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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 국내 법인 설립...본격 영업이 불편한 이유

메타버스…그럼에도 상식이 통용되는 세계관 필요

이인애 기자 | 92inae@newsprime.co.kr | 2021.07.24 16:10:53
[프라임경제] 실물경제와 치환되는 가상의 세계, 다만 이곳은 규칙도 질서도 없다. 더 비싼 아이템을 소비할 대상의 연령이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만 하다면 고객으로의 가치는 충분하다. 

로블록스를 자본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답은 나와있다. '메타버스'라는 명칭이 주는 환상은 껍데기에 불과했고, 그 안에 꾸려진 생태계는 본질을 가린채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수준높은 품질의 게임을 만들 자원이 부족한 개발자에게 캐쥬얼 게임 제작의 기반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발생하는 수익 착취와 저연령 사용자들에 대한 소비조장, 이런 부작용들을 막아낼 구조적 장치의 미비점이 드러난 가운데 국내법과 윤리, 가치관과의 충돌이 예견된다.

국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21일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 진출한다. ⓒ 로블록스


21일 로블록스는 국내 법인을 설립했다. 다시 말해, 국내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해 물리적 거점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아직 국내에서는 초등학생 위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성인들 특히 학부모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로블록스의 문제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하입(Hype)'에 대한 정보가 없이는 로블록스의 구조적 문제에 다가서기 전에 이해를 포기할 공산이 크다.

하입, 사전적 의미는 '누군가를 흥분시키다'에 가깝다. 하지만 실제 사용 용례를 보면 이 단어는 '있다, 없다'로 구분돼 사용된다. 광범위한 리셀 시장이 펼쳐진 스트릿브랜드와 스니커즈에서 주로 특정 아이템에 대한 수요를 의미하기도 하며, '인기'를 평가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로블록스에서 하입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로블록스의 특징은 사용자가 직접 개발한 게임을 또 다른 사용자들이 즐기는 방식이다. 로블록스라는 플랫폼이 게임보다 개발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즉 사용자가 개발자이기 때문에 저마다의 게임은 세계관이 모두 다르다. 수백만겹의 세계관이 가상의 세계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일각에선 로블록스를 '메타버스'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물리적 입력장치가 스마트폰에 불과하고, VR과 센싱장치의 적용은 뒤늦게 추가됐다.

메타버스의 개념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가상현실의 아이콘인 로블록스를 어쩔수 없이 추가했지만, 무질서와 무규칙의 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금과 치환되는 무질서한 시장

로블록스는 플랫폼 내 'Robux(이하 로벅스)'라는 독립적 화폐를 운영한다. 일반 사용자가 로벅스를 획득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금구매 외에 전무하다. 이렇게 구매한 로벅스는 플랫폼 전반에 걸쳐 ‘아이템’을 구매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로블록스 내 여러 게임들 중 이익 창출이 쉬워 인기를 끌고 있는 '입양하세요' 게임에 접속하자 로벅스 충전을 유도하는 문구를 담은 팝업이 뜬다. ⓒ 로블록스


지금까지는 여타의 게임과 동일하지만 특정 아이템에 대한 하입이 발생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예컨데 NC소프트의 리니지에서 수억원대의 아이템이 등장하고 거래되는 소식은 현실과 동떨어졌지만 그럴수도 있다고 판단된다. 그 배경에는 철저하게 성인에게만 개방된 리니지의 게임 환경 때문이다. 또한 아이템의 가치가 그들의 세상에서 인정받아온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런 기능을 갖추지 않은 '모자' 하나가 수천만원에 육박한다면 어떨까. 로블록스는 희소성에 비례해 발생하는 수요, 즉 하입을 아이템에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을 구현해 왔다. 그 결과 능력치와 희소성이 공존하는 아이템이 아닌, 희소성만 갖춘 아이템일지라도 수천만원의 가치를 띄게 만들어졌다.

로블록스 팬사이트인 롤리몬스(www.rolimons)에선 이렇게 플랫폼 내 희소성만으로 비현실적 가치를 인정받는 거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입은 미성년자가 대다수인 게임환경에서 보다 폭발력을 갖춘채, 무분별한 소비의 원인이 되어가는 상황. 무질서한 소비의 현장은 주로 아이템 위주로 발생해왔지만, 게임패스의 도입 이후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많은 소득을 위해 유저에게 게임패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현재 롤리몬스를 통해 평균 656만3652로벅스(약 6만5620달러, 한화 756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한정판 모자 아이템의 시기별 평균 거래가격 그래프가 비정상적 아이템 리셀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 롤리몬스


전술한 바와 같이 로블록스는 게임을 제작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즉, 사용자는 개발자와 플레이어로 나뉘게 된다. 개발자들에게 적용되는 규칙은 환경을 제공하는 로블록스에서 규정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게임 내 질서를 확립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따라서 개발자가 게임패스가 없으면 게임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낼 경우, 사용자는 게임패스를 구매해야만 해당 게임을 즐길수있다. 

성인 게이머에게 이와같은 환경은 선택적 상황에 불과할 것. 특히 대부분의 게임이 조약한 수준이기 때문에 로벅스를 구매하는 실물경제에 대한 판단력이 조금만 있어도 게임패스를 무리해서 구매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게임자체의 가치 판단이 다른 어린이들에게 위와같은 분별력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게임을 쉽게 해결할수 있거나 다른 친구들이 하지 못하는 게임을 같은 플랫폼에서 해낼수 있다는 것은 무분별한 게임패스 구매로 이어지는 상황. 

이와같은 비정상적 경제는 로블록스에게 큰 수입을 가져다줬다. 로벅스의 구매마다 발생하는 수수료, 그리고 사용자 수 증가에 따른 각종 스폰서 등 다양한 경로로 로블록스는 규모의 성장을 반복했다. 

반면, 로블록스의 무질서한 경제에 대해 비판도 반복됐다. 게임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와의 치환이 가능한 시장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비정상적 경제활동을 방관하며, 사용자의 일부인 개발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문제삼고 있다.

그럼에도 로블록스는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의 최근 시가총액은 50조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심즈 등을 개발한 EA를 훌쩍 앞서는 수준이다.

이미 국내에 법인 설립을 완료한 로블록스는 한국 법인을 통해 온라인 게임과 개발 플랫폼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고 홍보와 마케팅 또는 전자상거래 사업을 펼칠 전망이다.

◆콘텐츠 수익 배분도 무질서…국내법 위반 가능성 높아

이들의 한국 시장 안착을 위해선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지난해 기준 로블록스 내 게임 생산 개발자들은 모두 125만명이다. 이들이 창출해낸 수익은 총 3억2800만달러(약 3723억원)인데 수익배분 구조가 현재 국내법 정서와 상충된다.

플랫폼 내 개발자와 로블록스 간 수익 배분은 7:3 비율로 이뤄진다. 이마저도 한 달에 6500원가량의 이용료가 부과되는 '프리미엄'에 가입해야 보장 받을 수 있다. 프리미엄 미가입 시에는 수익의 80%를 로블록스가 가져가는 구조다.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가 개발한 게임으로 총 100만원의 수익을 창출했다면 개발자가 70만원, 로블록스가 30만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프리미엄에 가입을 안 한 유저의 경우에는 20만원을 갖고 80만원을 로블록스에 반납하게 된다.

개발자들이 게임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기 때문에 수익을 나누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황에 대입해 보면 로블록스는 자사 플랫폼에서 개발자들의 게임을 '사용'하는 입장이며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최근 발의된 '구글법'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쉽다. 국내 인터넷 뉴스 유통은 75.8%가 포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광고수익 배분 형식으로 뉴스 공급 매체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외국 플랫폼의 경우 이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올해 4월 이들에게도 뉴스 콘텐츠 이용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콘텐츠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로블록스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콘텐츠 수익 배분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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