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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품발품] GTX-D 원안 사수 "지역 이기주의 아닌, 형평성 문제"

뛰어난 인접성과 부족한 접근성 "김포시민 불만 고조"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1.06.03 11:41:42

지난달 8일 오후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와 김포 시민들이 김포 장기동 라베니체에서 'GTX-D서울 직결·5호선 김포 연장 촛불 집회'를 열었다. ⓒ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프라임경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지난 4월 진행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연구 관련 공청회'를 통해 발표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김포와 하남을 연결하는 일명 GTX-D 노선이 당초 지자체가 건의한 노선보다 대폭 축소되면서 해당 시민들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주요 도심을 연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다. 

국토부 계획안에 따르면, 경기 파주 운정과 화성 동탄역을 연결하는 GTX-A 노선을 비롯해 △B 노선(인천 송도∼경기 마석역) △C 노선(경기 양주∼경기 수원역) △D 노선(김포 장기~경기 부천 종합운동장역) 총 4개 노선으로 나눠진다. 현재 GTX-D 노선을 제외한 3개 노선 모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상태. 

앞서 경기도와 인천시는 각각 국토부에 GTX-D 노선 요구안을 제출했다. 경기도는 김포~서울 강남~경기 하남을 연결하는 노선(68.1㎞)을, 인천시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를 각각 출발해 부천종합운동장을 거쳐 하남까지 연결되는 'Y자 노선(110.27㎞)'을 제안했다. 

이런 지자체 제안에도 불구, 국토부는 결국 GTX-D 노선에 있어 서울 강남과 하남 연결 노선을 제외, 김포골드라인 장기역과 서울 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만 잇는 반쪽짜리 노선에 그친 계획안을 내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남 구간 제외 사유와 관련해 "노선별 사업 타당성, 수도권과 지방간 투자 균형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라며 "지금도 김포 등지에서 지하철 2·9호선 등을 통해 강남으로 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라고 해명했다. 

이런 국토부 판단에 관련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하면서 원안 사수를 촉구하고 있다. 실제 시민단체인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를 비롯한 주민들은 이달 열리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GTX-D 김포~하남 노선과 서울 5호선 김포 연장을 목표로 활발한 시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본지는 직접 김포 장기역 인근을 방문해 현재 상황을 살펴봤다. 

◆주거 환경 "합격" 교통 인프라 "낙제"

수도권 서부 권역은 2기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교통 여건은 열악한 편이다. 특히 김포시의 경우 서울과의 뛰어난 인접성에도 불구, 접근성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도시다. 

서울과 직결되는 노선은 전무할 뿐만 아니라 유일한 노선인 김포골드라인의 경우 혼잡률이 최대 285%에 달한다. 차량 이동 시에도 도로가 좁고 긴 김포시 지형 특성상 이마저도 수월하지 않다는 게 김포 시민들의 입장이다. 

실제 필자가 여의도와 GTX-D 노선 기점인 장기역간 이동 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았다. 

아파트 외벽에 걸린 GTX-D 서울 직결·5호선 김포 연장 현수막. ⓒ 프라임경제

우선 지난달 30일 퇴근 시간이 시작되는 오후 6시경 버스를 이용해 장기역으로 이동해봤다. 

여의도역 9호선에 승차한 뒤 당산역에 하차, 8600번 버스를 타고 1시간20분 가량 이동하면 장기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혼잡한 퇴근 시간인 탓일까. 교통량 급증과 짧지 않은 배차 간격(25분)으로 예상보다 시간이 꽤나 지체됐다. 

열차를 통한 이동 시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여의도에서 김포까지 직결 노선이 없어 9호선 급행을 이용해 김포공항역까지 이동, 김포골드라인으로 환승해야만 장기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최소 1회 이상의 환승을 거쳐야 하며, 이 역시 1시간이 훌쩍 넘게 소요됐다. 

무엇보다 퇴근 시간 접한 김포골드라인은 '지옥철'이라는 악명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파로 인해 초입인 에스컬레이터부터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출·퇴근 시간대인 특성상 배차 간격(3분)이 짧긴 했지만, 현재 2량으로 운행되고 있어 열차 1대당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이 300명에 불과했다. 

"출·퇴근 현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인원도 워낙 많고 배차 간격도 길어 버스나 열차를 2~3대 보내는 건 다반사다. 그나마 버스보단 열차가 이동 시간이 적어 이용하곤 있지만, 최소 1시간 이상은 감안해야 한다."

혼잡한 열차나 답답한 도로 체증에서 벗어나 직접 접한 김포(장기동)는 매우 한산하고 쾌적한 공기를 선사했다. 주변에 △초당마을래미안한강 △한강센트럴자이 △중흥S클래스 리버티 등 브랜드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었고, 한국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라베니체 수변 상가를 비롯해 마트 등 생활 인프라 역시 풍부해 우수한 주거 환경을 누리기에 충분했다. 

필자 이목을 사로잡는 건 이런 배경과 어울리지 않게 곳곳에 즐비하게 걸린 현수막들이었다. 

"GTX-D 원안 사수" "서울 직결·5호선 김포 연장" "6월 확정 없이 대선 없다"

'신도시' 김포는 우수한 주거 환경을 확보했음에도 불구, 미비한 교통 여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GTX-D 노선 축소 여파로 부동산 하락까지 우려하는 눈치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GTX-D 김포~부천 노선 축소 계획안을 발표한 이후 일대 집값이 주춤한 건 사실"이라며 "다만 GTX-D 노선 논란이 점차 확대되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원안 추진'이라는 기대감에 차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쪽짜리 노선에 반발 "이젠 김용선(김포~용산)도 불가"

"시민 대다수 경기도가 이전부터 제안한 '김포~부천~강남~하남'을 잇는 GTX-D 노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당시에도 GTX-D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시민단체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이하 김검시대)' 서형배 위원장은 국토부 계획안 발표 전 시민들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시민단체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서형배 위원장. ⓒ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국토부 계획안에 따른 GTX-D 노선은 김포골드라인 장기역과 서울 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만 잇는 반쪽짜리 노선에 그치면서 시민들은 반기를 들고 나서기 시작했다. 

"대다수 시민이 부천까지만 운영되는 노선은 상상조차 한 적 없었다. 다만 해당 노선이 여의도를 거쳐 하남으로 연결될지, 아니면 부천을 통과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이에 정부가 최근 노선을 여의도와 용산까지 연장하는 '김용선(김포~용산) 검토' 입장을 표명했지만, 반발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을 분위기다. 

서 위원장은 "당초 김부선이 아닌 여의도·용산 노선을 제안했다면 모르지만, 이제야 여론 잠재우기식으로 '김용선'을 내세우는 건 타당치 않다"며 "심지어 김용선 노선은 직결도 아니며, 배차 간격이 길어 시민 출퇴근에 있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GTX-D 노선 불발로 인해 김포 시민들 불만이 고조되자 일각에서는 '집값을 올리기 위한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 

이에 서 위원장은 "다른 2기 신도시와 비교해 교통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결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형평성 차원의 문제"라며 "더군다나 자체 조사에 의하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포 시민이 전체 약 90%를 차지하는 만큼 서울과의 직결 노선은 필수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 김주영 의원(오른쪽)과 김포시(을) 박상혁 의원이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GTX-D 원안사수!' 김포~하남 노선 반영과 서울 5호선 김포 연장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삭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최근 GTX-D 노선 논란이 세간의 화두로 떠오르자 정치권에서도 하나둘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포시는 물론, 경기도·하남·서울·강동구 선출직들도 잇따라 '노선 원안 사수'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 위원장은 "김검시대에 간담회를 직접 요청해 만난 안철수 대표(국민의당)를 비롯해 김포·검단 시민 뜻을 담은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하도록 도와준 권은희 원내대표(국민의당), 매일 서울을 오가면서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김포시의회 박우식 의원 등 많은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표했다.

반면 일부 선출 의원들의 경우 지역구임에도 불구, 적극적인 참석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시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심으로 시민들과 함께하는 적극적 행보를 보여야 시기라는 지적이다. 

한편, 김검시대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의 성원에 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4일 오후 2시에 김포·검단 시민 주최로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하며, 5일에는 김검시대 주최로 국내 최초 언택트 시위도 진행할 계획이다. 

과연 세간의 화두로 떠오른 GTX-D 노선 문제가 그간의 노력에 힘입어 향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성공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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