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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한국 LPBA에 진출하는 '히다 오리에'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6.03 10:43:30
[프라임경제] 일본 히다 오리에(肥田 織里恵)가 LPBA에 진출한다. LPBA는 한국프로당구협회가 주최하는 여자 3쿠션대회로, 오는 14일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다. 

히다는 세계선수권대회 4번·자국대회 11회 우승을 차지한 세계 톱클래스 선수다. 일본 매체는 그녀를 '살아 있는 전설'로 부른다. 3쿠션은 수구(자기 공)로 3회 이상 쿠션을 거쳐 목적구 2개를 맞히는 게임으로, 유럽과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종목이다. 

한국에 당구가 대중적으로 보급된 것은 일본 식민통치시대였다. 1920년 조선총독부 직원 휴게용으로, 남대문 관사 내 당구대 5대가 설치된 후 민간이 운영하는 당구장이 용산과 명동 등지에 속속 등장한다. 

이때부터 당구는 일본인 외에도 조선인 귀족이나 요식업 등을 하는 부호, 대학생층이 즐기는 신사 스포츠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935년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고점자 자매가 조선호텔에서 묘기 시범을 보였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이에 앞서 일본에는 1853년 나가사키를 통해 포켓볼이 들어오고, 1870년 도쿄에 최초 당구장이 만들어졌다.
 
2019년 2월 출범한 프로당구협회 PBA는 독창적 룰을 선보이며 당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3쿠션 경기는 선수 두 명이 30~50점을 놓고 단판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PBA는 4인 1조 서바이벌 예선을 거쳐 세트제로 결선 토너먼트를 치른다. 여기에 뱅크샷(가라쿠)에 의한 득점을 2점으로 인정하는 룰을 추가했다. 이로써 경기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승부 예측이 어려워졌다. 뜻밖의 우승자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스템이다.

초구 배치 방법도 독특하다. 항상 같은 포지션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PBA에서는 카드를 뽑아 위치를 정한다. 카드 패에 따라 초구를 뱅크샷으로 공격해야 하는 난감한 배치가 나오기도 한다. 

PBA는 이런 실험적 요소를 잘 조화시켜 세계 최초 당구 프로화 성공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PBA 대회는 상금도 파격적이다. 연 6회 개최되는 투어 때마다 우승 상금으로 1억원(LPBA 2500만원)을 내건다. 그간 당구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거금이다. 

'4대 천왕' 중 한명인 벨기에 쿠드롱이나 그리스 카시도코스타스 등 세계적 스타가 PBA에 올인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상금 위력이다. 지난 3월 폐막한 월드챔피언쉽(왕중왕전)에는 남자 3억원·여자 1억원에 달하는 우승 상금이 걸려 전 세계 당구팬을 놀라게 했다. 

PBA 출범 후 일본 남녀 대표급 선수들도 문을 두드렸지만, 성적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편이다. 지난 시즌의 경우 일본 국내대회 3회 우승 경력의 고바야시가 PBA 상금 랭킹 41위, 하야시와 히가시우치는 LPBA 27위와 29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번에도 일본은 남자 2명과 여자 5명이 등록을 마치고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첫 출전하는 히다도 이중 한 명이다. 히다는 일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SK렌터카 위너스' 지명을 받아 팀 리그에서도 뛸 예정이다. 

팀 리그는 남녀 혼성팀으로 대전하는 단체전으로, PBA 투어 중간에 치러진다. 

처음에는 개인플레이에 익숙한 선수들이 제대로 적응할지 우려된 바 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선수들은 벤치 작전 지시를 잘 따랐고, 목소리를 높여 동료를 응원했다. 복식 게임 때는 파트너와 상의하거나 손바닥을 마주치는 일이 자연스런 풍경이다. 

현재 LPBA에는 뛰어난 스타가 많다. 

3연속 우승의 이미래 선수를 비롯해 △원년 3승 임정숙 △왕중왕전 챔피언 김세연 △우승 1회·준우승 3회 김가영 등 LPBA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대표 선수들이다. 이들 외에도 김갑선·김예은·서한솔·김보미·차유람 등 우승 경험이 있거나 우승권에 근접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지난 2월, 시즌 마지막 대회에 등록한 스롱 피아비도 있다. 캄보디아 출신 그녀는 오랫동안 한국 아마추어 정상을 지켜왔다. 스롱 피아비는 지난달 17일 블루원 엔젤스 입단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가장 경계하는 선수로 히다를 꼽았다. 

오랫동안 일본 대표 여류 프로로 명성을 쌓아온 히다가 LPBA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우선 팀동료인 강동궁과 에디 레펜스, 임정숙 등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나아가 양국 당구문화와 당구인 교류 가교가 될 것도 기대해 본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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