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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도 경쟁 내몰린 배달 플랫폼 노동자, 핵심 쟁점은

① 배달 플랫폼 노동자 "기업이 과속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어"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1.08.19 12:54:52
[프라임경제] 입추가 지나갔지만 낮 더위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주간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염이 이어지면서 직장인 10명 가운데 "폭염 휴가"를 제공받고 싶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한 지자체에서는 열악한 환경의 이동 근로자들을 위해 얼린 생수를 제공하기도 했다.

18일 오후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 거리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바쁘게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4단계 방역조치와 낮 더위가 계속됨에 따라 이와 연관되는 노동자들의 고충도 깊어지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플랫폼 배달 종사자는 서비스 사용이 늘어난 만큼 많고, 다양한 종류의 위험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은 국회에 계류됐고, 정부의 각종 지원 사각지대에 있다. 

◆비대면 배달 서비스 수요 늘어...다양한 종류 위험 마주

수많은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이 본업을 떠나고 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배달 플랫폼. 가지각색의 사정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부업으로 배달 플랫폼을 택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가 오면서 더욱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배달 플랫폼은 이미 몇몇 기업들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근거리 장보기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부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는데, 기존 유통업체들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진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6조원에 불과했던 배달앱 시장은 2019년 23조원으로 확대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음식과 배달비를 합산한 거래 규모가 20조1005억원으로 전년 대비 43.5%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올해 상반기 결제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일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가 조사한 올 상반기 배달의민족 결제추정금액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의 올 상반기 결제추정금액은 8조559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조4172억원보다 94% 급증했다.  

지난 6월 한 달 기준 1330만명이 배달의 민족을 이용했고, 한 명당 평균 2만4500원이 한 달 동안 4.4회 결제된 것으로 추정, 전체 결제추정액은 1조4362억원이다. 결제자 수는 2019년 6월 784만명에서 2020년 6월 989만명, 올해 6월 1330만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 플랫폼 산업 노동자 안전문제 직면…"업무 과정 투명성 확보 급선무"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기술과 혁신으로 주목받았던 배달 플랫폼 산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한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구교현 라이더 유니온 사무국장은 프라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운임제'라고 답했다.

"배달료에 있어서 법적으로 적정기준을 만들어서 단가 경쟁이나 무리한 속도경쟁을 막는 게 필요합니다. 일단 플랫폼 기업들 알고리즘이 업무규칙, 일하는 방식에 대한 모든 규칙을 규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기준에 대해 노동자들이 알지 못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검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노동자의 과속·과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 운임을 법으로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는 현재 건당 책정되는 운임체계를 택배와 배달에 소요되는 운송원가 및 적정 소득을 기준으로 개편하는 게 골자다. 해당 제도를 통한 적정 운임료 현실화와 안정화가 서비스 향상과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 사무국장은 "현재 전반적으로 배달료에 있어서도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특정한 시간대에 국한해 배달료가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왜 이렇게 높게, 낮게 책정되는지 기준을 알 수 없고, 그렇다보니 라이더들은 특정 시간대에 과도한 속도를 낸다. 과속을 부추기는 양상의 기업의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라이더 유니온은 지난 6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3개 플랫폼사 AI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배달노동자들은 AI 배정 콜을 모두 다 수락할 시, 거리는 늘고 노동 강도는 높아지는 반면 수익은 줄었다. 알고리즘이 지정해준 배차를 거부하면 계정 정지가 이뤄지거나, 다음 배차에 차질이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AI 알고리즘 플랫폼 배달 서비스는 해당 기술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해당 서비스를 굴릴 수 있는 대다수의 원동력은 배달 노동자다. '1대1배달' '로켓배송' 등 플랫폼 기업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런칭 할 때 노동환경도 고려해야 장기적인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구 사무국장은 "결국 필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변동 요소가 너무 많아 전체적인 노동 환경의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있고, 업무 배분에 있어서도 지금 왜 콜이 안 들어오는지, 옆 사람은 콜이 들어와 있는데 왜 나는 안 오는지에 대해서도 상황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노동자들은 당연히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종사자들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종사자보호법 계류...'노동자'아닌 플랫폼 종사자?

한편, 여당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이 유발하는 사회적 갈등 문제를 중점적으로 파헤치기로 했다. 

현재 음식배달앱 등 플랫폼 기업에 노무계약서를 제공할 의무 등을 규정한 '플랫폼종사자보호법' 제정이 추진, 계류된 가운데, 해당 입법이 배달기사 등 사실상 노동자로 볼 수 있는 이들까지 '노동자가 아닌 자'로 잘못 분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플랫폼 업계가 이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현실 관행부터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가 아닌 자로 보는 관행이 굳어질 우려를 들어 이번 입법 대신에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넓힐 것을 요구한다. 플랫폼 배달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성명을 내어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은 노동자가 아니라 '플랫폼 종사자'라는 제3의 지위를 별도로 만들어 보호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배달 노동자는 근로자성이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근로기준법을 확대해서 포함시켜야합니다. 플랫폼 종사자라는 애매한 기류를 만들어서 근로기준법보다는 상당히 축소된 수준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하는 것은 법적 권리가 전혀 없는 것보다는 조금 좋아질 순 있어도 원래 보장되어야 할 권리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거든요."

"플랫폼종사자보호법 내용에 있어서도 거기에 나와 있는 법적 권리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추상적이고, 의미 없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알고리즘에 대해서 사전에 고지해야한다는 내용들은 있는데, 고지는 다 하는데 협의하거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고지는 밤새도록 24시간 SNS를 통해 옵니다. 그런 수준의 법안으로는 배달노동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킬 수가 없어요. 해당 법안은 배달 노동자들 관련된 법안이 아니라고 생각할뿐더러 개정된다 하더라도 좋아지기가 어렵습니다."

한편 현재 플랫폼 노동자가 직면한 문제를 보다 다양한 각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성신여대 법과대학 권오성 교수는 "국회에 계류 중인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이 근로자가 아닌 제3의 지위를 창설해 종사자 보호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비판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법안은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 노동관계법을 적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고, 이 경우에도 추가적인 보호 장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해당 법안으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가 충분한지, 보완이 필요한지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사태로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비대면·디지털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의 일상이 편리해졌지만 변화는 필수적으로 갈등을 수반한다. 그만큼의 그늘과 사각지대도 존재한다는 것. 

정당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플랫폼노동자는 을이라는 위치 안에서도 서열화 경쟁에 내몰린다. 각자도생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플랫폼배달 노동자로 취업한 대다수는 학생, 자영업자거나 직장을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이다. 개인사업자라는 정의로 외면하기 전에 주변의 이야기는 아닌지, 자율, 공정경쟁이라는 간판아래 금전적인 보상만이 기업이 할 역할인지는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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