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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주사파 대결 송영길, 이젠 '룰의 정치:부동산 전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6.10 08:55:37

[프라임경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걸음이 무겁다. 같은 당 소속이자 대학 동문으로 오랜 정치적 도반이었던 우상호 의원을 부동산 의혹으로 쳐 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고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 의원에 대한 절절한 심경을 밝혔다.

우 의원은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탈당 권유 내지 출당 대상이 된 12명의 현직 의원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실제로 집안 묘소 조성을 위한 구입 케이스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6세대 대표 정치인 중 하나인 우 의원은 송 대표와 공안 정국 당시 이한열 열사 장례를 함께 준비한 인연이 있다. 우 의원은 연세대 국문과 1학년을 마치고 강제징집으로 군복무를 마친 직후였고, 사건 당시 송 대표는 인천에 내려가 노동운동에 투신 중이었다. 그야말로 우 의원을 '읍참마속'하고 부동산 전쟁에 나서는 양상이다. 

◆송영길 대 송영길의 싸움, 결론은 '명분'

송 대표는 LH 사태에서 확대된 정치권 전반의 부동산 의혹에 관해 권익위 조사를 의뢰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두 자릿수가 나오는 최악의 국면은 생각치 못했다는 소리가 나온다. 

다만, 결과를 받아들고서는 "(억울하게 의혹을 받은 경우라면 이를 해소하고) 깨끗이 돌아오면(복당) 되지 않겠나?"라고 상황 판단과 결단을 내려서 당 전반이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막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아픈 손가락인 '전세 우상호'였다. 우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는 등 정치적 비중을 키우며 지금껏 풍운아로 살아왔다. 다만 자기 집을 갖고 있지 못하는 등 가정 경제적으로는 보통의 중진 의원급 대비 조촐한 형편이었다는 게 이번 농지법 논란 국면으로 새삼 부각되고 있다.

송 대표도 농지법 논란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권익위 조사가 전부 무오류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선처를 해야 하는지 '선별 구제' 생각에 한동안 흔들린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안티스럽게 표현한다면' 자신이 미리 쳐 놓은 덫에 걸렸다고 할까, 그보다는 드라이하게 평가하는 게 더 옳겠는데 송 대표는 자신이 해 놓은 말에 스스로의 흔들림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그렇잖아도 공직자가 투기로 돈 벌어선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를 원칙으로 세우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고, 그 와중에 새 당대표로서 역할론을 주문받은 게 바로 송 대표였다. 

특히 송 대표가 그동안 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발표 전까지 "출당 조치를 하겠다"고 계속 엄포를 놓은 점은 송 대표가 약간 흔들릴 때 다른 당 관계자들(일부 최고위원 등)이 그에게 송 대표 자신의 그간 발언을 상기시키는 도구가 됐다. 즉, 자기가 미리 세운 원칙이 농지법 같은 경미한 경우(이 법 위반은 벌금형으로 끝난다)까지도 모두 전수 공개와 당에서의 배제 조치로 결론내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사태' 등 법치 대신 인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문재인 정부가 받고 있는 와중에, 집권 여당에서 원칙론 즉 룰의 정치가 바로서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절절한 심경을 극복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셈, 그리고 40년 지기이자 81학번 동기 대신 사회적 대의를 택한 셈이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시절 감옥에 갇히는 고생도 감수하고, 출옥 직후 DJ 진영의 정치 입문 제의도 뿌리치고 노동 현장으로 떠나던 시절의 소신을 여지껏 잃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주사파와 대결하고 원전 디테일 매달리던 원칙론자

그는 1987년 대선 당시 YS와 DJ 후보 단일화 논의에 참여했고(일부 운동권에서는 논란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DJ를 밀자는 '비지 운동' 즉 비판적 지지를 택함), 노동 현장에 실제 부딪히며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당시 고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인연을 깊이 맺은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얘기다.

한편, 그가 학교를 떠나 노동자로 현실 투신을 할 무렵 학생 운동 후배들이 '주체사상'에 급격히 경도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핵심 트렌드위상까지 꿰어차지는 못하고 있던 주사파 논리가 오랜 군사독재와의 대결 흐름 속에서 부각됐던 것이다. 

현실에 대한 염증으로 다른 독소 논리에 이끌리는 셈인데, 이런 주사파 확산 상황에 그는 대단히 비판적으로 맞서는 용기있는 고립을 택했다. 학생 운동 전반의 대의는 이게 아니라는 원칙에 기반한 도발이었다는 풀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추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송 대표의 이런 뚝심은 노동 운동과 인권 변호사 활동 뒤 제도 정치권에 입문한 다음에도 때때로 드러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예를 들어, 2019년 1월 집권 초인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탈원전을 밀어붙일 때의 행보를 들 수 있다. 

그는 탈원전 자체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신한울 3호 및 4호기는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송 대표는 "원전 1기(의 경제적 효과)는 약 50억달러에 달해 수출 시 중형차 25만대나 스마트폰 500만대를 판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점도 거론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논의 과정 자체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문제까지 어물쩍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도매금 우려'였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그는 훗날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청와대를 떠나게 됐고, '흑석 김선생'으로 조롱받는다)은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서 정리됐다"며 추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송 대표는 또박또박 원칙론으로 이를 반박해 버린다.

송 대표가 청와대 등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대항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던 국무총리 훈령을 살펴보면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한정·집중된 위원회이지 신한울 3,4호기 문제가 공식의제로 되는 조항이 없다"며 "실제 집중논의 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다시금 토론 불을 붙이자 이견이 잦아든 것.

특히 "7000억원이 되는 (신한울 3·4호기)매몰비용 문제도 제대로 검토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뭔가 미진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며 "실제로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여부에 한정되었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고 제대로 된 검증, 원칙적 행보를 당과 청와대에 재차 주장했다. 

그런 그이기에 부동산 의혹을 해소하고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를 안착시키지 못하면 다음 정권도 민주당에서 배출하는 것이 어렵다는 위기감과 사명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개인적 안타까움보다는 당연히 대의를 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작심' 상황에 여당이 제대로 '부동산 칼질'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 그 과정에서 때로는 친문 등 당내 동지들조차도 치열한 논파 대상이자 극복 대상으로 삼는 모습도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연히 그 친문 등과의 논의, 새로운 명분과 룰을 세우고 확인하며 그에 따른 세부적인 수단들을 택하는 과정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되겠고 또 그 와중에 송 대표가 꼭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그 과정의 드라마 자체가 의미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은 분명 민주당의 자산이 될 전망 역시 부정하기 어려운 축복이다.

◆신참 고민정까지 정면도전, 친문과의 '부동산 룰의 전쟁'   

그가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은 현재 제동이 걸려 있다. 11일 민주당 내 부동산 대책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 그의 부동산 룰 구상을 살피는 것은 현재 친문 등 강경파의 움직임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일하다 대변인으로 승진한 뒤, 지역구 초선 의원까지 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SNS에 글을 올린 상황을 두고도 말이 많다. 친문 내지 청와대 복심을 자처하는 이들이 선수 등을 무시하고 '송영길 체제' 전반과 계급장을 떼고 싸우려 드는 분위기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고 의원은 "현재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세금'이 아니라 급격히 올라버린 '부동산 가격'에 있다"며 "공시가 9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한 3.7%를 위한 정책이 아닌 96.3%를 위한 정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라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송 대표는 지난달 취임 직후 당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재정비했다. 물론, 보수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송영길 체제로 바뀌었다고 해서 여당이 확정한 부동산 보완책을 내놓은 게 뭐 있느냐고 비판한다. 실제로 1주택자 재산세를 일부 감면하고 무주택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풀어준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은 뼈저리다.

재산세 감면도 급등한 공시가격을 감안하면 평균 몇만원 정도 줄어드는 수준에 그쳐 비교가 민망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관심이 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감면은 내부 합의조차 못 마무리한 상황. 

이는 친문 라인에서 '부자 감세'라며 송영길식 정책 색깔 내기에 어깃장을 내서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민주당이 이번 주 공청회와 의원총회 등을 거쳐 11일에는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매듭지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가운데 송영길식 정책이 이번에 공식 출생을 할지 주목된다. 예를 들어, 일단 특위가 집값과 상관없이 종부세를 내는 납세자를 2% 비율로 못 박겠다고 나서는 것이 주목을 끈다.

금액이 아닌 비율 과세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는 목소리가 물론 있다. 해마다 종부세 기준 금액이 달라지니 납세자 본인이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는 이른바 조세 안정성 미달 논란도 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더 이상 좌고우면하기에는 정권과 여당에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이 송영길호의 판단이자 대안으로 제시하는 새 항로다. 

결국 친문이나 청와대와 상당한 대결은 감수하더라도, 치명적인 충돌은 면하면서 연착륙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선에서 룰 전쟁을 매듭짓고 싶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어려운 정권 후반부 여당의 역할을 최대한 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친문이 룰이나 원칙이 아닌 문재인표 정책 알맹이를 지키자는 특정 보위론에 너무 매몰돼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겠느냐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면하면 송영길 체제의 도전은 나름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의 발걸음만이 아니라 어깨도 무거운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어깨가 무거운 상황에 일말의 기대감이 실리고,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 또한 '정치인 송영길'에게 실리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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