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단독] 나경원 전 의원, 에어서울 일반석티켓 특석이용..."전 금배지 찬스?"

일반석 티켓 쥐고 특석 이용 '신공'…항공업계, 코로나19여파 사상 최대 적자 '허덕'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1.06.07 11:50:07

지난 3월29일 에어서울 김포발 10시20분 비행기에 나 전 의원 일행이 사용했다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비게 된 '31열 A.B 좌석'.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운항이 전면 중단돼 국내항공사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줄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인원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이 깊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화물기가 없는 저가항공사들은 1~4분기에만 약 2400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심각한 지경이다. 

이처럼 항공업계가 사상 유래 없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한 유력정치인이 일반석 티켓을 구매한 뒤, 값 비싼 특석을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반인들이 누리기 힘든 특별한 혜택의 주인공은 바로 4선 의원을 지낸 판사출신 나경원 전 의원이다. 지난해 21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현재 아무런 공직이 없는 말 그대로 자연인 신분이다. 

이른바 '전 금배지 찬스'라 할 수 있는데 '아빠·엄마 찬스'에 이은 시그니처 유행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권층 셀프우대'를 목격한 본지 기자는 지난 3월29일 김포발 10시20분 에어서울 비행기에 올랐다. 김해로 향하는 A321기종이다. 

정원 200여석에 지정석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차 있었다. 나 전 의원은 비서로 보이는 일행 한 명과 함께였다. 청바지와 캐주얼 차림에 마스크를 하고 있었지만 일반승객들도 그를 단번에 알아볼 정도로 낯익은 얼굴이다. 

기자가 앉은 자리(30열)에서 통로 건너편 뒷좌석(31열)에 착석했다. 이곳은 비행기 꼬리쪽으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내리는데 시간이 5분정도 더 걸린다.

이륙 후 얼마쯤 지나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면서 조용하던 기내가 분주해 졌다. 한 승무원이 나 전 의원 자리에 와서 머리 칸 캐비닛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가 갖고 탄 가방이었다. 

그 순간 출발 전에 그의 동승자가 탑승구에서 승무원과 한동안 얘기 나누던 모습이 떠올랐다.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그들은 승무원 뒤를 따라서 많은 승객들을 뒤로한 채 기나긴 복도를 걸어갔다. 

일행이 멈춰 선 곳은 비행기 앞좌석 '민트존'이라고 불리는 에어서울 지정석이었다. 저가항공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하는 옵션 상품이며, 일반석 보다 공간이 더 넓어 별도에 추가요금(부산은 1인 3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특석서비스는 사전에 온라인과 무인발권기 또는 창구에서 선택 지정하도록 돼 있다.

김해도착 후, 처음 기내 후미에 있던 나 전 의원 일행이 선두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된 경위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에어서울 승무원은 "나 전 의원 측이 이륙 전에 와서 급한 용무가 있으니 자리 이동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본사에는 이륙 직후 보고했고, 상부에서 내린 결정이다"라고 답했다. 당시 승무원 입에서 그들이 추가 요금을 지불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기자는 이날 나 전 의원과 한차례 더 마주쳤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서 오후 1시30분에 진행된 박형준 당시 부산시장후보 유세장에서다. 김해공항에 내려 이곳 유세장까지 승용차로 35분 소요됐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도 시간은 충분히 넉넉했다.

김포공항에서부터 동선이 겹쳤던 나 전 의원은 유세차에 올라 "이번 보궐선거는 정권을 심판하고 혁신하는 날"이라며 현 정부의 무능과 위선을 지적하고, "(민주당은) 그동안 얼마나 착한 척과 여성 인권을 위하는 척을 했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3월29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부산시장후보 유세장에서 나 전 의원이 시민들의 환호에 주먹인사로 화답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그러면서 "얼마 전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를 봤는데, 대한민국이 창피한 나라가 돼버렸다"며 "보고서의 (부패, 성추행 등) 항목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이 열거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유세장에 나온 부산시민들의 뜨거운 환호성을 이끌어 냈다.

한편, 과거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로 '엄마·아빠 찬스'의 불똥이 나 전 의원에게 뛴 적이 있다. 논란 중 하나가 딸에 관한 성신여대 부정 입학 특혜의혹이었는데,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그는 이에 "장애인인 딸과 자신의 인격을 말살하는 허위"라고 반발하고, "(장애인에 대한) '특혜'와 '배려'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준석,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등과 함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에도 이름이 올라있다. 나 후보는 "본인은 혜택을 받고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 아니냐"면서 이준석 후보를 겨냥 "(기회는) 공정해야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