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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간 20대 청년 감금…알고 보니 부모가 가해자

"종교 갈등이 원인인 듯" 피해 청년 "개종 관계자 철저히 수사, 처벌해야"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1.06.18 10:31:00

[프라임경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한 20대 청년의 다급한 목소리가 굳게 닫힌 문틈 사이를 통해 텅빈 복도를 쩌렁 울렸다. 지난 11일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18일동안 감금 됐던 한 청년이 경찰과 119구급대에 의해 긴급 구조되는 일이 발생됐다. 부산 남부경찰서 광민지구대에 따르면 사건 당일, 이곳 오피스텔 현장에는 피해자인 청년 A 씨와 부모, 그리고 교회 관계자가 함께 있었다.  

A 씨의 구조 요청을 받은 최초 신고자 B 씨는 "거의 매일 함께 공부를 해왔는데, 몇 주 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며칠 전 진행된 공무원 시험에도 응시하지 않아 이상해 하던 차에 이 친구로부터 구조 요청 이메일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11일 오후 3시 경 신고를 받은 경찰이 오피스텔에 도착, 10 여 분 동안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순간 갑자기 안에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은 119 구급대에게 문 개방을 요청해, 청년을 구출해낼 수 있었다.

경찰과 119 소방대원들이 A 씨가 18일 간 감금된 부산 남구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있다. ⓒ 제보자

경찰은 현장에 있던 이들 모두를 임의동행해 이송했다. 지구대 조사 이후, 부모와 교회 관계자는 귀가 조치 됐고, A 청년은 지인의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18일 간 감금됐던 A청년은 사건 경위에 대해 "지난 5월 24일 밤 11시 쯤 귀가했다. 그런데 집 앞에서 부모님이 급하게 나오시면서,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 지금 병원으로 가야 한다면서 지하 주차장으로 저를 데리고 갔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외삼촌과 큰 이모부가 있었고, 차량 뒷자석 가운데에 제가 앉고, 양쪽으로 큰이모부와 아버지가 앉았다"고 설명했다.

그후, 차량은 부산 수영구 인근을 몇 번을 돌다가, 새벽 2시 경, 오피스텔에 도착했고, 구조되던 날인 11일까지 부모와 함께 그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A 씨느 오피스텔 도착 전, 차 안에서 아버지와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차 안에서 아버지가, 네가 다니는 교회가 어딘 줄 안다. 지금부터 성경 비교 공부를 해보자, 그리고 그렇게 오피스텔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 후, 오피스텔에 감금된 일주일 후부터 부산에 있는 어느 교회 강사라고 하는 P 씨가 와서, 월, 수, 금, 주 3회, 오후 2~3시부터,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개종을 위한 상담과 성경 비교 교육이 시작됐다.

A 씨에 따르면 부모에게 P 씨의 교육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휴대폰 등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이 단절된 채, 그리고 P 씨와 또 다른 한 사람과의 상담이 시작됐다고 한다.

A 씨는 "부모와 강사 P 씨가 여러 차례 전화 교환을 하는 것 같았다. 만일 상황이 잘 못 될 시 모든 책임은 부모가 져야 한다는 대화 내용이었다. 그리고 각서 같은 서류 한 장을 저한테 읽어보라고 했고, 거기에는 부모의 서명이 들어있었다"고 그 당시를 설명했다.

A 씨는 그 서류 내용에 대해서는 네 가지 조건이었는데, 그 중 두 가지에 대해서만 기억했다. A 씨는 "첫 번째가 이 교육에서 상담을 하는 강사가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잘 못 됐다고 하면 교회를 다니지 말고, 만일 강사가 이 종교를 인정하면 부모도 인정한다. 그리고 여기서 교육을 받은 시간만큼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똑 같이 교육을 받겠다는 합의서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부모도 잘 못 된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며, 교육이 끝나고 나서 고발을 하던지, 그건 차후에 문제라고 계속 저를 회유, 압박하고 교육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부모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아버지는 무교이며, 어머니는 석가탄신일 등 1년에 몇 번 절에 가는 불교신자다"라며 "어떻게 부모가 교회 관계자를 알았는지, 누군가 뒤에서 이를 지휘하지 않았다면, 결코 부모는 이런 행동을 하실 분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종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인터넷이나 지인들에 의해 알게 됐다. 부모님이 아무래도 그런 조직에 이용 당한 것 같다. 경찰 조사에서 사주한 인물과 조직이 누구인지도 철저히 밝혀내 주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종교·가족 관련 사건 앞에 서면 작아지는 경찰?   

현재 사건은 부산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배정돼,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 씨가 요청한 신변보호요청, 부모님 등 접근금지, 스마트워치 등을 경찰에 요구했지만, 신변보호요청은 기각됐고, 100m 접근금지 요청은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위급 시 경찰과 핫라인으로 연락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는 구출된 뒤 이튿날 12일 밤까지 지급되지 않았다.

형법 제276조(체포, 감금, 존속체포, 존속감금)에 따르면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 씨와 당시 목격자들 전언에 따르면 최초 경찰 진입 시, 현장에는 감금한 부모와 교회 관계자가 있었고, 증거물들도 존재했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 장소 보존 등을 하지 않는 등 초동수사가 부실했다 심지어, 부모와 교회 관계자를 격리하고, 또 청년과 격리해야 함에도 대처가 미흡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리고 현장에서 사건과 연루된 피해 혐의자들을 임의동행 했지만, 지구대 수사를 마치고, 그날 귀가 조치한 점, 감금, 존속 감금에 해당하지만 강력계가 아닌, 여성청소년과에 사건을 배당한 점 등 갖가지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는 절차대로 한다. 감금은 가정폭력특별법 안에도 들어가 있는 범죄다. 가정폭력특별법으로 만들어 놓은 이유는 처벌도 처벌이지만 재생이나 교화도 생각하는 법이다. 법원에서도 일반 범죄와 다르게 처리한다.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다. 가정폭력특별법도 다 똑같이 처리한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감금이 이뤄지면 감금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감금으로 봐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앞으로 조사를 통해서 진행할 것이다. 관계된 사람들을 소환할 것이다. 피해조서는 일단 마쳤다. 상대방인 부모들도 다 불러서 조사해 봐야 한다"며 "다만, 종교에는 자유가 있고 27세 성인이기 때문에 이 부분과 관련된 위법사항은 하나씩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감금에 대한 건으로 접수됐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피해조서 접수된 건하고는 관련이 없다. 그건 추후의 문제다. 위법사항이 적발되는 경우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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