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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재인 대통령의 검사, 김오수 검찰총장의 맞춤법 검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6.09 10:12:35

[프라임경제] 김오수 검찰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부에서 직접 수사를 극히 제한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을 추진하는 와중에, 대검이 이는 법률에 위배된다며 이의를 제기해서다. 형사부 검사들의 직접 수사를 대폭 제한하고, 직접 수사 개시 때 법무부 승인을 얻도록 하는 게 골자다.

당연히 현행 검찰청법은 물론 형사소송법 정신에도 어긋나는 처사다.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이자, 경찰 등 기관의 수사 전반을 지휘하던 위치에서 수사 권한을 대폭 내려놓고 공소 유지(재판 진행)에만 집중하는 법률 전문가 지위로 바뀐 것은 여당의 밀어붙이기 입법에 의한 측면도 크지만, 일단은 시대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치자. 

그러나 새로운 법들의 구조에서도 6대 중요 범죄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즉 검찰을 공소청으로 격하하자는 주장)'을 외치지만 스스로 무리수이자 정치적 편파성 논란 때문에 입법 추진은 자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법무부에서 직제를 개편한다는 일명 내부 시행령 손질로 검사들의 손발을 사실상 완전히 묶고, 또 매번 법무부의 허락을 얻어야 수사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상위법 우선 원칙은 물론, 검사에게 법관에 준하는 독립성과 지위를 보장하는 헌법 체계에도 정면 배치되는 시도다.

대검으로서는 당연히 이에 반대하는 게 맞다. 김오수 총장이 대검은 물론 검찰 전반을 지휘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대검이 이 같은 의견 개진을 하게끔 허용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주도하는 게 옳다.

그런데, 반발이 나온 바로 얼마 뒤인 8일 저녁 회동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정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9일 오전 기자들을 만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총장을 만나) 직제개편안에 대한 견해차를 상당히 좁혔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는 취재진에게 "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면서도 "워낙 심각한 문제로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뵙자고 그랬고"라고 설명했다. 특히 "법리 등 견해차가 있는 부분에서 상당 부분 좁혔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상 대검의 반발에 검찰총장을 직접 불러 조율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 같이 김 총장이 법무부의 독주에 끌려갈 것이라는 우려는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대두된 바 있었다. 분석하는 이에 따라 다르지만, 김 총장을 사실상 친정권 검사 중 하나로 보는 시각이 상당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그가 새 총장이 된 이후, 박 장관의 인사 무리수가 나왔다. 일명 윤석열 라인을 대거 좌천시킨 데다, 인사 압박을 미리 공표해 적잖은 검찰 간부의 사표를 받기도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검에서는 "총장 의견이 많이 반영돼 다행"이라는 쌩뚱한 반응을 내놨다. 대한변호사협회조차 검사가 피소되면 수사 영향력을 배제하는 관행이 타당한데 오히려 승진을 시켰다며 '이성윤 고검장 영전'에 쓴소리를 하는 와중에 눈을 꾹 감아 버린 것이다.

수사직제를 시행령으로 어물쩍 고치는 일은 어쩐 일로 대검에서 반발했지만, 당연히 저렇게 바로 불러다 '마사지'를 하는 게 어찌 보면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하겠다. 톤다운을 곧바로 내놓을지 어물쩍 모른 척 할지는 모르나, 앞으로 대검에서 이 문제로 계속 강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이게 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사(檢事)를 바라보는 시각의 왜곡, 그는 자신의 옛 상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것을 검찰의 강력한 수사가 아니라, 망신주기식 수사 때문이라고 본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심지어 조국 전 장관 같은 문제적 인물을 그 유관 부처 수장으로 보내는 식으로 검찰을 욕보이는 것도 모자라 "마음의 빚이 있다" 운운해서 사람들을 기함하게 했다. 이런 시각을 가진 청와대 주인이 발탁한 박범계 장관은 박상기-조국-추미애로 이어지는 이번 정권 법무부 장관 퍼레이드에 남부럽지 않게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그 와중에 김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발탁됐으니, 일각에선 검찰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맞춤법이 틀린 것까지 문제 삼는 세태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맞춤법은 조금 틀릴 수도 있다. 대졸자라고 평생 한국어 사용했다고 100% 다 어법에 맞는 말만 하고 옳은 글만 쓰며 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저 맞춤법 논란의 기저에는 왜 고위 검사는 다른 이들이 이제 쓰지 않는 옛 양식을 부득부득 구해서 아버지 직업을 자랑하고 또 그런 와중에 채용이 되는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깔려 있다. 사람들은 이걸 해당 기구에서 알아서 기어서 뽑아준 게 아니냐고 합리적 의심을 할 당연한 권리가 있다.

특히, 그 와중에 맞춤법 검사 운운하는 것은 왜 맞춤법도 틀리는 사람이 남들 다 부러워 하는 곳에 채용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행간에 숨긴 간단한 표현이라는 점을 우리는 다들 알고 있다.

아버지 백그라운드가 아니고서야, 맞춤법조차 틀리는 이가 거길 들어갈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내 아들 맞춤법까지 까지 말라는 식'의 말이 나오는 것은, 고위 검사의 사회적 감수성 부족 내지 백치 상태를 방증한다. 조국 전 장관의 아들과 딸이 입시 부정 논란을 빚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백그라운드 비리 소식을 국민들이 들어야 하는가? 

이게 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의 빚 운운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사회 정의와 상식 기반을 흔든 때문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도 있으나, 이는 고위 공직자로 평생 밥을 먹은 김오수 총장 개인의 상도덕 문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검사(檢事)관에 맞추어 그 시각에 부합하게 검찰을 이끌기로 혹은 망가뜨리기며 살기로 김오수 총장이 스스로 결심했다면, 9일 오전 '박범계 발언'처럼 그렇게 매번 이견 좁히는 부끄러운 일이나 하며 임기를 채워도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다만 부끄러움을 안다면, 집에 가서 아들 맞춤법 검사(檢査)라도 해 주는 자상하고 가정에 시간 많이 할애해 주는 전직 검사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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