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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JT, 국내 전자담배 사업 잠정 철수…韓소비자 보호 또 뒷전

플룸테크 출시 2년만에 판매 종료…후속모델 판매도 미정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21.07.09 18:10:17

플룸테크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플룸테크는 이달 말 홈페이지 운영을 종료한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일본 담배기업 JT(Japan Tobacco INC.)가 세계 2위 전자담배 시장인 한국 진출 2년만에 전자담배 사업을 잠정 중단한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한국 소비자에 대한 미흡한 보호 대책을 내놔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JT의 한국 시장 접근법이 반일감정마저 증폭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JT의 자회사 JTI코리아가 운영하는 플룸테크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플룸테크 공식 홈페이지가 종료된다. 

플룸테크 측은 "홈페이지 종료에 따라 웹사이트 이용 및 회원가입에 제공된 개인 정보는 복원이 불가능한 방법으로 영구 삭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이트 폐쇄는 2019년 7월 론칭한 플룸테크 단종에 따른 것이다. JTI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플룸테크 전량 회수 조치를 취하더니 판매보증기간(최대 15개월)이 끝난 시점인 2020년 12월이 되자 제품을 더 이상 팔지 않기로 했다. 

◆플룸테크, 1년여만에 무용지물 전락

이미 본체를 구매한 구매자들이라도 계속 이용하면 좋겠지만, JTI코리아가 리필 제품마저 지난달 판매를 종료하며 국내 소비자들은 갑작스럽게 피해를 보게 됐다. 한국 고객에 대한 회사 측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플룸테크는 연초고형물 전자담배로 '배터리+카트리지+캡슐'이 결합돼야 흡연이 가능하다. 여기서 배터리는 계속 쓰는 본체 기기에 해당하고, 카트리지 1개와 캡슐 5개를 한 세트의 리필 제품이다. 

그런데 이 리필 제품마저 판매 중단되며 덩달아 반영구적인 배터리 본체까지 무용지물이 됐다. 플룸테크를 구매한 이들은 돈을 내고 쓰지도 못할 장식품 혹은 쓰레기를 구매한 셈이다.

더구나 JT는 플룸테크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른 제품으로 대체가 어려운 카트리지를 소모품화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국내법에 따라 공산품 기업들은 '부품보유기간' 의무 및 이에 따른 환급 의무가 있는데, 소모품은 여기 해당되지 않아 JT는 이같은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JTI코리아 측은 "플룸테크 카트리지 판매 중단과 관련된 법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플룸테크 제품 이미지 갈무리. ⓒ 프라임경제


◆日에선 '신형' 韓에선 '구형' 출시…JT, 이웃 나라에 재고 판매?

업계에 따르면, 플룸테크는 지난해 국내 전체 전자담배 시장에서 0.2%안팎의 점유율만 차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저조한 판매율이 플룸테크 사업 종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플룸테크의 흥행 참패를 놓고 한국 시장에 대한 '제멋대로 전략'이 빚어낸 당연한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일본에서 2년 전 출시한 모델을 뒤늦게 한국에 가져온 JT의 의도에 관심이 모인다.

플룸테크는 2019년 7월 JTI코리아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전자담배 모델로, 이 제품은 JT가 일본에서 2017년 이미 출시한 바 있다. 

더구나 한국에서 플룸테크 론칭 여섯 달 전, 일본에서는 이미 플룸테크 다음 세대인 '플룸테크 플러스와 '플룸 에스'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JT는 최신 모델을 일본에서는 판매한 반면, 한국에서는 구형 모델을 판매한 것. 

때문에 일본 시장 내 신제품 출시에 따른 구형 모델의 재고를 옆나라 한국 시장으로 떠넘긴 것은 아닌지 의심까지 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담배 시장은 굉장히 트렌디하고 민첩하게 변한다"며 "국내 전자 담배 시장에 비교적 늦게 진출한 JT가 2년 전 출시된 제품을 선보인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JT, 2년만에 韓 전자담배 사업 잠정 중단

JTI코리아 관계자는 "플룸테크 이후 일본에서 출시된 모델들은 구모델과 신모델 관계가 아니라 다양한 기호에 맞춘 다른 제품"이라며 "한국에서 판매한 플룸테크는 일본에서 판매된 동일 모델보다 미세하게 업그레이드 됐다"고 강조했다.

JT는 올 여름 일본에서 플룸테크의 또다른 최신 모델 '플룸테크 X'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플룸테크 X의 한국 출시 계획은 미정이다. 이로써 JT가 한국 시장 내 전자담배 사업을 잠정 철수한 상황이 됐다.

JTI코리아 관계자는 "플룸테크 X 국내 출시는 아직 검토중인 내용이 없다"며 "전작이 판매 중단했는데 다른 모델 판매를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JT, 일본 정부가 최대주주…韓 소비자 보호 원칙, 의도적으로 외면했나
 
갑작스럽게 제품 판매를 중단하며 기본적인 소비자 보호 원칙조차 세우지 않은 JT는 그간 국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 전략을 종종 펼치다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19년 JTI코리아는 국내에서 판매하던 담배 4종 중 '뫼비우스'와 '카멜' 담배갑에서 '청소년 판매 금지'라는 문구를 빠뜨렸다가 여성가족부로부터 적발됐다. 

여가부는 제품을 모두 회수하고 문구를 다시 넣으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는데, JTI코리아는 제품 판매를 중단키로 해놓고 문구가 빠진 담배를 버젓이 판매하는가 하면, 제품 구매 후 바로 버리는 비닐 포장지에 해당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꼼수 대응' 논란이 인 바 있다. 

올해 3월 JT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JT 주식을 보유 할 의무가 정해져 있으며, 2020년 12월말 기준 발행 주식 총수에 대한 정부의 보유 비율은 33.35%다. 자기 주식을 제외한 발행 주식수를 기준으로는 37.59 %에 달한다.
            

JT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 갈무리. ⓒ 프라임경제

이처럼 최대주주가 일본 정부인 일본 담배 기업이 지속적으로 국내 규정과 소비자를 무시하는 듯한 행태가 이어지면 국민 정서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불매 운동 여파도 있는 데다 JT가 국내 선보인 전자담배와 관련해 국내 소비자와 흡연 타입에도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담배산업은 규제 산업이자 소비자 접점 산업이므로 소비자와 규제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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