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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브로커 난립하는 정부 지원사업 '안 하면 바보 된다' 인식부터 바뀌어야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1.06.18 16:26:30
[프라임경제] 청년창업 지원사업 등 많은 스타트업 벤처 정부 사업에 브로커가 난립하고 있다. 브로커들은 중기부 산하기관에서 컨설팅 했던 사람들이 퇴직 후 활동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들은 업체로 위장, 사업계획서 작성 등 지원사업 서류 업무를 대행해 최대 40%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기거나 정책자금 대출을 위한 경영 컨설팅 계약 후 수수료를 대신해 부당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문제는 과도한 사업계획 포장으로 실질적으로 지원사업을 받아야 할 기업들이 밀려난다는 데 있다. 아이템이 좋은 기업보다 서류 포장을 잘한 곳으로 정부지원금이 쏠리다 보니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의 일차적 원인은 복잡한 서류절차다. 사업계획서 안에는 △기술력 △창의·도전성 △시장 규모 및 성장성 △글로벌화 역량 △수출 계획의 실현 가능성 등을 사업계획서에 담아 제출해야 한다. 이밖에 지원사업들도 △기술성과 △시장성 △경제성에 대한 검증과 분석을 요구한다. 

현재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안내하는 '기업마당'에 올라와 있는 중기부 관련 정부 진행 사업은 161건이다. 중기부와 유관기관들의 올해 지원 제도 안내 책자 분량은 무려 1345쪽에 달한다. 이를 자체 인력으로 꼼꼼히 살피고 소화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서류의 복잡함을 해결하면 모든 게 해결될까. 안타깝게도 지속적으로 개선과 단속이 이뤄져도 문제는 반복된다. '브로커 단속 전문팀을 만들어야 한다' '운영 기관에서 프로젝트를 더욱 면밀히 관리하겠다' '적발 시 처벌을 강화하겠다' 등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제기됐다. 하지만 원인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에 있다.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하는 것이 익숙해진 한국 사회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든 법 밖의 영역에서든 △국가 △기업 △가족 차원에서의 비리와 부정부패가 무차별적이고 자연스럽게 일어나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여겨져 왔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기 좋은 시대. 개인의 실패는 온전히 각자의 능력이 모자란 탓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공정을 운운하는 것은 뒤떨어진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단속 수위를 높여도 브로커가 성행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이 어떤 곳인데 청렴한 당사자들이 법에 맞게 계약대로 이행하는 공사판이 어디 있냐."

최근 광주에서 붕괴된 건물을 철거하던 두 업체 간 불법 재하도급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댓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이 어떤 곳인데, 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대한민국은 어떤 곳일까.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부동산 △군부대 △교육계 등 온갖 곳이 아사라판이다. 

우선 첫 발걸음부터 떼야 한다.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도 맞지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구태를 고쳐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또 브로커 근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전, 신중한 협의와 함께 부작용이 생기지 않게 법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밖에 브로커 근절을 말하는 국가나 기관이 모범을 보이기 위해 달라져야 하는 점은 없는지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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