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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비자금'에 이미지 훼손…한샘도 사모펀드 품으로

남양유업 이어 50년 전통 유통기업 사모펀드로…'후계자 부재·코로나 수혜'가 매각 결정에 영향준 듯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21.07.14 17:01:50

한샘 본사. ⓒ 한샘

[프라임경제] 성폭행과 갑질,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각종 구설에 기업 이미지가 훼손된 한샘(009240)이 최대주주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에 매각한다. 

남양유업에 이어 50년 이상 전통의 유통기업 주인이 사모펀드로 바뀔 전망이다.

한샘은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신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14일 체결하고,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한샘은 최대주주 조 명예회장 지분 15.45%와 특수 관계자 지분 30.21% 전부다. 

IMM PE은 양해각서에 따라 향후 한샘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이를 위해 IMM PE는 독점적 협상권을 부여 받았다. 하반기 중에 본계약을 체결할 경우 한샘의 대주주는 IMM PE로 바뀌게 된다.

한샘은 "조 명예회장이 회사의 비전과 미래가치를 인정하는 전략적 비전을 갖춘 투자자를 찾아왔다"며 "IMM PE를 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로 판단해 지분 양수도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73년 설립된 한샘은 부엌 가구와 인테리어 물품의 제조·유통을 중점으로 하는 홈인테리어 분야 전문 기업이다. 

한국 부엌의 아궁이를 현대식으로 바꿔 '주부가 행복한 부엌'을 만들 것을 추구해 왔다. 1970년대 아파트 보급이 본격화되며 한샘의 주방가구가 큰 인기를 모았다. 여기에 2002년부터 시작한 인테리어 사업이 승승장구하며 2013년 국내 가구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2017년에는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잇단 구설에 기업 가치 하락…후계자 없는 한샘, 매각 재도전

그러나 계속된 논란에 실적 하락이 뒤따랐다. 2015년 한국인조석가공업협동조합은 한샘과 한샘 계열사가 인조대리석 시장에서 일감을 몰아주고 있으며 중국산 저가 제품을 대량 공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7년에는 직원이 여자 신입 사원을 성폭행, 회사 측이 이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9년 2심에서 피의자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아울러 2018년에는 대리점에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한샘이 대형 직영 매장인 플래그숍에 입점한 대리점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전단 제작 등 영업 관련 비용을 떠넘기는 등 부당행위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었다. 

올해 초에는 경찰로부터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를 받았다. 한샘 전·현직 임직원들이 페이퍼컴퍼니인 광고대행사를 통해 2018년부터 약 44억원 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한때 2조 클럽에 가입했지만 이같은 논란 속 2017년 이후 2년 연속 실적이 하락, 2019년에는 1조6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이미지 실추에 시들어가던 한샘은 코로나19 수혜 기업이 됐다. 감염병 확산에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홈인테리어 시장에 활기가 불었고, 한샘은 다시 지난해 매출 2조674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2조클럽에 다시 들었다.

조 명예회장은 기업 가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현재를 매각 적기로 본 것으로 분석된다. 한샘은 3년여 전에도 매각을 추진했지만 시장 평가 대비 비싼 희망가에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창업자인 조 명예회장은 지난 1994년 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한샘은 27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업승계가 어려운 구조가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1939년생 올해 82세며, 1남3녀의 자녀들이 있지만 장남은 지난 2002년 사망했다. 세자매 모두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처럼 '이미지 실추' 전통 유통 기업 사모펀드행

현재 한샘의 희망 매각가는 주당 약 25만원으로 총 1조7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일(13일) 종가 11만7500원을 감안하면 시세 대비 두 배가 넘는 가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IMM PE가 매각자 희망에 맞춰주겠다는 의사가 전달되며 논의가 급물살 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샘이 사모펀드 운용사로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만 두 번째 국내 전통 유통기업이 사모펀드로 넘어가게 됐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5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최대주주 홍원식 전 회장과 배우자 등 일가 보유 주식 전체를 총 3107억2916만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남양유업과 한샘의 공통점은 50년여년 된 전통 기업이 각종 논란을 낳으며 경영 쇄신에 대한 요구를 많이 받아왔다는 점이다. 여기에 한샘이 사모펀드에 매각을 결정하면서 이미지를 실추한 전통 기업이 사모펀드를 통해 쇄신을 앞세운 엑시트(Exit)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샘 매각 추진 가능성에 이날 한샘의 주가는 장중 한때 23.82%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매각이 유통기업 본연의 가치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매각 후 서비스 품질 확대보다 규모 확대에 급급한 기업들이 결국 소비자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당장 경영권 교체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창걸 명예회장 '개인 소유 절반 사회 환원' 약속 이행은?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 한샘

조 명예회장 지분 전량이 매각되며, 과거 그가 개인 보유 한샘 지분의 절반인 260만여주를 재산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재단에 출연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 가능성이 생겼다.

조 명예회장은 2015년 3월 태재(泰齋)재단(옛 한샘드뷰연구재단)에 개인 보유 한샘 지분의 절반인 260만여주를 출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까지 총 166만 주를 출연해 약속 이행까지 약 100만여주가 남아 있다.

태재재단은 조 명예회장이 한국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전략을 개발하고 미래의 세계와 한국을 이끌어 갈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2012년 5월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한샘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 계약이 체결되면 현금이 확보되니 그 일부를 기부할 예정"이라며 "계약 체결이 완료된 것이 아니므로 그 규모는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샘은 이후에도 △리하우스 사업 중심의 오프라인 강점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중심 성공모델 창출 △국내시장을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 △스마트홈 중심의 미래 디지털시대 선도 기업 등 기존의 사업과 장기 경영 목표를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100% 고용 승계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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