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정일형의 직업병 이야기] 광산근로자의 직업병

 

정일형 공인노무사 | press@newsprime.co.kr | 2021.07.02 14:35:19

[프라임경제] "옛날에는 시내에 가면 지나가는 개도 만 원짜리 한 장씩 물고 다녔어"

과거 탄광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노년의 의뢰인이 산재 상담 중 과거를 회상하며 직접 이야기 한 내용이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라고 불리던 석탄 산업 덕분에 태백, 정선 등으로 대표되는 탄광 지역은 일자리를 위해 사람이 몰렸으며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면서 석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석탄 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고, 탄광도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탄광 지역은 더 이상 예전만큼 활발했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이렇게 탄광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가고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탄광 근로자의 직업병 문제이다. 좁고 어두컴컴한 갱도에서 시커먼 석탄가루와 돌가루가 가득 차 숨을 쉬기 힘들며, 폭약이 굉음을 내며 폭발하고 착암기가 쉴 새 없이 바위를 뚫는 모습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탄광의 모습일 것이다. 이처럼 너무나 열악한 작업환경은 그 안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다양한 직업병을 유발시켰다.

탄광 근로자에게 자주 발생하는 직업병은 크게 3가지 부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위는 폐로 탄광 안에 가득 차 있는 석탄 및 암석가루가 호흡기를 통해 장기간 근로자의 폐를 비롯한 호흡기계에 쌓이게 되면서 악영향을 주게 된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병은 진폐증으로 분진을 흡입해 폐에 생기는 섬유증식성 변화를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질병을 의미하고 그 다음으로는 만성 염증에 의한 기도와 폐 실질의 손상으로 인한 회복 불가능한 기류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 등이 탄광 근로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직업병으로 알려져 있다.

탄광 안에서는 착암기가 작동하며 암반을 굴착하는 소리와 폭약이 폭발하는 소리 및 각종 중장비가 작동하는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밀폐된 공간이라는 탄광의 특성이 더해져 탄광 안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탄광 근로자의 청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근로복지공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탄광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최대 108.6~115.5dB로 이는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인 85db을 훌쩍 넘는 수치이다. 이러한 소음 환경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소음성 난청과 외부적 자극이 없음에도 귀에서 계속적으로 소리가 들리는 이명에 시달리는 탄광 근로자가 매우 많다.

그 다음으로 허리나 어깨 등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는 근로자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갱도를 굴착하는 과정, 채취된 탄을 운반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허리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탄광 근로자들은 추간판탈출증 등 요추 관련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허리 뿐만 아니라 착암 작업 및 동발을 설치하는 과정 등에서 부적절한 자세 및 중량물 작업으로 어깨에 무리가 가해져 회전근개 파열 등의 질병을 유발하게 되며, 착암기 등 전동공구의 지속적인 사용은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말초 혈관이 심하게 수축돼 피가 잘 흐르지 않고 손가락, 발가락 끝이 하얗게 변하는 레이노 증후군을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위에서 대표적인 예로 들은 진폐증, 만성폐쇄성폐질환, 소음성 난청, 이명 등의 질병은 현대 의학으로도 적극적 치료가 어려워 탄광을 떠난 지 수십 년이 된 지금까지도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비록 탄광에서 퇴직하고, 탄광이 폐광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위와 같은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이제라도 충분히 산재 보상이 가능함에도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해 그 고통을 오롯이 근로자 본인이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에 의해 발생한 질병은 퇴사하고 시간이 지난 지금이라도 충분히 산업재해로 인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직업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탄광 근로자는 산재보상의 문을 두드려보시기 바란다.

정일형 공인노무사 / 노무법인 산재 경기 안산지점 대표노무사 / 대한진폐재해자보호협회 자문노무사 / 광산진폐권익연대 강릉지회 자문노무사 /안산시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자문노무사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