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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품발품] 재건축 '만년 유망주' 은마아파트, GTX 관통보단 내홍 봉합 시급

'차기 추진위 선점' 서류 조작 소송에 혈투까지 얼룩진 재건축 사업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1.06.25 13:33:33

은마아파트 외벽에 "GTX-C 노선 은마 통과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강남 대표 구축 단지'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간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했음에도 불구, 오히려 주민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더욱이 GTX-C 관통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시급한 상황 정리만이 향후 재건축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남구 삼성로 212에 위치한 은마아파트는 총 4424세대 규모로 올해 42살(준공 1979년)을 맞이한 서울 대표 구축 단지다. 극심한 노후화에도 불구, 뛰어난 교통·교육 인프라로 수요자들로부터 강남 재건축 유망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 은마아파트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치역에 인접한 '초역세권 단지'인 동시에 3호선 도곡역 및 수인분당선 학익역도 도보권이다. 또 각 블록마다 여러 노선버스가 운행하는 정류장이 있어 서울 주요 지역 접근이 용이하며, 영동대로·올림픽대로 진출도 쉽다.

여기에 '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를 품고 있으며, 우수 학군으로 꼽히는 대치초·대청중·휘문고·숙명여고 등이 인접했다. 

이처럼 매우 우수한 입지 조건을 확보한 은마아파트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로 인해 수요자 시선에서 점차 멀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단지 지하(40M 깊이)를 직접 관통하는 설계안을 제시한 현대건설(000720) 컨소시엄이 GTX-C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물론 주민들은 단체 활동을 통해 우회 노선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서둘러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아직까지도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차기 추진위 선임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간 내홍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0년간 결실 없이 100억원 탕진" 민심 잃은 추진위

지하철 3호선 대치역 4번 출구를 나오면 곧바로 강남 재건축 '만년 유망주' 은마아파트 단지를 직면할 수 있다. 

강남구 삼성로 212에 위치한 '은마아파트' 지도. ⓒ 네이버 지도


제일 먼저 상가가 눈에 띄며, 그 뒤로 40년이라는 세월이 느껴지는 은마아파트(이하 은마)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낡고 노후화된 단지들은 뭔가 모를 이질감을 자아냈으며, 외벽에 걸린 'GTX 노선 반대' 현수막도 좋은 인상을 풍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 은마는 지난 2003년 2월 시공사로 GS건설과 삼성물산을 선정한 이후 △2003년 12월 재건축추진위원회 승인 △2010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 조건부 통과 등 재건축 절차를 차츰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비계획안이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제대로 된 조합조차 설립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은마 주민들은 무능력한 추진위 탓 사업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2011년 6월 열린 주민총회에서 선출된 이정돈 추진위원장은 토지등소유자들의 의사결정 기회조차 보장하지 않은 채 독단적 판단을 강행해 지난 10년간 아무런 결실 없이 100억원에 달하는 조합비만 탕진했다. 이는 직무 유기이자 태만으로, 우리 분노는 이미 수위를 넘어섰다."

이정돈 추진위원장은 2020년 2월부로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자 선임하지 못하면서 직무대행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 추진위에 불만을 표출한 주민들이 차기 추진위 선임을 서두르고 있지만, 반대 세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 

실제 일부 주민들이 차기 위원장 선출을 위해 관할 강남구청에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구성 위임 민원을 접수, 선관위를 구성했다. 이후 오는 7월17일 선임총회를 통해 후임을 선출할 계획이었다. 

'선거관리위원회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에 승소한 추진위가 새로운 선거관리위원을 뽑는 공고문 공고와(왼쪽), 지난 4월 '추진위원장 등 해임을 위한 주민총회 책자. ⓒ 은소협, 반상회


하지만 이정돈 위원장이 과도한 개입을 주장하며 관할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선거관리위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 승소하면서 다시 난관에 직면했다(본지 6월22일 '선관위 직무정지' 은마아파트 "총회 예정대로 진행" 참조). 

추진위 관계자는 "법원 승패 관계없이 8월31일 선임총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라며 "다만 이번 판결로 총회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라고 전했다. 

◆비대위 내분 "서류 조작" VS "사퇴와 보이콧"

이처럼 법원 판단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추진위와 달리 비대위는 '내부 갈등 봉합'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마 비대위는 △초이 은마반상회(이하 반상회) △은마 소유주 협의회(이하 은소협)로 나눠진다. 당초 이들은 '현 추진위 해임 및 차기 선임'이라는 목적 아래 주민 동의서를 징구, 관할구청이 선임한 선관위 주관으로 오는 7월17일 선임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지난 7일부턴 추진위 후보자를 각각 등록하면서 차기 추진위 선임이 임박한 듯 보였다. 하지만 입후보 등록 과정에서 은소협 '서류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양 비대위간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7월17일 차기 추진위원회 선거를 알리는 문구. ⓒ 프라임경제


"선관위가 추천서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결과, 은소협 후보자가 입후보 등록을 위해 수십명의 소유주 추천서를 동의 없이 위조해 제출한 정황이 확인됐다. 위조 서류 제출은 중죄인만큼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반상회에 따르면 선관위가 추천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던 중 은소협 후보자가 주민 추천서를 동의 없이 위조했다는 정황이 밝혀진 것. 이에 해당 주민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사문서 위조' 소송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소협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현재 양측 추천서는 증거 보존을 신청했다"라며 "서로 추천서를 크로스 체크한다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전부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아울러 추진위(선관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결과로 인해 7월17일 예정된 선임총회는 무효가 될 것"이라며 "다만 선임총회를 진행한다는 반상회 측 입장을 은소협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후보진 전원이 사퇴해 총회가 불발되도록 전면 보이콧에 돌입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서류 조작 의혹'에서 발발한 비대위 내부 갈등은 추진위 후보자 사퇴 및 보이콧으로 이어지면서 선임총회 개최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 비대위는 선관위 사무실 앞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언쟁과 몸싸움을 피하지 못했으며, 이 과정에서 은소협 부위원장 후보가 응급차에 이송되기도 했다. 

반상회 관계자는 "은소협이 사퇴 과정에서 위조 증거 인멸을 목적으로 추천서 원본 서류를 모두 돌려달라고 요청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런 내부 갈등을 외부에서 바라보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재건축 사업 추진은 물론 GTX-C 관통 문제까지 지금 당장이라도 주민끼리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끊임없는 이권 경쟁으로 사업이 무기한으로 지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만년 유망주' 은마아파트가 계속되는 내부 갈등을 원만하게 봉합하고, 일련의 사안들을 해결해 향후 '재건축 대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들 향방에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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