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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경비원 업무범위 법으로…"처우 개선? 고용불안 우려도"

10월부터 경비원에 사무보조·발렛 요구 불법…이해관계자 해결과제 수면 위

윤인하 기자 | yih@newsprime.co.kr | 2021.07.14 10:50:51
[프라임경제] 오는 10월21일부터 경비원 업무 범위를 명시한 법률 하위법령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부당 갑질·업무 지시 등으로 인한 갈등이 해소될 지 주목된다.  

오는 10월21일부터 경비원 업무 범위를 명시한 공동주택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시행된다. ⓒ 연합뉴스



14일 관리업계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해 경비원·입주민 등에 홍보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는 경비원이 경비업법상 업무 외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포함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관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입주민 갑질과 폭행으로 사망한 경비원의 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처우 및 환경 개선을 위해 법률 개정안이 만들어졌고 올해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구체화한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밝혔다.

업무로 명시된 항목들의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된 사례를 최대한 반영했고,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의견을 수렴해 △입주민 △관리주체 △경비원 각각의 역할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근로자는 "업무에 책임"…업무부담 감내

시행령에는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 수행 가능한 업무로 △청소 등 환경정리 △재활용가능 자원 분리배출 정리·단속 △위험·도난 방지 목적 택배물품 보관 △주차관리를 명시했다. 이 업무를 모두 수행해야 함은 아니고 단지별 여건을 고려해 근로계약서로 정해 수행토록 했다. 

경비원에게 요구할 수 없는 업무도 명시했다. △공용부문 수리보조 △각종 동의서 징구 등 관리사무소 일반사무보조 △개인차량 이동주차(발렛) △택배물품 세대 배달 등 개별세대 소유물 관련 업무다. 10월부터 근로자에게 이 같은 요구를 하면 불법이다.

경기도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경비원은 "일자리 유지를 위해 (금지 항목에 명시된) 그 정도 업무를 감수하는 일은 다반사"라며 "업무강도나 어려움에 대해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다른 근로자들 사이에도 "발렛·동의서 징구 등도 응당 업무의 일환으로 생각해왔다"면서 "파리 목숨과 마찬가지인데 법이 바뀌어도 입주민이 요구하거나 필요하면 돕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보였다. 근로자들은 업무 부당함에 대해 내색하지 못했다.

정작 당사자인 경비원은 업무 책임감이나 고용불안 등으로 권익을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였다. 쉽게 잘릴 수 있는 위치인 이들은 업무 환경이 부당하더라도 감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로 갱신 세 달에 한번…"고용불안 항상 있어"

일부 아파트 경비원들은 빠르면 2~3개월 또는 5개월에 한 번씩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업체가 1년에도 서너번 씩 계약을 갱신하는 이유는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5년에는 경비원의 최저임금을 100% 보장하는 법률로 인건비가 상승했다. 그러나 예산 부담을 느낀 입주자대표를 비롯한 관리주체가 경비 인력 감축을 단행하며 논란이 됐다.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비 절감을 위해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등으로 절반 가까이 경비인력을 줄였다. 

한 아파트관리소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 대응을 위해 어떤 곳은 경비원의 무급 휴식시간을 늘려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들었다"며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하면 근로자를 절반 가까이 감축할 수 있지만 오래된 아파트는 재개발·재건축 이슈와 겹쳐 잘 시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비원들은 입주자 민원으로 쉽게 해고되는 실정이다. 또 관리주체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휴식 시간을 늘리겠다는 의도나 막상 근로자가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 

이해관계자 "관리비 인상 우려"…입장차 줄여야

경비원 처우 개선의 개정안 취지는 좋지만 그와 달리 수행 가능한 업무가 줄어들면서 다시 일자리를 잃게 될까 걱정하는 근로자들의 불안도 드러났다.

이해관계자는 업무 혼선도 염려하고 있다. 관리소 관계자는 "입주자 동의서 징구·사무보조 등 그간 경비 근로자에게 관리를 부탁해 왔는데 앞으로 이를 대체할 사무소 인력이 부족하다"며 "입주민들은 관리비 인상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경비 인력에 관한 사항은 대게 입주민 의견을 반영한 입주자대표회의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경비원 처우 개선의 장을 마련하고 업무 요구 금지를 명시하는 등 이번 시행령 취지가 정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시행 3개월을 앞두고 근로자 고용 불안 해소나 관계자간 입장 차를 좁히는 일 등은 해결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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