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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동자 '인권' 행방불명…콜센터 '냉방시설 부재'의 의미

 

윤인하 기자 | yih@newsprime.co.kr | 2021.08.06 09:15:33
[프라임경제] "대한민국 최초로 냉방시설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이 노동조합 역사에서 나올 것이다."

지난달 30일,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 같은 사업을 집행하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조는 재단 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이같은 말을 했다.

노조는 재단이 코로나 예방을 위한 정기 소독 관리에 불성실했고, 폭염 속 쉴새 없이 땀이 흐르는 업무 공간에서 냉방 시설이 가동되지 않는 환경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분산된 6개의 센터 중 한 곳에서는 폭염을 참지 못한 상담사들이 두달 간 에어컨 가동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어느 곳은 70 데시빌이 넘는 주변 소음으로 인해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귀 한 쪽을 막은 채 상담을 진행할 정도였다.

기자회견 이후 노조 측은 재단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공론화하기 전에 '왜 미리 예방될 수 없었나'라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또 이와 관련해서 재단에게 정직원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똑같이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자들이 하청 근로자라는 이유로 방치되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하느냐고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에어컨'이라는 재화의 부재였으나 이면에는 근로자에 대한 '인권' 의식의 부재였다.

이처럼 근로자의 업무 환경에 대한 논란과 사용주의 '소 잃고 외양간 식' 사과가 반복되고 있다. 여전히 근로기준법 미준수, 산업재해, 비정규직 차별 대우, 노동자에 대한 폭언과 갑질, 임금체불 등 관련 사건 사고들이 넘쳐 난다.

특히 비정규직, 파견직 근로자, 특고 종사자에 대한 처우는 노동자 인권의 침해가 드러나는 온상이다.

지난달 31일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의 사망과 관련, 서울대 학생모임 '비정규직 없는 공동행동'이 학교 측에 사과를 요구했다. 지식의 보고라고 불리는 이 학교는 사고 발생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사과를 하지 않았고, 끝내 학생들의 목소리로 이 말을 듣게 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 형태는 다르지만 그 가치에 차등을 두고 처우를 달리하는 것은 신분제나 다름없다. 노동 환경에서 인권이 무시를 당하거나 방치돼도 '괜찮은' 존재는 없다.

특히, 사회는 모든 노동의 도움 없이 운영될 수 없다. 아침 일찍 분리수거 쓰레기가 정리된 아파트 앞을 지나 출근 버스에 오르고, 다시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하는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미 몇 가지 노동력이 투입돼야만 한다.  

'노동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자신의 노동도 존중 받을 수 있다'는 이치가 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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