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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 '수신율' 걱정에 호흡기 단 '적금' 이제는…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1.07.16 11:58:52
[프라임경제] 불과 얼마전까지 사회초년생이 목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금이 필수였다. 만기까지 버티고 버텨 이자와 함께 저축한 돈을 받을 때면 왠지 모를 희열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0%에 가까운 적금의 이자는 더 이상 이러한 만족감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기리에 방영 종료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며 덕선이 아빠 역의 성동일이 이런 말을 했다. "금리가 요즘 쪼까 내려가지고 15%여, 그래도 목돈은 은행에 넣어놓고 이자 따박따박 받는게 최고지라." 

1000만원을 넣어두면 무려 150만원 이자 수익이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은행에서 이자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당장 주변에서도 적금 이야기를 하는 이는 드물며, 대부분 주식 또는 코인 이야기 뿐이다. 은행 이자보다 더 받을 수 있다면, 투자처가 아무리 위험해도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로금리 시대가 활짝 열린 이후 적금의 인기는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최근 반년 동안 주요 시중은행의 적금액은 6조원 이상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장 후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자, 탈적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된 모양새다.

은행별로 적금 잔액을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지난해 말 9조5331억원에서 5조8179억원으로 3조7152억원이 감소했으며, 신한은행은 5조8078억원, KB국민은행은 12조2363억원으로 각각 8291억원, 6849억원이 줄어들었다. NH농협은행의 적금 보유량도 7조1079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4981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대중의 관심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적금 무용론까지 불거지자 저축 시대 종말을 예고하는 이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적금은 아직 그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자 수익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저축 외에는 안정적으로 목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상황 속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그동안 은행들에게 제공하던 인센티브인 예대율·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완화 조치가 9월 종료된다고 발표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은행들은 수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객들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 적금은 그렇게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게 됐다.

은행들은 죽어가던 적금이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으로 온갖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경우 6%에서 7% 고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앞선 응답하라 1988의 사례와 달리 재테크의 관점도 저축이 아닌 투자로 옮겨간 지 오래다. '초저금리·제로금리 시대'라는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은행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조금 더 높은 이자로 고객들을 유혹하며 적금을 유지할 게 아니라, 새로운 대체제를 모색해야한다는 말이다.  

언젠간 '예적금 시대의 종말'이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 운용체계나 구조를 바꿔 은행도 고객도 '윈윈'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나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은행들의 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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