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통신 3사, ESG 어디에 서있나

공공제인 ‘주파수’ 통해 수익사업 영위…시민평가 반영돼야

강경식·이인애 기자 | kks·92inae@newsprime.co.kr | 2021.07.18 10:04:10
[프라임경제] 국내에서 처음 열린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이하 P4G)'가 막을 내린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 국내 기업의 ESG(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는 여전히 허울뿐인 감투로 시대착오적 경영활동을 감추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특히 사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인프라 산업인 이동통신 분야에서 3사들이 정의와 거리가 먼 기업활동을 ESG 평가로 메우려는 시도가 포착되고 있다. 

재벌그룹의 계열사는 오너의 수익 강화를 위해, 시장형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전환된 전 국가통신기업은 최고권력의 연임이라는 사욕을 채우기 위해 주주보다 강력한 임원진을 꾸려내거나 '위험의 외주화'를 방치하는 등 회사안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업계 전반에서 지속가능한 경영과 공정한 전환이 아닌 오너일가의 지속가능한 수익과 필요없는 사람을 낙오시키는 '부당한 전환'의 구조는 개선될 기미조차 없으며, 여전히 재무적 가치가 비재무적 가치보다 수백배 위대한 평가를 받는 사회적 기준도 변하지 않았다. 

◆KT, 여전한 위험의 외주화…공정한 전환 어디로

가장 대표적인 ESG평가기관인 KCGS 기준 이통사 ESG 1위 기업인 KT(030200)는 올해를 ESG 경영 원년으로 삼고 지난달 통신업계 최초로 12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KT는 앞으로 3년, 5년 만기 ESG 채권과 10년 만기 일반 회사채를 합쳐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사업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채권이다. 

하지만 올해 KT에서 벌어진 사건들만해도 1200억원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친환경 사업을 새로이 도입하고, 회사밖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있다면, ESG의 본질에 다가서는 건 어떨까.

14일 KT 새노조에 따르면, 경북 포항 KT대구본부 흥해지점 앞마당에서 차량 크레인을 이용해 케이블드럼을 트럭으로 옮기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조는 "현장 확인 결과 낙하한 케이블드럼과 크레인 사이 연결수단은 밧줄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사망자는 30년간 KT 하청업체에서 광케이블 등을 설치하는 통신 외선공으로 일해왔다. 사고 당시 케이블드럼은 철제 고리가 아닌 밧줄로 고정해둔 것으로 드러났고, 안전모 등 기초 안전장비는 고사하고 안전관리자와 신호수도 없이 작업한 사실도 확인됐다. 도급법상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KT의 입장과 '단체교섭 때 수차례 안전조치를 요구했지만 KT에서 책정한 비용이 없다고 핑계만 댔다'는 노조의 입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간과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 KT본사 근로자가 동일한 작업을 하는 과정에도 '안전모' 하나 지급해주지 않았을까를 되새기게 만든다. 그 와중에 KT의 올해 초 대관계사영역 및 B2B 사업영역을 주도하는 KT 엔터프라이즈부문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에 대한 국제표준 ISO 45001 인증을 받은 것은 아이러니다. 

해당 인증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 국제표준규격에 부합하는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준수해야 받을 수 있다. 하청근로자가 안전모와 신호수도 없이 위험한 현장근로를 수십년간 지속해도 원청이 이러한 인증을 따내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KT스카이라이프(053210)의 현대HCN 인수건도 공정한 전환을 배제한 전형적인 이윤추구 행위로 추진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8월 전원회의에서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를 심의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과기부, 공정위,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채결하고 방송통신 사업자들의 M&A가 발생하면 신속 심사할 것을 약속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는 해당 MOU 이후 첫 사례다.

그러나 내달 공정위 전원회의를 통해 심의가 진행되더라도 신속 심사는 아니게됐다. 이는 KT가 당초 계획대로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과 PP회사인 현대미디어를 인수하기로 했지만, 현대미디어의 인수주체를 KT스튜디오지니로 변경하는 까닭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KT스카이라이프 노조는 KT스카이라이프 사장과 경영진들이 모회사인 KT를 위해 일방적인 지배구조 변경을 추진,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내홍의 배경에는 구현모 대표가 올해 초 콘텐츠 전문법인인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하는 로드맵과 김 사장이 "현대HCN·현대미디어 인수를 통해 회사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미디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이 지목됐다.

그룹내 IPTV 사업부문에 따른 카니발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으면서도 현대미디어마저 포기한 김 사장은 회사 내에서도 구 대표와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카이스트 MBA라는 학연으로 얽혀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김 사장에 앞서 KT스카이라이프를 이끌던 강국현 대표는 구 회장 사업구상의 중심인 KT 커스터머부문장 부사장으로 이동했다. 강 대표 또한 카이스트 MBA 동문이다. 미래먹거리에 대한 중요 결정이 이뤄지는 KT 미래가치 TF 또한 카이스트 MBA 출신의 김형욱 부사장이 이끌게 됐다. KT내 카이스트 MBA는 보다 큰 가치로 인식된다.

의혹이 따르는 현대미디어 포기가 발생하는 사이 현대HCN의 하청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5월 현대HCN 하청업체는 노조 조합원을 포함한 18명에 대해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관련해 희망연대노조는 현대HCN 본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HCN 서비스센터에서 발생한 직원 해고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의 책임을 요구했다. 

두 사건의 인과는 분명하다. 공정위는 M&A에 대한 신속 절차를 예고했지만, KT는 내부의 반발에도 계획과 다른 인수주체를 내세우며 시간을 지체했고, 책임질 원청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가 나타나고 말았다.

◆LG유플러스, ESG 기본인 '상생'부터 시작해야

LG그룹은 재계에서도 유난히 ESG의 도입이 늦었다. 특히 LG유플러스(032640)는 5월에나 황현식 대표를 포함한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사실상 P4G 서울개최에 대한 눈치보기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기업이 비재무적 평가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포함된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지속가능함에 대한 철학을 이제라도 세울수 있다면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수년전부터 비재무적 기업평가의 기준으로 자리잡은 '상생'조차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통신대리점에 대한 갑을관계를 수평으로 만드는일은 LG유플러스에겐 무척이나 어려운 일로 보인다. 

6월 공정위는 초고속인터넷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대리점에 수수료를 미지급한 LG유플러스의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충청남북도와 대전시, 세종시를 비롯해 전라남북도와 광주시까지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관할하는 서부영업단이 155개 대리점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 총 2억3800만원을 미지급한 사정이다.

같은 시기 LG유플러스는 자사 대리점에 대해 실적이 부족하다며 영업 권역을 옮기라고 강요하고 이에 대리점주가 반발하자 일방적으로 대리점 계약 해지를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가 실제로 실적이 부진할 경우 대리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절차가 계약내용이 있는 것이 드러났다. 

또 지난해 말 LG유플러스는 홈서비스센터 협력사와 계약을 종료했다. 관련해 홈서비스센터 협력사 대표들이 구광모 LG회장의 집 앞에서 집회를 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양측이 맞선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인터넷과 IPTV 등의 설치와 A/S를 담당하는 홈서비스센터에 '신규 고객유치'를 요구해 온 사실도 밝혀졌다. 

대리점과의 분쟁이 LG유플러스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3월에는 대리점주 48명이 사측이 무리하게 정한 판매목표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인센티브와 수수료를 차감한 것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사회에 의로움을 보여준 사람을 찾아내 위로하고 포상하는 사회적 활동으로 ESG 가치를 추구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회사 밖, 그룹의 일이다. 기업의 철학이 보다 가까운 협력사와 대리점을 '을'로 보는 경향성을 띄는 한 '상생'조차 인정받기 어렵다.

◆SKT, 회장님은 ESG 전도사…계열사 부당지원 발목잡나

이번 정권들어 재계서열 3위로 뛰어오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되며 명실상부 재계의 얼굴이됐다. 이미 지난해부터 최 회장은 자리를 가리지 않고 ESG 경영에 대해 논했고 16개 계열사에 ESG 전담조직을 설치하거나 사장단 인사를 ESG 담당자 위주로 꾸리는 등 모범적인 경영활동을 보여줬다.

특히 나머지 통신회사의 ESG 활동은 직접 비교가 가능한 수준이다. ESG 평가 지표의 대표적인 키워드와 연계한 사업을 선별해서 진행해온 때문이다. 또 외주 상담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했고, 스타트업의 ESG 경영 역량을 심어주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SAP, 국내 사회적기업가 교육 기관과 투자사들이 참여하는 'ESG코리아 2021'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또한 SKT(017670)의 비대화된 조직을 인적분할해 SKT신설투자를 설립하는 시도도 고무적이다. 기업지배구조의 기준인 공정거래법을 준수하면서 기업의 역량을 M&A로 키우려는 계획이다.

하지만 SKT는 올해에만 두 차례 공정위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았다. 2월 공정위는 SKT가 SK브로드밴드를 부당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총 63억 96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이 대리점을 통해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 상품과 SK브로드밴드의 IPTV 상품을 결합판매하는 과정에서 2016∼2019년 SK브로드밴드가 대리점에 지급해야 할 판매수수료 199억9200만원을 대납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부당지원 문제가 외부에 노출될 우려가 발생하자 SK브로드밴드는 2016년과 2017년 비용 일부(109억원)을 분담하기도 했지만 SKT는 이후 99억원의 광고매출을 SK브로드밴드에 올려주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줬다.

이어 이달 14일 공정위는 과거 멜론을 운영했던 SKT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에 청구대행 수수료율을 기존 5.5%에서 1.1%로 인하한 행위에 대해 총 52억원의 수수료를 깎아준 것이라며 이를 부당지원행위로 봤다. 

공정위는 또한 'SK텔레콤이 전략적으로 로엔의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지원',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RISK(위험)에 노출' 등의 문구가 담긴 내부 문건을 근거로 SK텔레콤이 부당지원 행위인 줄 알면서도 로엔에 수수료를 깎아줬다고 판단했다. 어디에서 최 회장의 ESG 경영에 발목을 잡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왼쪽부터)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 상무보, 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 = 프라임경제



◆'공공재 활용 인프라' 시장…시민평가 반영돼야

이동통신 3사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정부로부터 임대해 사용한다. 이는 '통신의 자유'가 소극적이지만 기본권에 해당할수 있는 근거가 된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통신기본권을 제공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와이파이'에 그친다. 고유번호(전화번호)를 사용해 음성통화를 주고받는 '보편적 수단'을 동원하는 형태는 아니다.

통신 비용 또한 주요한 가계부담의 하나로 이미 자리잡았다. 반대로 이통3사는 올해도 1분기에만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공공재인 주파수 임대료를 지불하고도 많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에게 시민의 평가가 반영돼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특히 3사는 2018년 28㎓ 주파수를 할당받으며 제출했던 연도별 5G 기지국 구축 계획을 1%만 이행했다. 지난 3월까지 3사가 구축한 28㎓ 5G 기지국은 91개에 불과했다. 해당 주파수의 실효성 논란이 있던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청문회 이후 급히 30여개를 추가로 세웠다. 28㎓ 5G라는 공공제 활용 환경 조성의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물론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라는 핑계를 댈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3.5㎓ 5G 출시시기에도, 보다 앞선 4G(LTE)의 도입 시기에도 이동통신 고가요금 논란에 대해 이통3사는 모두 기지국 등 인프라구축 비용이 발생해 어쩔수 없다는 구실을 내놓았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