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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내 치열해진 하이엔드 브랜드 수주전

'북가좌' 르엘 vs 아크로…전국적 열풍 "가치 하락 야기"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1.08.18 12:56:47

롯데건설이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 강남 특수지역에서만 사용하던 '르엘(LE-EL)'을 강북에서 최초로 제안했다. © 롯데건설


[프라임경제] 주택시장에서 대형 건설사 선호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러 조합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도시정비사업 등에 있어 치열한 하이엔드 수주전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서울 서부권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DL이앤씨(375500)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시하며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수주에 있어 먼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시한 건 롯데건설이다. 지난달 진행된 입찰에서 그동안 강남 특수지역에서만 사용하던 '르엘(LE-EL)'을 강북에서 최초로 제안한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북가좌6구역 미래가치를 보고, 르엘을 제안했다"라며 "그룹이 인근에서 추진하고 있는 롯데쇼핑몰이나 DMC역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신규 브랜드 '드레브372'를 내세웠던 DL이앤씨는 롯데건설 '르엘'에 대응해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추가했다. © DL이앤씨


당초 북가좌6구역만을 위한 희소성과 상징성을 담은 신규 단일 브랜드 '드레브372'를 내세웠던 DL이앤씨 역시 전략을 선회, 하이엔드 '아크로'를 추가했다. 강북에 아크로를 내세운 건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 이어 두 번째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전부터 과반 조합원이 아크로를 원할 경우 협의를 통해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하이엔드 브랜드는 대형건설사들이 강남 혹은 한강변에 희소한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등장했다. 하지만 한층 치열해진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권 유일한 뉴타운'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 내 마천4구역에서도 단독 입찰한 현대건설(000720)이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들고 나오면서 업계 이목을 집중한 바 있다. 

최근에는 리모델링 사업에서조차 하이엔드 브랜드가 등장하는 모습이다. 

앞서 롯데건설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현대맨숀 리모델링에 르엘을 도입했으며, 현대건설 역시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에 디에이치를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단지 모두 '대어급'은 아니지만, 고급 주거지로 꼽히는 이촌동에서 리모델링을 수주하면 타지역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라며 "최근 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택하는 사업지가 증가해 건설사들이 성공사례를 만들 필요성이 커졌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전국적 열풍이 가치 하락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적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계약 변경을 통한 하이엔드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기점으로 빚어진 갈등이 시공 계약 해지까지 번지는 사례 역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서반포'라 불릴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흑석9구역 조합은 당초 롯데건설이 제안한 '28층 11개동' 공약이 주택 관련 규제로 무산되자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적용을 요구했다. 이후 롯데건설이 '르엘'을 제시했지만, 이미 틀어진 조합원 마음을 되돌리진 못하고 총회를 통해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흑석9구역' 일대 모습. ⓒ 프라임경제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조합 역시 시공사 DL이앤씨에 e편한세상 대신 아크로 적용을 요구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계약해지 수순을 밟았다. 

이외에도 성북구 신월곡1구역은 '갤러리아 포레(롯데건설‧한화건설)'를, △동작구 노량진4구역 디에이치(현대건설) △노량진8구역 아크로(DL이앤씨)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교체 요구가 속출하고 있지만, 쉽게 응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만일 하이엔드로 변경할 경우 인근 주민들도 요청할 수 있고, 기존 하이엔드 주민들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택 시장은 그야말로 하이엔드 수주전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은 어떤 양상을 보일지 관련 업계가 이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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