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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6.24 15:14:53
[프라임경제] 흔히 일본인은 매운맛에 약하다고 한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층은 다르다. 그들은 영화 '기생충'을 통해 짜파구리를 알고,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치즈 닭갈비나 떡볶이 등 매운 음식을 찾는다. 

요즘 일본에서는 신종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 여행이 불가능해지자 대체재로 매운맛 라면이 뜨고 있다. 특히 유튜브 등 많은 매체가 앞 다퉈 소개하는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거대한 일본 라면시장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 라면은 매운맛, 매운맛은 신라면'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 최근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가세, 한국 라면 제2 도약기를 맞이하는 분위기다. 

실제 분야 인기상품 및 트렌드를 투표하는 '랭킹 넷(ranking net) 사이트' 내 라면 부에서 현재(22일 기준) 신라면이 7위를 차지했으며,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30위와 43위에 올랐다. 투표 대상이 매운맛에 한정되지 않고 인기 있는 모든 라면(60종)에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발주자 불닭볶음면 약진세가 두드러진다.

일본 최대 레시피 사이트 '쿡패드(cookpad)'에는 불닭볶음면 조리법이 나와 있다. 쿡패드는 봉지 뒷면에 3단계로 예시한 조리법을 7~8단계로 세분한 뒤, 단계별 사진을 첨부해 일본 버전으로 설명했다. 

먼저 끓는 물에 면을 넣고 5분 정도 끓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면이 끓기 시작하면 잠시 저어준 후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놔도 된다고 알려준다. 이때 뚜껑 위에 액상 소스를 얹어 데우면 맛이 더 좋아지고 가스비도 절약된다는 팁을 제공한다. 

이후 취향에 따라 끓인 면을 물에 헹궈 접시에 옮긴 후 스프를 넣어 비비거나, 혹은 냄비 채로 볶아 완성하도록 안내한다. 그러면서 완성된 요리가 너무 매울 경우 달걀 노른자를 섞으라는 조언을 덧붙인다. 

마지막으로 6종 시리즈에 대한 각각의 특징과 맛을 소개하면서 조리 포인트가 인스턴트 야키소바와 유사하다는 점, 음료수와 단 음식을 준비하고 먹으라는 당부를 부록 형식으로 달아놓았다. 일본 특유의 디테일이 느껴지는 레시피다.

지난 5월에는 사진주간지 FRIDAY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본 매운맛 라면 10종에 대해 매운 정도를 비교했다. 

신라면(농심)을 3으로 놓고, 각 라면을 비교한 결과가 흥미롭다. 몽고탕면 4(세븐 일레븐)를 비롯해 △탕면 시비레 4.5(묘조식품) △미야자키 격신 4(묘조식품) △탄탄면 3.5(산요식품) △격신 4.5(닛신식품) 총 5종이 신라면을 능가했다. 이외 같은 등급 1종, 나머지 4종은 2.5 이하였다. 

해당 기사를 통해 일본에는 의외로 '자국산 매운맛 라면이 많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 가운데서 신라면이 차지하는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안타깝게도 위 보도는 한 국내 매체에 의해 '불닭볶음면 1위'로 왜곡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근대 라면 발상지는 일본이다. 

라면은 1800년대 중반 요코하마 등 개항지에 들어선 차이나타운에서 중국과 일본 식문화가 융합된 퓨전 요리로 탄생했다. 그 후 진화를 거듭한 라면은 1910년 도쿄 라이라이켄(来々軒)에서 현재 모습으로 정착됐다. 

'라면'이란 용어는 1958년 닛신(日清)식품이 발매한 인스턴트 라면이 나오면서 대중화됐다. 그 전까지 라면은 '쥬카소바' 또는 '난킨소바' 등으로 불렸다. 

세계라면협회(WINA)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소비된 인스턴트 라면은 1165억개에 달한다. 국가별 소비량은 △중국과 홍콩 463억개 △인도네시아 126억개 △베트남 70억개 △인도 67억개 △일본 59억개 순이다. 

한국은 총소비량에서 41억개로 8위에 랭크되지만, 1인당 소비부문에서는 연간 79.7개로 세계 1위다. 

라면은 한국에서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식문화가 형성됐다. 조리과정에서 스프가 가공되고, 새로운 부재료가 사용된다. 아마추어 매니아가 시도하는 실험들은 다음 상품개발에 참고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인스턴트 라면 분야 강자'로 군림하는 요인 중 하나다. 라면을 먹는 전 세계 55개 국가 가운데 한국의 매운맛 라면을 모르는 곳은 없다. 

일본시장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굳히고 있는 신라면과 새롭게 떠오르는 불닭볶음면. 두 라면은 장르와 레시피가 다르다. 전자는 정통 인스턴트 스타일인 반면, 후자는 야키소바 풍 볶음면이다. 

따라서 경쟁보단 협력을 통해 윈윈하는 길을 찾아낼 여지가 충분하다. '라면 종주국' 일본에서 두 라면의 가열한 활약을 기대해본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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