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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필레오피쉬, 알래스카산 아니었어? 맥도날드의 애매한 원산지 공개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21.08.18 17:39:06

맥도날드 필레 오 피쉬 광고 영상 갈무리. ⓒ 프라임경제

맥도날드 광고 영상을 반영한 필레 오 피쉬 소개 이미지 갈무리.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빙하를 지나치면 푸르른 바다에 활력 있는 물고기가 등장합니다. 

'알래스카가 키운 100% 자연산 폴락(명태)'. 문구를 보니 이 물고기의 정체는 알래스카 자연산 폴락인가 봅니다.

이 그림은 한국맥도날드(이하 맥도날드)가 지난 4월 13년만에 재출시 한 필레 오 피쉬 광고 영상의 일부인데요.

영상 외에도 맥도날드는 '신선한 맛 가득 담아 알래스카에서 왔다'는 문구와 빙하 사진으로 장식된 필레 오 피쉬 광고 배너를 만들어 공식 홈페이지나 키오스크 등에 게시, 필레 오 피쉬 재료의 신선함을 한껏 강조하는 중입니다.

소비자들은 여기 부합한 듯한 반응을 보이는데요. 필레 오 피쉬 시식 후기를 정성스럽게 올린 한 누리꾼은 "청정지역 알래스카 100% 자연산 폴락을 사용했다고 해서 우선은 안심이 되었다"며 "해산물 식재료를 살 때 원산지 확인은 필수니까 안 볼 수가 없다"고 밝혔으니 말이죠. 

알래스카에서 자란 100% 자연산 폴락이라고 하니, 원산지는 당연히 '미국-알래스카'겠지요. 

맥도날드 홈페이지 갈무리. ⓒ 프라임경제


하지만 맥도날드 원산지 표기를 보면 필레 오 피쉬의 원산지는 '말레이시아'입니다. 알래스카와 말레이시아 사이 머나먼 물리적 거리만큼 소비자로서는 속은 기분이 들기에 충분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측은 "필레 오 피쉬는 100% 알래스카 폴락 패티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다만, 원산지 표기 원칙에 따라 명태의 경우 해외에서 가공이 완료된 완제품을 수입하는 경우 가공 공장이 위치한 가공품의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한다"고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즉 패티는 100% 알래스카 폴락으로 구성됐지만 가공 장소가 말레이시아라는 설명입니다.

원산지 표시법에 따르면 가공 방법이 단순 절단 등 단순할 경우에는 채취·어획된 지역의 원산지를 따르지만, 가공 방법이 조리 등 복잡할 경우에는 채취·어획된 지역이 아닌 가공한 공장의 원산지를 기입해야 합니다. 단순 가공과 달리 복잡한 가공의 경우 가공한 공장 환경이 식품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곧 필레 오 피쉬 패티의 경우 알래스카산 폴락이 사용됐을지 몰라도, 패티의 실제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가공은 말레이시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맥도날드의 원산지 표시판 갈무리. 필레 오 피쉬와 더블 필레 오 피쉬의 패티에 대해 '명태살필렛75% : 말레이시아산'이라고 적시 돼 있다. ⓒ 프라임경제


폴락은 차가운 해양에서 서식하는 어류인 만큼, 말레이시아에서 자라지는 않았을 겁니다. 광고에서처럼 알래스카에서 자랐겠지요.

그러나 이같은 원산지 정보를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공개하기보다는 꽁꽁 감춰둔 듯한 맥도날드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은 원산지 표시의 목적에 대해 '농산물·수산물이나 그 가공품 등에 대하여 적정하고 합리적인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하여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실제 광고 문구와는 다소 다른 원산지 내용을 광고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요. 오히려 알래스카 '신선한 맛'과 연계시키는 데 힘을 줬을 뿐입니다.

아울러 롯데리아·맘스터치 등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공식 홈페이지의 제품명과 가격이 있는 제품 설명 페이지 내에서 원산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것과 달리, 맥도날드는 제품 설명 페이지지가 아닌 별도의 카테고리에서 원산지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원산지 표시 위치에 대해 '제품명 또는 가격표시 주위에 원산지를 표시하거나 제품명 또는 가격표시 주위에 원산지를 표시한 위치를 표시하고 매체의 특성에 따라 자막 또는 별도의 창을 이용하여 원산지를 표시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맥도날드의 표시 위치만 다른 업체들과는 다소 상이한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홈페이지 내 제품 소개 페이지 갈무리. 맥도날드 제품 소개 페이지에서는 원산지 정보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 프라임경제


최근 맥도날드를 둘러싸고 '2차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를 바탕으로 한 식재료 재사용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그간 맥도날드가 유통기한에 대한 '국내 규정'은 뒤로 하고 원재료 품질을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제공하기 위해 자체 품질 관리 기준을 만들었다며 강조해 온 '2차 유효기간'인데, 이마저 조작을 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특히 수산물 원산지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자 알권리 보호와 관련된 한국의 원산지 표시 규칙에 면밀히 주목하기 보다, 제품의 강점 살리기에 급급한 듯한 필레 오 피쉬 마케팅 전략 역시 '글로벌 식품 기업'의 권위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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