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디자인의 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다른 어떤 감각보다 우리의 정서에 깊이 관여하죠. 시각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어떤 제품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고 다시 보게 하는 '찰나의 순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디자인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오감 중에 가장 첫 번째로, 확실하게 끌어당기는 요소가 바로 시각이기 때문이다.
형태와 색상에 따라 순식간에 기분을 바꿔놓을 수 있는 힘. 산업의 경계를 넘어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는 송민지 피그마리온 대표를 만났다.
◆'여행 관광' 테마로 디자인 특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모토 아래 2003년 시각디자인 회사로 설립된 피그마리온은 현재 △시각디자인 스튜디오 '피그마리온' △여행콘텐츠그룹 '이지앤북스' △여행콘텐츠라운지 '늘'로 세분화 되어 있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그룹이다.
첫 직장에서 약 3년 동안 디자이너로 근무한 후 곧바로 창업에 나선 송 대표는 "처음에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 제가 직접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니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막상 창업을 하고 나니 3~4년은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고. 일을 가리지 않고 아동책, 잡지, 기업사보, 홍보물, 전단지, 명함 등등 디자이너의 감각이 필요한 일은 뭐든 하며 회사를 키워나갔다"고 말했다.
여행도서 전문 출판사 '이지앤북스'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송 대표는 유럽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의 홍보 대행을 맡아 진행하던 중 '이지유럽'을 같이 만들게 됐다. 이지유럽은 송 대표만의 센스와 눈에 뜨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아 많은 호응을 얻었다. 결국 피그마리온은 2013년부터 판권을 인수해 직접 시리즈를 넓혀가며 본격적인 여행출판 사업을 시작했다.
피그마리온의 'Tripful(트립풀)' 시리즈. 가이드북의 알찬 정보에 잡지의 트렌디한 사진과 편집스타일을 접목했다. ⓒ 피그마리온
특히 가이드북의 알찬 정보에 잡지의 트렌디한 사진과 편집스타일을 접목한 'Tripful(트립풀)' 시리즈는 그동안 다져온 디자인 회사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로, 창간호 후쿠오카 편은 14주 연속 1위를 달성할 만큼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
'피그마리온' 은 현재 관광청, 항공사, 대형 호텔과 업무 협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송 대표는 "유명 브랜드, 대기업과 다양한 포트폴리오들을 쌓아왔지만 결국은 제가 좋아하는 여행, 관광 업계 파트너사와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일을 해오고 있다는 게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피그마리온은 여행전문출판사 '이지앤북스'를 런칭 후, 국내 최초 여행무크지 'Tripful' 시리즈를 2017년 창간해 현재 22호까지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그동안 쌓아온 여행콘텐츠를 디지털화 시키며 비즈니스를 다각화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발로 뛰어…전국 지자체 및 네이버와 협업
피그마리온은 책으로만 소개하던 양질의 콘텐츠를 디지털화 시켜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해 현재 네이버와 해외여행콘텐츠 DB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네이버 캡처
이 같은 성과를 이루기까지 항상 탄탄대로만 걸어왔던 것은 아니다. 회사의 모든 사업이 해외여행과 관련된 상황, 피그마리온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지난해 초 창업 20여 년 만에 휴폐업을 고민했다.
그는 "창업 초기에 살아남기 위해 발로 뛰었던 초심으로 돌아갔다"며 "피그마리온만의 특화된 디자인 및 콘텐츠 개발 능력을 국내 전국 지자체를 찾아다니며 알리고 제안하는 노력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송 대표의 노력에 힘입어 피그마리온은 작년 하반기부터 △마포 △남해 △완주 △거제 △김해 등 다양한 지자체와 국내 '트립풀'시리즈 출간 및 관광콘텐츠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2018년에는 책으로만 소개하던 양질의 콘텐츠를 디지털화 시켜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해 현재 네이버와 해외여행콘텐츠 DB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검색창에서 '파리 에펠탑'이라는 정보를 검색했을 때 여행 정보로 인식하지 않고 네이버 지식백과의 내용만 노출되다 보니 사전적인 지식만을 전달하는데 그쳐 아쉬움이 있었다.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피그마리온은 네이버 측과 여행 정보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어 요즘의 여행자들을 위한 별도의 콘텐츠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작년부터 진행했다. 그 결과 6대륙, 28개 국가, 약 300여개 도시의 여행 정보를 네이버 지식백과 및 네이버 검색 메인 페이지에 구축하고 업데이트 및 관리하고 있다.
그는 여행 책을 출판하며 "요즘 누가 책을 찾아보나"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인터넷에는 당연히 여행정보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 많은 정보를 다 필요로 하진 않는다. 여행자의 개인 취향이나 목적에 부합하는 콘텐츠가 필요할 뿐인데, 그 콘텐츠를 찾아 큐레이션 하는 일은 엄청난 수고와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내 취향을 알기조차 어려울 때도 있다.
Tripful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렇게 여행해보면 어때요?'라고 가치를 제안하는 일을 한다. 송 대표는 "이제는 양적으로 많은 것을 보는 여행보다는 한 곳이라도 제대로 보고 즐기며 만족하는 양질의 여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결국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겉핥기식의 대량의 정보가 아닌 지역의 문화나 매력을 재발견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이유를 제공하는 가치 있는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그마리온은 직접 발로 뛰며 양질의 원천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큐레이션 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세계 1위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