고 항의해도 부질없는 일로 치부된다"고 토로했다.

파견수수료 안의 근로자 임금마저 공익채권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법원의 결정은 더욱 철저한 검증이 이뤄졌다면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내막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허술하고 무관심한 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다. 

근로자 파견법은 근로자 파견계약, 파견 사업주 및 사용 사업주가 마련해야 할 조치,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에 관한 특례 등이 포함돼 있다. 엄연히 파견근로자도 노동자로 인정되기 때문에 있는 법안들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해당 수칙들을 지키고, 정기적으로 노동부의 감사를 받으며 회사를 운영해나가고 있다.

파견 근로자의 노동력과 임금을 모두 대납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업체들에게 파견 수수료 안에 들어있는 근로자의 임금이 공익성이 없다고 내리는 결정은 업체들이 고용노동부에서 정한 근로자 파견법에 맞춰 정상적인 이행 계약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공익채권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파견 수수료 안의 노동자 임금을 공익적인 성격을 띤 정당한 임금으로 보고, 이러한 피해가 줄어들도록 정밀히 상황을 점검해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지만 관련 법안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억울한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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