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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동반안락사 허용…탈시설 로드맵 철회하라"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복지부 장관 면담 요청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1.08.10 20:10:28
[프라임경제] "과연 누구를 위한 탈시설인가.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차라리 동반안락사를 허용하라. 어차피 우리에게는 죽음뿐이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회원들이 10일 상복을 입고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발달장애인 탈시설 정책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그토록 요구하고 있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도 여전히 답보상태다.  

정부는 지난 2일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장애인 탈시설·자립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10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발달장애인 탈시설 정책 철회 촉구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부모회. ©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부모회


이후 2025년부터 매년 장애인 740여명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해 2041년까지 시설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국 장애인 시설은 총 1539개에 달하며, 시설에 거주 중인 인원은 약 2만9000여명으로 파악된다.

오랜 준비 끝에 로드맵이 공개됐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뒤늦게라도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지만, 공개된 로드맵에는 장애인이 실제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 안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계획들이 대부분 생략됐다는 지적이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나면 무작정 어린이집을 폐쇄했나. 그런데 왜 장애인거주시설은 이런 조치를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다.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시설을 폐쇄해 부모들을 사지로 모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부모회는 정부가 탈시설을 논하기 전,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부모회


이어 "주간보호센터 같은 이용시설에서도 거절당하고 거주시설에도 입소하지 못해 집에 머무르고 있는 많은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 주위에서 쏟아지는 민원으로 이사를 수없이 다녀야만 한다. 부모가 자녀를 감당하지 못해서 죽음을 오가는 고통을 받고 있다. 자유와 인권을 부르짖으며 탈시설을 논하는 자들에게 먼저 중증발달장애인과 하루만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금의 탈시설 정책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발달장애인법 제2장 제8조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충분치 아니하다고 판단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보호자가 발달장애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라고 명시한 부모의 책임과 권리를 무시한 채, 탈시설을 주장하는 쪽의 일방적인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내놓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의 부모들은 하나같이 시설이 존치되기를 원하며, 시설의 장점은 유지하되 단점은 보완해 더 나은 주거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탈시설을 논하기 전에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자립지원주택에 입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고, 만약 입주하더라도 주변에서 제기하는 민원으로 계속 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중증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대책이 하나도 없는 복지부의 로드맵은 우리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발달장애인이 부모의 사후에도 인간적 존엄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는 헌법정신에 부합되는 정당한 요구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탈시설 정책 즉각 철회 △보건복지의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즉각 철회 △시설이용 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의 결정권과 선택권 보장 △시설 이용 대기자 신규입소 허용 △중증발달장애인의 국가책임제 실시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관계자는 "정부는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야만적인 탈시설 정책을 즉각 중지하고, 중증발달장애인이 시설에서 거주할 권리를 보장하고, 장애인과 부모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과 이용자부모대표단과의 면담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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