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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도쿄올림픽은 정녕 저주받은 올림픽인가?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8.04 11:24:41
[프라임경제] 지난달 23일 코로나바이러스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에서 도쿄올림픽이 시작됐다. 대회 연기 혹은 중지를 요구하는 70% 가까운 여론이 무시된 채였다. 

이번 올림픽은 개막 직전까지 혼란스런 상황이 꼬리를 물었다. 19일 개막식 작곡가 오야마다가 과거 장애인을 괴롭힌 인터뷰 기사로 인해 사임하는 일이 발생하고, 개막 전날에는 유대인 학살을 비웃는 TV 콩트를 만들어 방영한 연출자 고바야시가 전격 해임되기도 했다. 

관중 함성이 없는 기괴한 올림픽 개막식도 미디어 도마에 올랐다. 

유명 희극인이자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24일 TBS계 방송에 출연해 "어제 (개막식을 보다) 잠들어 버렸다. 세금을 돌려 달라. 창피해 외국에 못 가겠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간 겐다이는 '마치 장례식을 보는 것 같았다'라는 영국 칼럼니스트 기고문을 소개하면서 "저주받은 개막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아소 부총리가 참의원에서 발언한 "40년마다 찾아오는 올림픽 저주의 해"를 빗댄 표현이다. 

40년 저주설은 중일전쟁으로 취소된 '1940년 삿포로·도쿄올림픽',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반쪽대회가 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다시 40년 후인 2020년 코로나로 위기를 맞은 도쿄올림픽을 지칭하는 말이다.

로이터통신은 올림픽 개막식에 대해 "NBC가 실황 중계한 미국에서 개막식을 시청한 사람이 1670만명으로 과거 33년간 올림픽 중 최저치"라며 "2016년 리우올림픽보다 37%, 2012년 런던과 비교하면 59%나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1988년 서울올림픽 2270만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였다"라는 점을 덧붙였다. 

하시모토 조직위원장과 IOC 바흐 위원장의 장황한 인사말도 비판대상이었다. 

많은 매체가 두 위원장 연설이 예정시간을 두 배 이상 초과해 20분이나 걸린 것과 1분이 채 안 된 나루히토 일왕의 개회선언을 비교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에 개최반대 여론을 고려한 일왕이 "~올림피아드를 '축하하는~'"으로 정형화된 개회선언문을 '기념하는~'이라고 바꾼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또 개회선언 당시 뒤늦게 자리에서 기립한 스가 총리와 고이케 지사에 대해서는 '불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일왕은 코로나 백신을 1회만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고, 마사코 황후도 동반하지 않았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제32회 도쿄올림픽 성화대에 불이 붙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도쿄도 1359명, 전국적으로는 4225명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이 시작되며 감염자 숫자가 거짓말처럼 급증하기 시작했다. 7월29일 도쿄도 신규감염자가 3865명으로 늘어났으며, 전국적으로 1만명이 넘어섰다. 마침내 감염폭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다음날 스가 총리는 긴급회견을 열어 도쿄도 등 수도권과 오사카부에 대한 코로나 비상사태를 8월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올림픽이 감염확대와는 무관하다는 점,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점, 록다운(도시봉쇄) 조치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현 제제 고수를 다짐했다.

이날 스가 총리는 올림픽 열기에 고무된 탓인지 과거와 달리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 막이 열리자 5년을 기다린 선수들은 메달을 향해 돌진했고, 그중에서 일본 선수들 활약이 두드러졌다. 현재(1일 기준) 일본은 금메달 17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내면서 중국·미국과 함께 3강을 구축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어쩌면 이런 사소한 성과를 지렛대로 총선 승리와 정권연장을 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자국민과 인류 목숨을 담보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곧 올림픽이 끝나고 메달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면, 코로나는 더욱 선명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패럴림픽 개최를 포함해 일본의 진지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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