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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기억과 추억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1.06.28 15:56:17
[프라임경제] 나는 경험을 예찬한다. 경험과 성장의 척도를 평행하게 여긴다. 또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겪은 사람일수록 성공의 가능성도 클 것이라 믿는다. 그리하여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도 나는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경험을 찾기 위해 시간을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시간은 곧장 기억으로 재편되고 만다. 그리하여 경험으로 닿는 여정까지 무수한 기억들이 쌓일 것이다. 물론 그 기억의 형편에 따라 경험의 가치는 달라지고 만다. 

좋은 기억으로 채워진 경험은 추억으로 풍성해 지고, 그렇지 못한 경험은 추억은커녕 쌓아놓은 기억조차 폐쇄시키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험을 쌓는 일은 좋은 기억을 기르는 일과도 같다.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삶의 올바른 방향을 쉽게 잘 찾을 수도 있다.
 
기억이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내는 것을 뜻한다. 내가 말하는 기억은 곧 경험이기도 하다. 경험은 양분의 감정으로 나뉜다. 좋았거나 싫었거나, 유쾌했거나 불쾌했거나. 

한편 추억이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거나 그런 생각이나 일을 가리킨다. 우리가 지나간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려고 할 때, 대부분 즐거웠거나 행복했던 때를 떠올린다. 그 이유는 돌이켜 생각해봐도 좋았던 추억들만 마음에 간직하고 싶어서다. 누구나 싫었던 혹은 불쾌했던 추억을 꺼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편집된 기억 속의 추억들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련하기까지 하다. 

경험이 현재에 산다면 기억은 과거에만 산다. 그 때문에 기억을 재편하는 일보다 지금의 경험을 잘 다스리는 편이 훨씬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기억과 추억에만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현실에 안주하며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머지않아 기억대로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될 뿐이다. 그야말로 선택적 기억들은 삶의 단절과 고립을 야기할 수도 있다.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장기 기억을 측두연합영역에 저장하더라도 전두엽으로 끌어내 틈틈이 접하며 현실 세계와 참조하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기억이라는 보물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없다. 지식이 많은 것과 지혜를 발휘하는 일은 다르다."

기억이 한낱 기억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경험이 계속해서 체화돼야 한다. 기억 위로 새로운 기억이 쌓여야만 비로소 살아 있는 생생한 경험이 되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경험에는 지혜가 있고 힘이 있다. 대개 살아 있는 것들은 그런 생명력으로 무한히 성장해간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에만 몰두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무조건적인 지혜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특별하고 우쭐한 경험들도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 기억은 시간 속에 퇴적돼 점점 힘을 잃는다. 그게 아쉬워서 지나간 우쭐했던 기억을 홀로 외쳐댄들 그저 영혼 없는 말만 되풀이하는 꼴이다. 

더 많은 기억을 향유하며 지혜롭게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것은 아직 맞이하지 않은 경험을 갖는 일이다. 

지금,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고 한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머지않아 기억 속으로 어둠이 찾아오고 말 것이다. 어둠속에서 방황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경험을 만들어라. 곧 기억이라는 보물이 현재를 빛낼 것이다.



이다루 작가 /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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