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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네버랜드] 헬로 카봇 블럭 시리즈

자녀와 함께 조립하고, 완성하며, 변신하는 즐거움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1.07.30 15:50:46
[프라임경제] 키덜트 시장의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전과 달리 '추억'에 기반한 제품 위주의 시장에서 '놀이'가 포함된 제품으로의 확대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SNS와 유튜브 등 스피커의 다양성과 보편성이 이끌어 낸 키덜트 시장의 확대를 따라가기 위해 마련한 코너 '방구석 네버랜드'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일에 진심인 어른의 시각으로 장난감의 가치를 평가해 본다.

컨텐츠 기반 토이시장은 추억과 함께 장수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유서깊은 장난감은 종종 상식을 뛰어넘는 가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세대를 대표하는 컨텐츠와 만나 수십년에 걸쳐 토이시장을 호령하는 제품은 어린시절 경험했던 행복한 감정을 이끌어 내는 훌륭한 도구가 되어준다. 그렇게 G.I. Joe와 스타워즈 그리고 헤리포터는 전 세계 컨텐츠시장과 토이시장의 아이콘이 됐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의 컨텐츠가 토이시장에서 헤리티지를 만들어낼 수준의 상품성을 보인 사례는 없다. 재작년 아마존이 선정한 베스트셀링 상품에 글로벌 열풍을 보였던 '아기상어'가 포함된 사례는 있지만 아마존고에서 매출에 불과했고, 뽀로로와 타요도 국내 시장 이상의 호응을 해외에서 찾기는 어려웠다.

최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장수하는 애니메이션에 눈을 돌리면 다시 기대치는 높아진다. 이른바 K-컬쳐 수출의 호조가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된다면, 글로벌 토이시장에서의 위상 재고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헬로카봇 블럭 좌측부터 '헬로카봇 에이스레스큐 X', '헬로카봇 프론폴리스 X', '헬로카봇 스카이스와트 X', '헬로카봇 댄디엠뷸런스 X', '헬로카봇 스톰 X'. = 강경식 기자


그 선두에 2014년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선보이기 시작한 헬로카봇이 있다. 당시 현대차의 실제 차량을 만화속 세계관에 투영해 만들어진 해당 작품은 최근 현대차가 아닌 자체개발 모델과 또 다른 장수 컨텐츠인 터닝메카드 출연 캐릭터 등으로 세계관을 확대하며 방영을 이어가고 있다.

카봇의 캐릭터를 토이로 출시해 온 손오공은 최근 시리즈에 등장한 인기캐릭터 5종의 브릭 제품 '헬로카봇 블럭'을 출시했다. 각각 '헬로카봇 프론폴리스 X', '헬로카봇 에이스레스큐 X', '헬로카봇 댄디엠뷸런스 X', '헬로카봇 스카이스와트 X', '헬로카봇 스톰 X' 로 가장 큰 인기를 모았던 시즌1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X로 업데이트된 제품들이다.

조립 과정은 로봇의 형태를 만드는 것 부터 시작한다. 처음 만나보는 손오공의 브릭은 준수한 마감상태에서 만족감을 제공한다. 모서리와 스터드, 질감과 착색상태 등 기본 품질은 우수한 수준이다. 

자주 브릭을 조립해온 성인의 수준에서 까다로운 지점은 없다. 관절은 고정 베어링 형태로 맞물려야 하며 외관의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 반복작업이 없다는 것도 즐거운 부분이다.

특히 외관을 조립하다보면 변신 과정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어 관절부의 방향을 예측하고 조립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런 특징을 고려하면 미취학 아동이 혼자 조립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조립 과정에서 보호자의 도움은 그 자체로 추억으로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니 단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에 반해 인스트럭션(설명서)은 아쉽다. 대상연령을 고려한다면 조립 과정을 설명하는 단계에서 조금 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 인스트럭션은 직관적이어야 하는데 색의 구분과 명확한 표현으로 이해를 돕는 노력이 부족했다.

더불어 브릭에 보다 다양한 색이 추가될 필요성이 있다. 아마 변신을 고려한 색상 선택으로 보이는 부분이지만 향후 브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이자 지금 판매되는 제품의 조립 난이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5개의 제품을 전부 조립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로봇이 완성될때마다 매번 즐거움에 비례하는 고민이 찾아왔다. 제품의 기반이 된 '헬로카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데서 기인한 고민이다. 역시 조립의 마무리는 사진인데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자세인지, 또 어떤 역할인지를 모르고서는 놀이의 끝이 찝찝하기 때문이다.

헬로카봇 블럭 좌측부터 '헬로카봇 에이스레스큐 X', '헬로카봇 프론폴리스 X', '헬로카봇 스카이스와트 X', '헬로카봇 댄디엠뷸런스 X', '헬로카봇 스톰 X'. = 강경식 기자


어쩔수 없이 카봇의 최근 시리즈 몇 편을 찾아봤다. 로봇 상태에서는 브릭기반의 제품이기에 완성품과 캐릭터의 간극은 꽤 있다. 그럼에도 데칼과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디테일에서 발견돼, 이런 부분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각 캐릭터에 맞는 최적의 포즈를 찾아냈다.

그러나 제품의 수평을 잡기 위한 거치대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는 포즈를 낸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다. 관절의 가용 방향이 자유로운만큼 균형잡힌 자세를 잡기엔 지지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런 부분은 성인이 포기해야 할 부분이다. 이 제품의 본질은 헬로카봇의 시청자 연령이 직접 조립하고 조작하며 변신하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대신 변신 과정은 각 관절의 위치와 각도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성인의 개입이 어느정도 필요하다. 브릭 제품의 특성 상 순서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다시 조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하기 때문이다.

변신을 마치자 보다 그럴사한 외형으로 바뀐게 눈에 띄게 드러난다. 미세한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데칼 스티커를 핀셋으로 다시 붙이는 과정을 거쳤고, 보다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또 밸런스도 확실하게 느껴져, 원하는 배치에 두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조립의 즐거움에서 출발해 애니메이션 시청을 거쳐 원하는 사진까지 확보했으니 나름의 만족은 꽤 큰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돌이켜 봐도 장난감을 좋아하는건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른'을 넘어 '으른'이 되는 과정에는 책임에 수반한 즐거움에 대한 포기가 뒤따라왔다. 그저 가지고 놀고 싶은 물건에 대한 소비는 크면 클수록 부담스러운 결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해당 제품은 가성비도 갖췄다. 제품 자체의 가치로 따져볼 때, 1만원대 수준에 200개 가까운 브릭으로 로봇과 자동차를 조립할 수 있다. 어쩌면 카봇이 수십년을 거치며 국산 애니메이션의 헤리티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브릭 기반인 제품 특성에 따라 수집해볼 이유도 제공한다.

그럼에도 이 제품이 가장 어울리는 대상은 집에서 헬로카봇 에니메이션을 즐겨 시청하는 아이들이다. 아직 손이 서툰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조립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 자체로 충분하지만, 완성된 로봇을 변신할 때까지는 어른의 도움이 이어지는게 더욱 좋다.

레고그룹의 역사를 기반으로 형성된 브릭 시장은 1989년 레고 특허의 종료시점에 맞춰 개방됐다. 자체 디자인을 기반으로 스터드를 맞물려 조립하는 형태의 브릭은 누구나 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레고가 여전히 세계 최대 브릭기업으로 존재할 수 있는 배경은 토이 수준 이상의조립 난이도를 제공해 가족간 유대를 강화하는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가족과 보내는 즐거운 경험이 추억으로 남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레고를 찾는 소비 패턴을 구축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추억이 가미된 컨텐츠 기반 제품을 확장했고, 아예 직접 컨텐츠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유입을 창조해냈다.
 
같은 맥락에서 손오공과 헬로카봇은 밝은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 특히 제품의 라인을 브릭으로 확장하고, 에니메이션을 계속 방영하는 동안, 헬로카봇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소비자가 서서히 구매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너무나 당연하다. 조만간 방구석 네버랜드에 꽤 어울릴만한 제품이 출시될 날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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