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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불법 리딩방 잡기 전에 '금융문맹률'부터 낮춰야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1.06.23 15:44:19
[프라임경제]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덩달아 불법 리딩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배경엔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가 멍석을 깔아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 저금리,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의 경제상황 속에서 오갈 데 없던 유동성 자금은 자연스레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코스피3000시대' 등 증권시장이 투자자들의 관심에 호응하자 젊은 층부터 노년층까지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주변에서 단 며칠 만에 높은 수익률을 맛봤다는 성공담을 접하다 보면 본인만 뒤쳐졌다는 생각에 주식투자로 입문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과 달리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다보면 조급한 마음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욕구에 편승해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주린이(주식·어린이 합성어)'들을 유혹하는 곳이 있다.

바로 유사투자자문업체다. 이들은 주린이들을 주 타깃으로 삼으며, 가입 전 투자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장담한다. 또한 목표 수익률 미달성 시 전액환불을 해주겠다며, 이에 대한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들은 이러한 수법으로 주린이들을 꼬드껴 가입비를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챙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유사투자자문업체 목표 수익률이 오래가지 않아 '신기루'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나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주린이들은 주가조작이라는 개인적인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뿐더러, 업체에게 전액환불을 요구해도 이를 들어줄리 만무하다. 일부 업체는 회사 책임이 아닌 직원 개인 책임으로 돌리며, 리딩을 주도했던 소속 직원을 잠적시키기까지 한다.

투자자들은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은 임의적 해결을 '권고'하는 기관으로서 실질적인 구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방안은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 뿐이다. 하지만 이또한 만만치 않다. 법조계 전문가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체는 폐업과 신설이 용이해 피해를 100% 구제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조언한다. 

불법 리딩방 문제는 오늘내일의 문제가 아닌, 고질적인 증권시장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들이 법망에서 벗어나, 아직도 날뛰고 있는 '배짱'은 어디서 나왔을까? 이러한 간 큰 행보는 금융당국의 감시와 규제 사이인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등록제로 운영되는 투자자문업은 금융당국이 적격성을 검증하는 데 반해 유사투자문업체는 신고만하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또한 유사투자자문업은 자본시장법에 적용받지 않아 금융당국 관리감독 대상에서 제외돼 당국을 통한 분쟁 조정도 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의 권한으로 직권말소 시킬 수 있는 범위도 유사투자자문업에겐 제한적이다. 현행법상 금융감독원의 직권말소 범위는 △폐업 후 영업재개 의사 없음 △의무교육 미이수 등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와 동떨어진 규제 범위다. 투자자들의 주된 피해 사례는 유사투자자문업체가 가입비를 돌려주지 않거나 손실을 본 투자금을 회수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즉 투자자들의 피해 사례는 간단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유사투자자문업을 영위할 수 있는 업체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사례를 직권말소 범위에서 확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일대일 리딩을 통해 종목을 선정하면, 몇 번의 터치만으로 간편히 매매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만성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은 "오늘날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개인투자자들이 투자권유절차 없이도, 손쉽게 투자자문을 받을 수 있는 이점으로 인해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타 국가에 비해 금융교육이 부족한 점도 투자자들이 유사투자자문업체의 과장된 광고에 현혹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이해력이 30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기준 한국의 금융이해력은 OECD 평균인 64.9점에도 못 미치는 62.2점이었다. 20대와 40대, 50대는 각각 61.8점, 64.1점, 63.1점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60대는 54.2점으로 OECD 평균보다 한참 밑도는 수준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금융정책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금융문맹'에 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교육부와 협조해 '생애주기별 금융교육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금융교육체계는 일반인들이 주식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건전한 투자수요로 전환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롯이 감독과 재제의 부재로 치부할 문제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 수가 증가한 것은 투자자들의 욕구와 맞물린 결과물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투자목적이 수익률을 위해서라지만, 투자자들은 본인이 '불법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 중이다. 유사투자자문업의 불법 리딩방에서 매매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시세조정 및 주가조작에 대한 위법행위에 한 발을 담근 셈이다. 

이러한 투자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6조 1항 1호인 '자기가 매도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 수치로 타인이 그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서로 짠 후 매도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에 대한 결과를 떠나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건전한 주식 문화 형성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마땅하다. 또한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곧 자신의 결정에 이뤄진 결과물이란 점을 인지하며 책임감도 동반돼야 한다. 

투자원금이 손실될 위험이 큰 주식시장에서 소중한 재산을 지키려는 개인투자자 스스로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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