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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케이라인글로벌 "연 400%~600% 고수익 보장"…전형적 폰지 사기 ①

그럴싸한 허상으로 투자자 "현혹"…"뽀로로·방탄소년단 연관" 모두 거짓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1.07.21 15:59:51
[프라임경제] 케이라인글로벌의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 피해가 우려된다. 배당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피해가 시작된 현재, 그들은 원금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자에게 접근해 실질적으로 가치가 없는 자체 발행 코인을 지급하겠다며 '면피' 할 방법만 찾고 있다.

케이라인글로벌 수뇌부는 비트펀딩·비티에프디·케이나우홀딩스 등 여러 회사를 설립한 뒤 작년 8월부터 강남 본사 사무실을 비롯해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설명회를 개최해 왔다. 

케이라인글로벌은 작년 8월부터 강남 본사 사무실을 비롯해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설명회를 개최했다. ⓒ 제보자 제공


그들은 "연간 400~600%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뒤 매주 투자금의 10%씩 현금 배당하다가 지난달부터 △금감원 조사 △전산 오류 등 핑계를 대며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약속된 배당금은 물론 원금도 지급되지 않아 '먹튀'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피해액을 정확히 집계하긴 어렵지만, 한 센터장의 "2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주장에 따르면 피해액이 1000억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제 2의 브이글로벌 사태'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케이라인글로벌은 작년 말부터 올해 6월까지 "1200만원을 투자하면 48주간 매주 100만원씩 총 4800만원의 배당금을 준다"는 비상식적 제안으로 투자자를 유치해 왔다. 최소 투자 가능금액인 1구좌는 120만원이었으며, 1구좌만 투자해도 400% 배당률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광고했다.

1%대 금리 시대에 연간 400%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듣는다면 '사기'라고 의심부터 하겠지만, 친분이 깊은 지인이 추천하거나 정보취약계층으로 최근 코인열풍을 목도한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솔깃할 수 있는 제안이다. 설명회를 찾은 다수가 60대 이상 노년층이었다는 사실에 비춰 이들의 행각은 매우 악질적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 대부분은 회사 비전이나 사업을 이해하기 보단 소개자를 믿고 투자 결정을 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엔 '반신반의'로 조심스럽게 투자를 시작했지만 약속대로 배당금이 입금되자 신뢰가 쌓였고 '불신'은 '맹신'으로 진화했다.

맹신은 탐욕을 부르고, '영끌('영혼을 끌어 온다'는 의미로 가용 최대치의 대출을 받는 행위를 일컫는 신조어)'로 투자금을 증액하는 찰나 회사는 갑자기 온갖 핑계를 대며 배당금 지급을 미룬다.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의 전형적 패턴이 케이라인글로벌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조희팔'과 '주수도'의 초대형 폰지 사기가 발생한지 이미 십수년이 흘렀지만 아이템만 옥장판·의료기기에서 콘텐츠·가상자산으로 진화했을 뿐 수법은 여전히 동일하다.

◆BTS·뽀로로 유명세 악용…도용과 거짓말로 도배된 투자설명서

케이라인글로벌은 "자신들은 수익 없이 다음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돌려막는 폰지 사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수익을 창출할 근거가 있으며, 이를 배분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들이 내세운 주 수익원은 △콘텐츠 사업 △플랫폼 및 블록체인 BM △전자결제 시스템 △기업 M&A △프랜차이즈 사업 △자산운용이다. 그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콘텐츠 사업이다. 그들은 △디스커버패스 BTS 특별판 △뽀로로 콘텐츠 비지니스 △드라마 및 영화 제작 △셀럽파켓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뽀로로와 BTS 관련 부분은 특히 눈에 띈다. 한 투자설명회에선 "뽀로로의 중국 판권과 BTS와 연계한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해 이를 배분한다"고 설명했고, 다른 설명회에선 "BTS에 직접 투자를 했다"고 하기도 했다. 

케이라인글로벌은 설명회에서 뽀로로의 중국 판권을 가지고 있다고 거짓 주장을 했다. ⓒ 제보자 제공


확인결과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었다. 그들은 사기행각에 신뢰성을 더하고자 유명인을 파트너인 것처럼 꾸몄을 뿐이다.

뽀로로 판권 소유자인 오콘스튜디오와 아이코닉스에서는 케이라인글로벌·비트펀딩·비티에프디·케이나우홀딩스 등 어떤 회사와도 판권 계약을 맺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에서는 뽀로로를 도용당한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BTS 역시 비슷한 상황. BTS가 모델인 상품을 서울관광재단을 통해 구매한 것을 가지고 마치 제휴를 맺고 독점 판매권을 가진 것처럼 부풀린 것이다. 마치 A마트에서 BTS가 모델인 A마트·B제과 제휴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A마트·B제과·BTS에 투자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케이라인글로벌과 관계있는 여행사에서 '디스커버패스 BTS 특별판' 1만장 가량 구매한 건 사실로 확인됐다. 특별판은 서울관광재단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디스커버패스(서울 관광 자유이용권) 중 BTS가 모델인 상품으로 외국인만 사용할 수 있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외국인과 여행사에만 판매됐다"며 "재판매된 수량까지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케이라인글로벌에서 대략적으로 많으면 1만장 정도 구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관광재단, 내용증명 통해 항의…케이라인글로벌 "시간달라"더니 잠수 

케이라인글로벌은 해당 상품 중 일부를 구매했을 뿐인데, 투자자들에겐 '독점판매' '서울시와 협약' 'BTS에 투자' 등 되는대로 살을 붙였다. 재단에선 이미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케이라인글로벌에 내용증명을 통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재단이 해당 건을 인지한 경위는 민원 접수를 통해서다. 한 민원인은 4월19일에 케이라인글로벌과 서울관광재단과의 관계를 문의하는 민원을 남겼고, 재단은 해당 내용을 확인한 뒤 장성욱 케이라인글로벌 부회장과 직접 연락을 취한 뒤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내용증명에는 "디스커버서울패스 방탄소년단 특별판과 관련해 '대량 구매해 보유' 이외에 '사업권을 가지고 있음' '판매는 당사만 가능' '독점계약' '패스 운영권 보유' 등의 발언 및 정보전달은 공정거래법 위반 및 현행법 저촉 소지가 높다"며 "케이라인글로벌과 서울시·방탄소년단(소속사: 하이브)과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뉘앙스의 발언과 정보전달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재단에서는 4월27일까지 △무단 사용된 로고·이미지가 삽입된 영상·홍보물 즉시 삭제 후 내용 회신 △디스커버서울패스 방탄소년단 특별판 혜택·주의사항 정정 △위반·과오사항을 인정하고 보도자료·정정·해명자료를 자사 홈페이지, 공개사이트 등에 게재할 것 등을 요청했다.

이에 케이라인글로벌에서는 "본사 입장에서 조속한 답변자료를 작성 중에 있으나, 더욱 성실한 대응을 위해 2021년 5월15일까지 답변자료를 완료해 송부 드리고자 하니 이에 이해요청 드립니다"라며 답변일 연기를 요청했다. 

재단 관계자는 "연기 요청이 케이라인글로벌과의 마지막 연결"이었다며 "이후 공문이 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화연결과 문자에도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케이라인글로벌에서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관광재단 항의 이후에도 설명회에서도 여전히 BTS 디스커버 패스에 투자했다고 설명한다. ⓒ 제보자 제공


케이라인글로벌에선 재단의 요청에 불응했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점 이후 개최된 투자설명회에서 여전히 뽀로로는 물론 BTS·서울시·서울관광재단에 대해 언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들은 서울관광재단의 요청은 회피한 채 여전히 같은 레퍼토리를 사기행각에 악용했다.

◆작년 말 유령법인이 모집…올해 4월23일 회사 설립

더 이상한 점은 케이라인글로벌의 설립 시기다. 등기 상 케이라인글로벌은 올해 4월23일 설립한 걸로 돼 있다. 민원이 제기됐던 4월19일은 회사가 설립되기 전이다. 유령회사였다는 얘기다. 

케이라인글로벌이 서울관광재단에 답변일 연기를 요청한 날짜가 4월24일이었다. 공식 답변 하루 전 급하게 법인을 설립한 게 아닌가 의구심이 증폭된다. 등기 상 이사에 케이라인글로벌 수뇌부 이름이 올라가 있지 않은 점도 이상하다.

등기 상 이사인 A씨는 케이라인글로벌의 팀장급 직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케이라인글로벌의 수뇌부로 알려진 인물은 △김종백 회장 △장성욱 부회장 △정승우·김영삼 대표 등인데 이들은 등기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다.

서울관광재단의 내용증명을 대응할 주체를 만들고자 급하게 법인을 설립했다면 이는 사기의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법인을 설립하지 않았다는 건 사업을 진행할 의도가 없었다는 의미인데, 그 상황에서도 투자자의 금전 갈취만 목적으로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령회사가 BTS, 뽀로로 등과 제휴를 맺을 수도 없고, 맺을 의사도 없었으며, 그들이 주장한 다른 비즈니스 역시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 이처럼 거짓말로 투자자를 기망해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면 사기에 해당한다. 

법조계 시각도 비슷하다.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대표변호사는 "케이라인글로벌처럼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하는 플랫폼은 100% 폰지사기일 수 밖에 없다"며 "하위 회원을 모집했을 때 나오는 수당이나 배당금 등 지급이 뒤늦게 투자하는 사람들의 투자금에서 나오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결국 언젠가는 터지게 돼 있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인데, 내가 누군가를 추천하면 나 또한 어느 순간 가해자가 돼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케이라인글로벌이 법인 설립 없이 투자유치를 했다는 건 명백한 유사수신의 증거이기도 하다. 유사수신이란 관련법령에 의한 인허가가 없거나 등록·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출자금 이상의 지급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수입하는 행위다. 즉, 회사 설립 이전엔 당연히 인허가를 받을 주체가 없고 등록·신고 역시 불가능하다. 명백한 유사수신 행위라 단정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핑계 텅 빈 사무실…전형적 폰지 사기

강남 모 빌딩 3개 층을 사용했던 케이라인글로벌의 사무실 중 한 곳엔 최근 입주한 모 회사가 간판만 가린 채 영업을 시작했고, 나머지 두 개 층엔 "코로나19 4단계로 폐쇄"라는 문구만 적힌 채 개점휴업 중이다. 

케이나우홀딩스가 운영한다고 홍보했던 '비트벡스 거래소'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 조규희 기자


새로운 입주사 관계자는 "새로 입주한지 며칠 되지 않아 인테리어를 하기 이전"이라며 케이라인글로벌 관련 문의를 많이 받았는지 다른 사무실 주소를 안내해주기도 했다.

입주사 관계자의 설명에 따라 방문한 다른 사무실 역시 사정은 매한가지. 이 곳은 케이나우홀딩스가 운영한다고 홍보했던 '비트벡스 거래소' 사무실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해당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비트펀딩 주소지에도 방문했는데, 이미 반년 전 입주한 모 업체가 정상 영업 중이었다.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케이라인글로벌의 투자자 모집은 전형적 폰지 사기다. 그럼에도 모순적으로 그들은 투자설명회에서 "케이라인글로벌은 뽀로로, BTS 상품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만큼 폰지사기와 전혀 다르다"며 차별점을 내세워왔다.

그러나 역으로 그들이 제시한 수익 창출 수단이 모두 거짓말로 드러난 현재, 그들은 케이라인글로벌이 수익구조가 불투명한 폰지사기라고 자인한 꼴이다.

한 금융사기 전문가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 권유는 100% 사기"라고 단언한다. 그럴듯한 내용으로 포장하지만 '속빈강정'일 뿐이라는 것.

이들은 지난 8일 가상자산 거래소인 A거래소에 케이라인글로벌이 발행한 케이페어코인(KFC)을 상장해 놓고, 투자자의 피해금을 원화가 아닌 코인으로 지급하려는 계획을 짜고 있는 상황이다.

②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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