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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욕심이 부른 히로시마 원폭, 외면하기 바쁜 일본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1.08.06 08:56:04
[프라임경제] 도쿄올림픽이 한창인 8월6일 오늘은 모두가 기억해야 할 비극이 벌어진 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76년 전인 1945년 8월6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된 날인데요.

히로시마 상공 580m에서 폭발한 원자폭탄은 약 16만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이로 인해 사망한 한국인은 3만5000여명에 이릅니다.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본 한국인까지 합하면 총 7만여명, 사망한 한국인은 5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죠.

시간이 흘러 10년 후 2011년 8월6일 경남 합천에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66회 추모제가 진행됐습니다. 사실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라고도 불리는데요.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중 70% 이상이 합천 출신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10년 후 오늘로 76주기를 맞이하는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추모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합천에서 열립니다.

"자식들만 생각하면 여기가 아파….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아이들보다 약했어. 약을 먹여도 잘 듣지 않데. 모두 내 탓이고 어미로서 큰 죄를 지었어." 

원폭 피해자 한차수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전쟁과 제국주의의 산물인 이 참사는 개인의 잘못으로 돌아와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습니다.

경남 합천군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위령각 앞에서 추모제가 진행됐다. ⓒ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많은 한국인 피해자들이 피폭을 당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야만 했습니다. 피폭 사실을 밝혔다가는 결혼이 무산되거나 이혼을 당하는 일이 허다했으니까요.

종전 후 고국으로 돌아온 2만3000여명의 피해자는 제대로 된 피해 인정은 받지 못한 채 여전히 질병과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들 중 공식 피해자로 등록된 사람은 그마저 4000명 정도에 불과하고요.

일본 정부는 원자폭탄 피해와 관련해 자국민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실태조사와 더불어 평생에 걸쳐 추적 검사와 치료를 지원해 줬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피해자는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이에 한국인 피해자들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 △인도적 치료 조처 등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청구권협정을 들먹이며 피해자들의 요구를 묵살했죠.

현재까지도 일본 정부는 과거에 저지른 전쟁범죄를 인정하거나 사과하는데 매우 인색합니다. 대한민국의 땅인 독도가 자신들의 고유 영토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라고 아우성치는 모습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또 일본 정부는 한국인 피해자에 대해 2015년 9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일본 국외 피폭자에게도 의료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원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고요.

일본이 발행한 '피폭자 건강수첩'을 소지한 사람에게만 한해서 한 달에 10만원의 진료비, 사망자 유가족에게 장례비 70만원을 지급했을 뿐이었죠. 그마저도 2세, 3세에 대한 지원 대책은 유전성이 없다는 이유로 현재까지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한국 원폭피해자 단체와 지원단체가 정부의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를 통해 원폭 피해자와 그 후손은 △우울증 93배 △백혈병 70배 △빈혈 52배 △정신질환 36배 등 병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까지 했는데도 말이죠.

현재 생존하고 있는 1세대 피해자는 2000여명에 달하고, 원폭 피해자의 2세, 3세까지 추산한다면 무려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듯 앞으로 살아갈 2세, 3세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데요. 현실은 일본의 지원은커녕 국내법에서조차 이들에 대한 조사와 지원은 빠져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일본에서 원자폭탄 피해자 관련 논란이 일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가 각국 선수와 대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를 기리는 묵념시간을 갖자는 일본의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인데요.
 
구체적으로 "6일 오전 8시15분 선수촌과 침묵하는 의식을 가졌으면 한다"는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의 요구를 IOC가 거부했다고 합니다. 다만,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으로 숨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폐막식 프로그램에 포함됐다며 일본을 달랬는데요.

그렇지만 그것이 꼭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처럼 특정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분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림픽에서는 정치적·종교적·인종적 등의 표현이 금지돼 있습니다. 

이에 IOC도 히로시마 원폭이 여전히 정치적·도덕적 사건의 경계에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은 모습인데요.

사실 안 그래도 도쿄올림픽에서는 표현 금지를 놓고 끊임없이 논란을 만들고 있습니다.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현한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이순신 현수막, 욱일기 사용, 선수들의 시상대 정치적 표현 등이 계속 나오면서 규정의 합리성·일관성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죠.

도쿄 올림픽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일본 지도와 독도. ⓒ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일단, 이 부분은 차치하고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단체는 IOC의 결정에 반발했습니다. 희생자들을 위한 조금의 시간을 내주길 원했는데 이를 거부당했다며, 자신들은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말이죠.

이를 보고 있자니 '적반하장'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습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비극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을 끝내기 위해 벌어진 비극인데, 되레 자신들이 배신당했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희생자들의 넋은 한 곳에 봉안한 채, 자신들만 일방적인 피해자로 둔갑시켜 과거 전쟁범죄까지도 미화하려는 일본의 이런 행태는 정말로 잊지 말아야 할 가치에 혼란을 줄 뿐입니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는 추모는 허울에 불과하죠. 일본은 지금 배신당했다고 투덜거릴 때가 아니라 무고한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에 대한 통절한 반성, 사과와 함께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는 게 먼저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당장 오늘이라도 일본이 피해자 구제가 전제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일본은 오늘 그리고 1년 뒤, 10년 후에도 한결같이 한국인들의 원자폭탄 피해는 뒷전으로 미뤄두고 여전히 왜곡된 변명만을 투덜거리고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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