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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비건 늘자 식품업계 대체육 확대…"맛은 글쎄"

대체육 어디까지 왔나 "직접 먹어보니 그 맛은?"

윤수현 기자 | ysh@newsprime.co.kr | 2021.07.23 17:33:27
[프라임경제] 건강과 환경 보호 등의 '비건 열풍'이 불면서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제 대체육은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 됐다. 그러나 확대된 대체육 시장에도 불구,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150만~200만명으로 추산, 10여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채식인구가 늘면서 대체육 시장 규모도 계속해서 확장돼 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300만톤이던 대체육 생산량은 15년 후인 2023년에는 9700만톤으로 7.4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푸드에서 나온 대체육 '제로미트 베지까스' 보기에도 식감도 퍽퍽해 보인다. ⓒ 프라임경제


◆ "다시 먹고 싶지 않아" 혹평도…고기 맛과는 거리 먼 대체육

그렇다면 대체육의 맛은 어떨까. '육식 마니아'인 기자가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여의도 소재 이마트에서 롯데푸드의 '제로미트 베지까스'를 가장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베지까스는 색상부터 노란색에 가까워 일반적인 돈까스와는 달랐다. 향도 나지 않았을 뿐더러 보기에도 퍽퍽해 보였다. 흡사 어렸을 때 먹던 '피카츄 돈까스'에 밀가루를 섞은 맛이었다. 

먹어 보니 '맛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웠다. 같이 먹은 가족들도 "튀김옷 맛만 난다"며 "다시 먹고 싶진 않다"고 혹평했다.

농심에서 나온 대체육 '베지가든 떡갈비' 색감과 향은 실제 떡갈비와 비슷했다. ⓒ 프라임경제


다음으로 농심의 '베지가든 떡갈비'를 먹어보았다. 떡갈비의 색감은 실제 떡갈비와 비슷했다. 향도 떡갈비 향이 났다. 

그러나 입 속으로 넣는 순간 퍽퍽함이 느껴졌다. 호기심에 한 번 먹어볼 수 있겠지만, 고기 애호가로서 대체육을 다시 찾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부터 비건 생활을 시작했다는 A씨(27세)는 "고기를 워낙 좋아해 시중에 나온 대체육을 시도했지만 기대한 맛이 아니었다"며 "고기와 같은 맛을 생각하지도 않았고 기대치가 높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제 대체육은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체육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족은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대체육을 섭취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식물성 대체육의 맛에 대해 '만족한다'는 평가는 19.8%에 불과했다. 가격에 대한 만족도도 역시 19.8%로 낮았다. 

다만 안전성에 대한 만족 비율이 37.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며, 재구매하겠다는 의사도 52.5%로 절반 이상이었다. 

◆ 전망 밝은 대체육 시장…'해외 대비 낮은 국내 기술력'이 과제

대체육은 인구증가와 식량부족, 축산업으로 인한 기후 변화(온실가스)를 해결할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국내 채식 시장 규모는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 아직 규모가 작지만 최근 식품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다. 

가장 먼저 대체육 업계에 뛰어든 롯데푸드와 농심그룹에 이어 최근 버거킹·도미노피자 등 햄버거·피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 분위기는 잠잠하다.

시중 마트에서 판매되는 대체육 제품. ⓒ 프라임경제


10여 년 전부터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유제품과 달걀은 먹는 채식주의자)이 된 B씨(42세)는 "진짜랑 구별이 안 된다는 햄버거 광고와 기사를 많이 봤는데 너무 과장된 것 같다"며 "직접 먹어보니 확실히 달라 그냥 자연채식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육 제품을 호기심에 먹어 보고 다시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7월 내놓은 '대체식품 현황과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육을 포함한 대체식품 전반에 대한 국내 기술 수준은 해외에 비해 4~5년 늦은 상태지만, 최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원천기술 특허 출원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해외의 식물성 대체식품은 실제 육류와 유사한 조직감·맛·풍미 구현을 목적으로 한 소재 발굴 및 가공기술 개발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한정적인 단백질 소재를 사용해 실제 육류의 조직감·맛·풍미 등 육류 특성 모방 기술 및 다양한 제품이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에서 발 빠르게 대체육 관련 제품을 내놨지만 판매량이 높지는 않다"며 "아직까지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점점 대체육에 대해 관심 많아지고 있어 더 많은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원복 한국채식협회 대표는 "우리나라 대체육이 아직까지는 맛 구현이 안됐지만 외국에서 미국 비욘드미트 등 대체육 개발이 잘되고 있다"며 "미래에는 축산업에 문제가 많아져서 결국에는 대체육 시장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기 때문에 국내에도 많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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