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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외명품 장삿속 알면서도 '국제 호갱' 자처하나

 

윤인하 기자 | yih@newsprime.co.kr | 2021.06.09 13:34:25
[프라임경제] 최근 해외 명품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가격인상 횟수를 늘리고 있다. 업계에 말하는 이른바, 가격인상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다. 지속적인 가격인상으로, 지난해 같은 명품도 한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프랑스 등 유럽에 비해 20% 가량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지난해 내수 침체기에도 해외 명품시장만큼은 웃었다. 백화점 명품 매출비중은 2019년부터 지속 상승했다. 이 시기에 억눌러온 소비 욕구를 명품소비로 해소하며 보상을 받는 한해를 보낸 것이다. 오히려 가격인상을 해도 수요가 따르니 기업들은 한국 소비자 눈치 볼 일이 없다. 

한국 소비자들은 국내 장바구니 물가에는 민감해도 명품의 가격인상에도 관대하다. 비쌀수록 지갑을 열며 이를 드러내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 이면 '호갱' 또는 을(乙)의 입장을 자처한 셈이다. 

이는 계속 지적돼 온 문제다. 이를 아는 기업들이 한국에서 '배짱 영업'을 하는 것도 한두 해는 아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지나친 명품 소비를 부추기는 문화를 지양해야 한다. 

우리가 경쟁하듯 소비에 열을 올려도 이 기업들이 대부분의 이익을 배분하는 곳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이들의 본국인 점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구찌·샤넬 등 일부 기업은 지난 2015년 법인형태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향하기도 했다. 유한회사는 현행 외감법상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돼 자체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한국이 이들의 구체적인 재무제표를 확인하기도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또 최근 몇년 사이, 명품시장 주요고객의 연령층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명품 소비자 가운데 MZ세대 비중은 45.2%로, 2019년(25.6%)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요즘 1020세대 커플들이 70만원 가량의 운동화나 50만원이 넘는 티셔츠를 기념일마다 서로 선물하는 일은 흔하다. 몇백만원 어치 명품을 구매하고 SNS 또는 커뮤니티에 인증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명품기업은 아예 이들을 겨냥해 국내 아이돌, SNS 인플루언서, 인기 가수 등을 엠버서더(브랜드 홍보대사)로 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를 자주 접하며, 유행에 민감한 이들을 자극하기란 더 쉬웠을 것이다. 

명품기업들이 이들을 겨냥하는 이유는 지나친 가격 인상과 타성에 젖은 경영으로 이전 세대로부터 한번 외면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명품시장에 뛰어든 MZ세대의 소비는 꽤 대범한 양상을 띤다. 업계나 미디어는 이들을 '큰 손'이라 부르며 대우하고, 이른 아침 백화점 앞으로 줄을 세운다. 

그러나, 소비습관이 형성되는 시기인 1020세대의 명품 소비를 부추기는 일이 과연 옳을까. 이들은 명품 구매에 필요한 재화를 부모님으로부터 또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10대 청소년 1000만원 명품 언박싱(unboxing)'과 같은 영상의 댓글창에서는 '명품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라는 의견과 '상대적 박탈감 부른다'는 의견이 계속 대립각을 세운다. 

명품 소비를 단지 개성의 표현이자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말하기에는 따르는 책임이 크다. 명품 소비 자체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를 조장하는 분위기는 문제다. 

이들도 과시하기 위한 소비를 지양하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문화로 점차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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