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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누들' 업히려던 '이선호', CJ 유수면 리스크에 발목

 

임혜현·추민선 기자 | tea@·cms@newsprime.co.kr | 2021.06.11 17:56:52

[프라임경제] '이재현 일가'의 경영 수업 시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연초에 이선호씨가 1년 4개월의 공백을 깨고 일선으로 돌아온 가운데, 그가 비비고 만두가 일으켰던 'K푸드 열풍'의 2막을 쓸지 주목된다. 그가 다름아닌 CJ제일제당(097950)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부장) 자리를 받아서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언론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CJ그룹 측이 조급해 하고 있고, 또 그만큼 기대 역시 크다는 풀이가 나오는 대목이다. 

고 이맹희씨와 달리,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로부터 대단한 사랑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맏아들과는 불화했을 망정 장손까지 내치지는 않은 셈. 

삼성 신화를 가능케 한 기둥 중 하나인 CJ제일제당을 맏손주 몫으로 정해 떼어준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이 회장의 좋은 성품만을 물려받았다고 알려졌던 이 부장이 이전에 논란을 빚은 것이 의외이긴 해도, 결국 이 회장 건강 문제 등으로 빠른 복귀와 승계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금년 초 인사 이후 구도를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미국 시장 등을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한편, 현지 기업과의 협력(혹은 인수)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는 역할을 이 부장이 현재 맡은 보직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유의미하다. 부각될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부친인 이 회장이 글로벌 M&A 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와 일정 부분 연결해서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2018년 11월, CJ 측이 CJ블로썸파크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한 상황을 새삼 주목해 보고자 한다. 이 통합연구소는 보안이 철저해 사진 촬영은 물론 외부인이 발을 들이는 자체가 어려웠던 공간. 

당시 회사에서는 '4세대 냉동면'에 대해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회사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HMR면 시장 활성화를 언급하고 "한식에 면을 결합시킨 '케이누들' 개척에도 힘쓸 것이다. 당장 내년 1월(즉 2019년) 비비고 얼큰칼국수를 미국에 수출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에서 보듯, 미국 등 시장에 우리 국수를 뿌리내리는 것은 오랜 숙원이었고, 이 부장 해외 관련 보직 배치도 이 궤도 선상에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

CJ제일제당이 대대로 국수 명가였다는 점을 새삼 언급치 않더라도, 국수를 통한 해외 시장 확대 그리고 차세대 국수로의 발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방향성을 다짐한 것으로 당시 행보를 풀이할 수 있다. 

냉동면을 끓는 물 없이도 풀어서 먹을 수 있는 일명 '유수해동법'을 사용한 제품인 '유수면'이 근래 출시된 것도 꼭 국내용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즉, 해외의 '편리한 국수'에 대한 니즈를 노린 게 아니냐는 말을 낳는다. 

잠깐의 트렌드를 발빠르게 잡아낸 것일 수도 있지만, 매운 맛의 비빔면 하나만 내놓는 대신, 들기름막국수 등의 외국인들에게도 소구할 만한 맛을 개발해 놓은 점도 그 징표 중 하나라는 것.

'레드카펫:이선호 부장의 복귀 부각 전용' 중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는 유수면은 그러나, 연구진의 피땀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떡진 식감, 쿠크다스처럼 부서진다는 등 다양한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마케팅팀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즉, 원래 냉동 상태를 잘 유지한 상태로 소비자가 손에 넣으면 꼭 권장조리법대로 '흐르는 따뜻한 물'에 헹구지 않고도 즉 찬물로만 헹궈도 어느 정도 탱탱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냉동이 일단 한 번 풀리면 면 상태가 급속히 나빠져 지시지대로 처리해도 떡지거나 뚝뚝 끊기는 면 식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 

새벽배송이나 로넷배송 같은 판매유통 방식, 혹은 대형 할인점 판매 등을 통해 냉동 사정의 유지와 확보를 추구했으면 간단했는데, 자체 홈페이지에서만 팔고 그걸 또 일반택배로 보내주는 엉성함으로 일을 망쳤다는 지적으로 귀결된다.

간단히 말해, 마케팅 라인에서 제대로 수고스럽게 만들어 낸 연구진의 작품을 보다 편하고 잘 팔 방법 궁리나 사고 발생의 시나리오 대처에 게을렀던 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

이 같은 실수나 실패가 글로벌 마케팅에도 겹쳐서 악영향을 미친다면, 이 부장의 경영 승계에도 시나브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노심초사 지원사격 중인 CJ나 CJ제일제당 관계자들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다.

이 회장과 CJ그룹은 이 부장 남매에게 '신형우선주' 카드를 활용해 밀어주기를 한다는 소리가 현재 많다. 이 부장 남매는 장중에서 계속 신형우선주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CJ4우'를 나중에 보통주로 전환시키면 남매의 CJ 지분은 자동으로 늘어난다는 계산이 깔린 행보다. 

CJ그룹 지배구조 중심은 지주사 CJ다. 현재 최대 주주는 이재현 회장(지분 42.1% 보유)지만 이 부장 남매는 각각 1.19%, 2.75%에 그친다. 미미하지만 신형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자연스럽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치열한 시나리오가 전개 중인 상황이다. 

일개 직원들의 월급루팡 행보, 국수 마케팅 실패가 이런 치열하고 공든 방죽을 무너뜨릴 개미구멍이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탄식은 귀담아 들어볼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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