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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윤미향 날린 송영길의 '작심'…'변화맹시' 거부 몸부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6.08 16:08:06
[프라임경제]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칼을 뽑았다. 부동산 의혹에 휘말린 12명의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자진 탈당을 8일 공식 권유함으로써, 읍참마속을 통한 명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의원들이 거부할 경우 제명 조치 수순도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취임 이후 당·정·청 관계 정립을 둘러싼 장고에서 대등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기로 결단했다는 풀이가 제기된다. 

청와대와 충돌이나 파열음도 감수하는 등 각종 정책적 시도에서 여당 선장으로서 확실한 색깔 내기를 하는 움직임이 앞으로 강해지는 신호탄이 이번 부동산 의혹 정치인의 '대량 정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국민권익위원회(옛 부패방지위원회)가 소속 의원과 그 가족 의혹의 조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민주당이 빠르고 명확히 살을 도려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권익위에서 명단이 넘어오자 당혹해 하면서 발표를 미루는 상황이 연출됐다. 두 자릿수 의원의 연루에 부담스러워 하거나 곤혹스러워 한다는 풀이가 제기됐다. 

의혹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 공개 등을 정리한다는 소리가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자, 외통수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소리가 되는데, 이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민주당 출신 정치인(전현희 전 의원)이 권익위원장으로 있기 때문에 과도한 조사(시비 걸기 명단 통보)라는 정치적 공세가 불가능했다. 

특히 권익위는 과거부터 부패방지 사건을 조사하던 주무기구라서 전문성에도 의문이 적다. 이렇게 갈팡질팡 구도가 조성되자,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이러려고 검찰 수사나 감사원 조사를 마다한 것이냐"는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 의혹으로 자진 탈당을 공식 권유받았다. ⓒ 연합뉴스

결국 송 대표 의중이 반영돼 빠르고 확실한 정리로 가닥이 잡혔다. 

윤미향 의원 등 12명의 명단은 물론 세부적인 의혹 분야가 함께 공표되면서, 자진 탈당 권유 형식으로 처리한 것이다. 

특히 일본군 종군위안부 관련 횡령 논란을 받으면서도 당에서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아 일각에서 '천하의 윤미향'으로 조롱받던 윤 의원까지도 포함됐다. 부동산 의혹에 말려들면 관용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적당한 초강수 조치로 부각되기 좋은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고 가자, 재검증부터 하자는 일각의 제의를 단칼에 자른 송 대표의 의중은 무엇일까? 그는 다음 총선이 3년쯤 남은 상황에서 굳이 여당이 정치적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는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행여 오해나 누명이라 손치더라도, 검증으로 이를 벗은 후에 복당 등) 깨끗이 돌아오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변에 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절박하다. 송 대표는 지난달 초 취임 직후 당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재정비했다. "아파트 환상을 버리라"던 말로 구설수에 올랐던 진선미 의원이 지휘봉을 잡아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을 깐 조치로 풀이된다. 

대신에 세제 전문가인 김진표 의원을 특위 위원장에 새로 꽂았다. 후속 대책 마련에 확실히 종지부를 찍겠다는 인선 조치로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당이 확정한 부동산 보완책은 1주택자 재산세를 일부 감면하고 무주택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풀어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재산세 감면도 급등한 공시가격을 감안하면 평균 몇만원 정도 줄어드는 수준에 그쳐 비교가 민망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관심이 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감면은 내부 합의조차 못하고 있다. 

이는 친문 라인에서 ‘부자 감세’라며 송영길식 정책 색깔 내기에 어깃장을 내서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민주당이 이번 주 공청회와 의원총회 등을 거쳐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매듭지을 것이라는 소리도 나오지만, 사실상 친문 강경파의 반발을 넘어설 수 없다는 회의론 역시 높다.

종부세 감면을 놓고 오락가락하던 특위는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서 '공시가격 상위 2%' 주택으로 바꾸는 카드를 만지고 있다.

결국 반대론자들의 비아냥 즉 "김진표가 웬 말이냐"는 소리처럼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물론 친문 반발에 발목이 잡힌 것도 있으나, 색채가 불확실한 인사를 써서 혼란을 빚었다는 책임론 역시 송 대표 쪽으로 돌아가는 부메랑 논란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

천하의 윤미향 조차도 날리는 초강수를 둠으로써, 당내 친문 등에 경고를 보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청와대의 잘못을 대대적으로 비판하는 방식으로까지 정권 말기 선 긋기를 하지는 않을 테니, 여당 지도부의 행보에 불필요한 공세를 자제하고 일을 제대로 해 나가자는 심기일전을 요구했다는 메시지 풀이다.

일단 당장, 특위가 집값과 상관없이 종부세를 내는 납세자를 2% 비율로 못 박겠다고 나서는 것이 주목을 끈다.

금액이 아닌 비율 과세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해마다 종부세 기준 금액이 달라지니 납세자 본인이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어 조세 체계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더 이상 좌고우면하기에는 송영길호에게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절충론으로 친문이나 청와대와 불필요할 정도의 충돌은 면하면서, 연착륙을 제시하는 어려운 정권 후반부 여당의 역할을 최대한 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므로, 주택시장 침체기엔 집값이 떨어져도 종부세 대상에 포함돼 조세 저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은 우선 순위에서 일단 뒤로 돌릴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다.

부동산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운 다음에는 한층 단호하게 청와대와 정책적 대화 내지 논쟁을 통한 여당 위상 제고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당대표 취임 직후부터 원전 문제 등 불편한 소리를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했던 송 대표의 성격을 볼 때, 집권 초반부 같은 청와대가 마냥 우위에 서는 관계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쓴 약도 준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밀어붙일 전망이 나오는 것인데. 바꾸어 말하면 여당 지도부가 '문재인 맞춤형 심기 보좌'를 하지는 않으면서 때로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을 마다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된다. 

그렇잖아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한 유력지와 가진 인터뷰가 공개(8일자 종이신문)되면서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여당 내 문제적 현상'에 대한 위기감이 부각되고 있다. 양 전 원장은 '변화맹시'라는 학술용어를 들어 민주당 내 문제점을 지적했다.

즉 그는 "변화맹시의 시작은 박원순 전 시장 시민장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부동산이나 LH사태는 발화점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후보가 부족했거나 재보선 전략의 요인은 적다고 생각한다. 이미 그 전에 유증기처럼 민심의 불만이 가득 차있는 상황에서 각종 도화선이 생긴 것 뿐이다. 너무 많은 중도층 여론을 '태도 보수'로 돌려버린 게 패인이라고 본다"는 양 전 원장의 지적과 송 대표가 지금 품은 의식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읍참마속으로 LH 사태 여파가 정권을 흔드는 현 상황을 어떻게든 안착시켜 보려는 송 대표의 움직임과 그 효과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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