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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정위의 눈가림…롯데 먹여살리는 롯데리아 내부거래 지속된다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21.07.07 11:01:05
[프라임경제] 지난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위원장이 롯데GRS·투썸플레이스·제너시스비비큐·맘스터치앤컴퍼니·놀부·이랜드이츠 등 6개 가맹본부와 맺은 '외식 가맹사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이하 자율규약)' 체결식을 놓고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대형 외식기업들을 불러 놓고 보여주기식 행사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율규약 주요 내용을 보면 △필수품목 지정 최소화 △장기점포의 안정적 계약갱신 보장 △내부분쟁조정기구의 설치·운영 등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자율규약'이라는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 강제성이 결여된 이벤트를 통해 이들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상생'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웠고 '공정위'라는 권위까지 함께 얻었다.

이날 참여한 업체 중 매출액 및 가맹점수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롯데GRS만 보아도 이날 체결식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진다. 

지난달 25일 서울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한 공정거래위원회와 글로벌프랜차이즈협의회가 주최하는 외식 가맹사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 체결식에서 (오른쪽부터)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이승창 글로벌프랜차이즈협의회 회장이 체결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롯데GRS


롯데GRS는 수십년간 '필수품목 아닌' 필수품목으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지속해 온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GRS의 대표적인 필수품목은 롯데리아 콜라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에서는 국내 전체 탄산음료시장 점유율 1위인 코카콜라를 판매하지 않는다. 모두 펩시콜라다. 이를 의식했는지 롯데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콜라의 브랜드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롯데리아에서 펩시콜라만 마셔야 하는 이유는 롯데GRS의 계열사 롯데칠성음료가 1967년부터 펩시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펩시콜라 유통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가장 꾸준하고 든든한 내부거래처가 되어준 것.

롯데리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는 계약단계에서 이뤄지는 음료납품계약이 발생한다. 특정 업체의 음료를 지정하는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롯데리아의 경우 이처럼 내부거래로 이어진다는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번 자율규약을 계기로 롯데리아 콜라가 펩시콜라가 아닌 코카콜라로 바뀔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자율규약에서는 '부동산·설비·상품·원재료 또는 부재료가 가맹사업을 경영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것'에 한해 필수품목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맹점 경영에 필수적인 원재료는 필수품목으로서 지정할 수 있다는 설명인데, 여기에 따라 코카콜라가 아닌 펩시콜라만 판매하는 것이 롯데리아 가맹점 경영에 필수적인지 의문이다. 

롯데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콜라' 메뉴. 콜라 브랜드에 대한 설명은 없다. ⓒ 프라임경제


아울러 자율규약은 필수품목 지정을 최소화할 것을 말했는데도 롯데GRS 측은 일단 "자율규약에는 법적 의무가 있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탄산음료는 자율규약에서 지정을 최소화하기로 한 필수품목이 아닌 원재료"라는 궤변을 내놓고 있다.

롯데리아의 필수품목으로 확장하면 더 큰 규모의 내부거래가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알미늄은 200억원 수준의 연포장재 등 제조품과 인테리어를 롯데GRS에 납품했다. 해당 거래는 지명경쟁입찰과 일반경쟁입찰로 이뤄졌지만, 일감이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롯데리아에 햄버거용 빵을 공급하는 롯데제과도 지난해 100억원 가까운 매출을 롯데GRS를 통해 올렸다. 햄버거 패티를 납품하는 롯데푸드는 롯데GRS와 1002억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했다. '프랜차이즈 통일성'이라는 명목이 지켜준 내부거래의 고착화다.

소비자가 햄버거 하나를 구입할 때 롯데 그룹에 속한 여러 개의 계열사에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운영돼 왔다. 롯데의 계열사들이 제조한 원부자재가 모여 롯데리아를 통해 완제품으로 판매된다. 당연히 물류의 유통 과정까지도 롯데 계열사가 담당한다.

그럼에도 롯데리아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평균 45~49% 수준의 매출액 대비 재료비의 비율도 경쟁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시간대별 책임자인 정직원을 배치해야 하며, 배달대행료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자율규약을 놓고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형 기업인 가맹본부가 아닌 중소자영업자인 가맹점사업자의 목소리를 들었어야 했을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자율규약 승인을 요청한 글로벌프랜차이즈협의회는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사단법인으로 알려져 있다. 설립 당시 대기업 프랜차이즈 중심 입법로비 등 대관업무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다. 

가맹사업의 개시와 동시에 발생하는 고압적 계약관계 같은 현실 문제에 대한 공정위의 부족한 이해 혹은 외면은 상생협력 의지를 우스꽝스럽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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