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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코인빗 "거래량의 비밀" 일간 유동비율 최대 '322배'

코인빗 "자전거래 절대 없다"…거래량 기준 반년 수수료 위탁자산 12배 규모 "커지는 자전거래 의혹"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1.07.12 15:33:54
[프라임경제] 엑시아소프트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빗 거래량의 진실을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거래소 중 거래량 기준으로 업비트와 빗썸 다음 순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허상일 가능성이 짙다. 

2021년 코인빗 BTC 가격 변동(일봉) 및 거래량 현황(하단 막대그래프). ⓒ 코인빗


코인빗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거래량 기준 3위 수준의 메이저 거래소다. 이 같은 명성이 자전거래만으로 이뤄진 결과라면 고객을 기망한 행위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또 이 같은 거짓 데이터로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자전거래 의혹에 대해 코인빗 관계자는 "코인빗이 자체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진행하지 않아 명확한 답변을 하기 매우 어렵다"는 말로 대답을 회피했다. 일간 거래량이 위탁자산 300배를 상회하는 비상식적 거래량에 대해서도 특별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는 "이 같은 유동성은 자전거래 없이는 불가능한 수치"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세청이 법인세 기준을 거래량으로 잡게 될 경우 자전거래로 발생한 수수료를 근거로 세금을 내야 한다"며 "코인빗이 투자자 실거래로 취득한 실제 수수료 수익과 별개로 큰 세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업계 전문가는 "이 경우 어마어마한 세금폭탄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래량 데이터가 진실해야 하는 이유

투자자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선택하는 기준은 △가상자산 상장 유무 △거래소의 안정성 △회원 수 등이다. 회원 수는 유동성 가늠자로 중요 판단지표이며, 거래량 역시 유동성 판단의 잣대가 된다. 투자자는 원활한 거래를 위해 거래량이 많은 거래소를 선호한다.

당연히 원하는 시점·원하는 가격에 매매하길 바라는 투자자 입장에선 유동성 확보가 매우 중요한 평가지표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코인시장에도 호가가 존재하고, 매수호가·매도호가에 따라 거래가 체결된다.

증권사를 가상자산 거래소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이는 투자자가 실제로 거래를 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전체 호가와 거래를 '한국거래소'에서 통합 관리하는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거래소가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때문에 주식시장과 달리 같은 코인이라도 거래소별로 호가가 상이할 수 있다. 

호가 간 격차가 크면 투자자는 원하는 가격에 매매할 수 없어, 원활한 거래를 위해 타 거래소로 이동하게 된다. 이 같은 구조적 특성으로 김치프리미엄(국내시세가 외국시세보다 높은 상태), 역프리미엄(외국시세가 국내시세보다 높은 상태) 등이 발생하고 그 격차가 심할 때는 50%에 달하기도 한다.

거래소 회원수는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거래량'이라는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즉 투자자 입장에선 거래량이 많으면 다수 회원이 다량의 가상자산을 위탁·거래 중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당연히 쉽게 거래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보편적으로 거래소에선 회원의 위탁 가상자산 규모를 비공개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 파악이 어렵다. 이 같은 이유에서 업계에선 거래량으로 유통량을 추정한다.

이처럼 거래량은 매우 큰 의미를 내포한 데이터다. 그런데 거래량이 의도적으로 조작됐다면, 거래소의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 될 수 있다.

코인빗의 2021년 거래내역 분석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분석에는 지난 1월1일부터 6월21일까지 코인빗에서 거래된 비트코인(BTC) 거래 데이터만 활용했다. 코인빗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12일 현재 70종이며, 동 기간 편차가 크긴 하지만 총 거래량 중 BTC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 수준이었다. 이를 토대로 전체 거래량을 추정한다.

◆이 거래량 실화?…유동성 비율이 300배!

코인빗 내 비트코인의 정확한 현재 유통물량 파악은 어렵지만, 이를 추정할 근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020년12월31일 현재 코인빗에서 보관 중인 회원 위탁 BTC는 119개다. ⓒ 엑시아 감사보고서


코인빗 운영사인 엑시아가 지난 4월12일 공개한 감사보고서 따르면 회원 위탁을 받아 보관하고 있는 BTC(비트코인) 개수는 119개라고 전했다. 코인빗은 2020년12월31일 기준 거래소 비트코인 물량이 119개에 불과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119개를 "불과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전반기 코인빗 거래량이 100여개 유통량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힘든 수준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동 기간 가장 많은 물량이 거래된 날은 5월21일이며, 하루 동안 비트코인 3만8322개가 거래됐다. 비트코인 거래만 1조8821억원에 달했다.

2021년 1월1일부터 6월21일까지 코인빗에서 거래된 비트코인 거래량은 총 139만3411개이며, 일평균 8101개가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 조규희 기자


유통물량이 119개인데, 24시간만에 3만8323개가 거래됐다. 일간 유동성 비율이 322배를 넘는 비상식적 수치다.

누군가 수도 없이 스캘핑 거래하는 것 혹은 봇이 끊임없이 움직인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투자자가 이 같은 거래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거래는 투자자에게 전혀 이득이 없는 거래"라고 단정한다. 

그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다. 코인빗 거래수수료율은 0.05%로 타 거래소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100번 거래하면 5%가 수수료로 나가고, 2000번 거래하면 원금만큼 수수료를 내야 한다. 상식적으로 수수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들이 이 같은 거래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자전거래가 없었다는 코인빗의 답변이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서 이날 하루 코인빗이 벌어들인 수수료는 얼마일까? 매매 시 매수자와 매도자에게 0.05%씩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코인빗에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은 0.1%다. 이를 기준으로 코인빗은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로만 38.16BTC를 챙긴 셈이다. 원화 환산 시 18억8200만원 상당이다. 

앞서 언급했듯 비트코인 거래 비중이 30%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하루 동안 50억원 이상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코인빗은 △연간 영업수익 74억원 △당기순손실 20억원이라고 신고했는데, 하루 만에 연간 매출의 50%를 훌쩍 뛰어넘은 수수료 수익을 거둔 셈이다. 코인빗의 괄목할 성장을 칭찬해야 하는 상황이다.

5월 중순 코인빗 BTC 거래량. 5월21일 3만8322개의 BTC가 거래됐다. ⓒ 코인빗

물론 수수료가 매매가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매매가 상승이 수수료에 영향을 주는 건 당연한 이치지만 이삼일 만에 전년 매출을 넘는 수수료 수익을 냈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올해 재무제표에도 이 같은 수수료 수익이 제대로 기장될지 지켜볼 일이다.

동 기간 코인빗의 일평균 BTC 거래량은 8101개이며, 전체 거래량은 139만3411개다. 수수료로 지불된 BTC는 총 1393개로 20년12월31일 고객 위탁 BTC의 11.7배에 달한다. 자전거래 없이 이 같은 수치가 가능한지 의문이 남는다.

◆코인빗 위탁 BTC 119개 불과…빗썸 4만2525개, 코인원 1만998개 

거래량 기준 2위와 4위의 고객위탁 자산 규모가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인빗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두 거래소는 위탁 BTC가 각각 4만개와 1만개를 넘는다. 코인빗과 비교해 빗썸은 357배, 코인원은 92배 이상 위탁고를 가졌다. 

2대 거래소인 빗썸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20년12월31일 기준 위탁 BTC 개수는 4만2525개다. 빗썸에서 최대 거래량이 발생한 건 1월11일이었으며, 2만6600개 수준이 거래됐다. 빗썸에선 전반기 내내 1만개 안팎의 거래가 꾸준히 이뤄졌다.

2021년 빗썸 BTC 가격 변동(일봉) 및 거래량 현황(하단 막대그래프). ⓒ 빗썸


4위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한 코인원은 고객 위탁 BTC를 1만998개라고 신고했으며, 평균 일간 BTC 거래량은 4000개 수준이다. 빗썸에서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던 1월11일 코인원에선 1만개를 넘기는 최대 거래가 이뤄졌다.  

위탁자산 규모가 357배와 92배인 두 거래소 최대 거래량이 코인빗을 넘지 못했다. 거래량이 폭발했던 1월11일조차 코인빗에선 2만7987개의 BTC 거래로 3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거래량이 과장된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를 기준으로 코인빗에 "일간 유동성 비율이 300배에 달하는데, 실제 유통량과 근거가 궁금하다"고 질문했지만, 코인빗 관계자는 "코인빗이 자체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명확히 답변하기 매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호가 없는 매매가 거래 발생…사기죄 성립 여부 '촉각'

코인빗은 "자전거래는 없었다"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자전거래가 없었다고 믿는 관계자는 드물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만든 특정 계좌로 동시에 매수와 매도 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자전거래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정된 특정계정을 활용할 경우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래량과 비교해 수수료와 차이가 난다면 특수계정을 통한 자전거래로 의심해볼 수 있다"고 첨언했다.

해당 기간 이상거래가 수도 없이 목격됐다. 매수·매도 호가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매수호가가 100원 매도호가가 110원이라면 거래는 100원 혹은 110원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105원에서 대량 거래가 이뤄졌다. 특히 호가에서 거래되는 액수는 몇 천원에서 몇 만원 수준인데, 이상거래는 수 백만원 수준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이 같은 방식의 자전거래는 이미 코인빗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일부 투자자는 코인빗 자전거래를 사실처럼 믿고 있다. 한 코인빗 투자자는 "코인빗에서 일어나는 거래의 99% 이상이 자전거래"라며 "특정 가상화폐는 일간 실거래가 100만원 미만"이라고 의심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코인빗 행위는 가상자산 시장이 무법지대라는 점을 악용한 부정이며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12월7일 광역수사대에서 검찰로 기소된 '사전자기록위작 및 사기 혐의'에 대한 사법당국의 판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전자기록위작이 유죄로 판단되고, 이에 따라 코인빗이 직접 금전 이득을 얻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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