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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 했다가…

 

김기영 기자 | kky@newsprime.co.kr | 2021.06.23 08:58:01
[프라임경제] "묻지도 않고 OK, 따지지도 않고 OK. 투약‧질병 여부 관계없이 50~81세 누구나 전화 한 통이면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전속모델 이순재 씨의 목소리로 전파를 탔던 해당 광고 카피가 유행어처럼 번지며, 해당 보험 상품 역시 불티나게 팔렸다.

일명 '이순재 보험'이라 불리는 라이나생명 OK실버보험 얘기다. 간편 심사만으로도 고혈압과 암 등 각종 성인병‧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 유병자들에게 보험 가입 기회를 제공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히트상품이라던 명성과 달리 현재 이 상품 가입자 다수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손쉽게 피해사례를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피해자 커뮤니티까지 활성화돼 있다. 

왜 유독 라이나생명 OK실버보험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을까. 광고의 강력한 파급력에서 기인한 히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는 카피를 생각하면 지금 잣대에선 '분쟁'이란 결과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최근 자신을 '라이나생명 OK실버보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가 제보를 해왔다. 그는 홈쇼핑을 통한 첫 계약 당시와 10년차 때 녹취를 건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첫 계약 녹취를 보면, 상담사는 "15년 만기 상품으로 83세까지 보장된다"는 말을 한다. 만기 이후 환급 여부에 대해선 특별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보장이라는 개념은 보험금을 수급받을 권리의 발생을 말한다. 이번 케이스는 83세까지 사망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83세까지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된다는 거지?" 소비자가 갖는 이 같은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보험사는 "당연히 소멸되는 걸 굳이 설명해야 하나"라는 논리를 펼 수 있다. 특히 해당 보험 판매 당시엔 '불완전 판매'에 대한 규제가 없던 시기다. 즉, 이 상황에 대해 '언제'를 기준으로 판단하냐에 따라서 적법과 위법이 갈린다는 얘기다.

보험을 갱신했던 5년전 녹취록 또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상담사는 보험료가 올랐다는 것(약 2.86배)을 알렸고, 이에 제보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제보자가 납입한 보험료가 448만원에 달하는 상태에서 상담사는 "납입보험료의 합계가 사망보험금인 1000만원을 넘는 역전현상이 발생하면 납입보험료만큼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담사는 제보자가 "지금까지 낸 보험료도 아깝고, 보장받으려면 갱신할 수밖에 없네요"라고 말하자 "언젠가는 피보험자께서 돌아가실테니 그 때 보험금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둘의 대화 어디에도 해당 상품이 순수보장형 상품으로써 해당 기간 종료 시 소멸된다는 언급이 없다. 심지어 피보험자가 죽을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기까지 한다. 

이는 분명 보험사의 잘못이다. 보험사 역시 이를 인정하고, 갱신 이후 납입한 보험료는 상대적으로 "쿨"하게 지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갱신을 신규계약의 성립이 아닌 기존계약의 연장으로 해석한다면 상담사가 "설명의무를 준수했어야 한다"고 막연히 비판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가 모르는 부분을 정확히 인지시키고 계약 주체로서 결정할 수 있게 인도하는 게 회사의 도의적 책임이다.

뿐만 아니다. 상담사는 "언젠가 돌아가시게 되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발생할 수 없는 보험금 역전현상을 운운하며, 고객에게 갱신유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를 통해 여전히 보험사가 완전판매를 통한 민원 축소보다는 보험계약 연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더이상 보험사는 불완전판매의 원인을 설계사 혹은 상담사 탓으로 돌리며 꼬리 자르기를 하는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 유명연예인을 앞세운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기 앞서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보험상품 개발, 성과 위주의 생태계 개선 등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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