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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입건 불구, 노조 '집회 강행'…뒷짐 진 건보공단

"정규직 전환촉구 vs 공정성 위배" 노노갈등 '입장차 커'

윤인하 기자 | yih@newsprime.co.kr | 2021.08.03 18:19:04
[프라임경제] 공공부문 직고용 여파로 불거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 내부 갈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1600여명 고객센터 상담사들과 건보 측이 여전히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원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건보공단 앞 노숙농성장에 고객센터 노조 100여명이 참여했다. ⓒ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이하 노조) 100여명은 원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건보공단 앞 잔디광장 노숙농성장에서 40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 약 1시간20분 간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 고용 촉구 집회'를 이어갔다.

같은 달 23일 노조원 400여명이 참석하고 경찰 1700여명과 차벽이 동원됐던 집회에 비하면 적은 수였지만, 여전히 방역 수칙에 어긋나는 무리한 집회라는 비난은 이어졌다.

농성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전국의 1인 시위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비인간적 업무 환경 조성하는 민간위탁 철폐"와 "직접고용 쟁취"를 외쳤다. 

노조측은 "이번 집회는 소규모로 진행한 뒤 앞으로 전국적인 1인 시위로 전환할 것"이라고 뜻을 전하기도 했다.  

경찰과 원주시 방역당국은 확성 방송을 통해 원주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행정명령과 1인 시위 이외 집회금지 방침으로 헌법 및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 있으니 해산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노조는 "처벌을 감수하고, 1시간만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구호를 이어갔다. 

지난 23일, 원주시 건보공단 인근 집회 장소로 향하는 출입 통로가 경찰 차벽에 의해 막히자 언덕을 건너는 노조의 모습. ⓒ 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지난 23일 집회와 관련해, 원주시 방역당국의 고발에 따라 20여명을 집합금지 위반으로 입건한 상황이다.

건보직원 75% 직고용 반대 "노노갈등, 건보 책임 전가"

노조의 이러한 행보에 반해 일부 건보 정규직 직원들은 23일 집회장소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은 눈물겨운 노력으로 입사했다"며 '공정한 일자리'를 주장하는 취지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또 "왜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단 직원이 되려 하냐"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리기도 해 갈등 골은 깊어가 가는 형국이다.  

지난해 건보 노조가 실시한 '고객센터 상담사 직고용 찬성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 직원 75%는 반대의견을 전한 바 있다. 이에 건보는 "공정한 절차 위배"라는 직원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직고용을 감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밖에도 건보는 지난 2월과 6월 노조의 연이은 파업으로 인해 직고용을 논의하는 노·사·전 협의회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일부 협의회에 정규직 노조가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보이콧을 하는 등 제대로 진행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다시 파업을 강행하고 농성 집회를 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된 상황이다.  

이처럼 강경한 양 측 갈등 속 공단이 어떻게 이번 사태를 해결할 지 주목된다. 노동계에서는 '노노간 갈등'으로 미룬 채 1년여 간 계속되는 갈등을 바라보고 있는 공단 측이 결단을 내릴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앞서 한국전력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아웃소싱 근로자들을 자회사 직영 형태로 고용한 것과 같은 방식을 건보공단이 차용한다면 노조가 이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정부 직고용 정책 여파 '해결책 부재' 갈등 심화 

사태 발단은 지난 2019년 10월 정부가 '3단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화 가이드 라인'을 발표하며, 민간위탁 근로자 고용 전환에 대해 기관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긴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부터다.  

이미 1·2단계에 해당하는 18만5000여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직고용 됐으며, 3단계에 해당하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직영 직원으로 전환됐다. 이에 고객센터 노조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이 더욱 불거진 것.  

올초 노조는 국민의 내밀한 개인정보를 다루며 공공성이 높은 건보공단 상담 업무를 외주화하는 것 자체가 타당한 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노조가 진행한 토론회에서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른 콜센터에 비해 상담 응대율도 90%대로 높은 편이고 상담사 1인당 하루 상담 처리 건수는 120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고객센터 노조의 촉구에도 여전한 정규직 노조와 입장차로 인해 건보는 쉬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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