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손품발품] 도심공공개발 '2차 후보지'마저 삐걱, 곳곳서 철회 요구 '봇물'

"졸속 발표는 사유권 침해행위, 구체적 계획도 없어"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1.08.19 21:33:30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2차 선도사업 후보지인 미아사거리역 동측과 송중동 주민센터 인근 지도. ⓒ 네이버지도


[프라임경제] 최근 도심공공주택복합개발사업(이하 도심공공개발)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주민 동의 없는 후보지 선정을 비롯해 구체적 계획 미비나 사유권 침해 등 이유로 일부 후보지에서 도심공공개발 반대 요청서를 관할기관에 제출하는 등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3080+대도시권 주택 공급 방안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도심공공개발 사업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를 공공기관이 주도해 고밀 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특히 용적률 인센티브와 함께 각종 규제 완화 및 인·허가를 통합 심의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다만 이런 정부 측 의지에도, 해당 계획이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도심공공개발 1차 선도사업 후보지인 신길4구역과 가산디지털단지역 등에서 개발 철회 요청서를 제출함에 이어 미아사거리역 동 측과 송중동 주민센터 인근 등 지난 4월 발표된 2차 선도사업 후보지에서도 철회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 미아사거리역 동 측 도심공공개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미아사거리역 비대위)는 지난 5월 개발 철회 요청서를 관할기관에 제출했으며, 송중동 주민센터 인근 도심공공개발 비대위(이하 송중동 비대위)도 철회 동의서를 징구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지금 아니면 다신 없을 기회…반드시 이뤄낼 것"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미아사거리역 동측에 이어 송중동 주민센터 인근 후보지를 마주할 수 있다. 

미아사거리역 동측에는 상가들이 즐비했으며, 송중동 주변에도 둘러싼 상가들이 시야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유독 상가가 많은 구역인 탓인지 주변에는 활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송중동 주민센터 인근 거리 사진. ⓒ 프라임경제


"송중동에도 염원이었던 재개발 기회가 찾아왔다. 이는 다신 못 올 기회다. 이미 재개발이 좌초된 아픔이 있는 만큼 공공 개발 추진에 있어 노력을 다할 것이다. 더군다나 낮은 사업성 때문에 민간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거주 여건 개선을 반드시 이뤄내고 싶다."

지난 18일 송중동 인근에서 만난 도심공공개발 찬성 주민위원회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사실 송중동은 주민 반대와 사업성 악화 등으로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이에 따라 결국 2015년 재개발 구역 해제를 겪는 등 사업에 있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런 연유 탓에 송중동 일대는 사업성이 더욱 악화되면서 무려 83%에 달하는 노후화를 피하지 못했다. 

송중동 주민센터 인근 구역이 도심공공주택복합개발사업 예정지구 지정을 위한 동의서를 걷고 있다. ⓒ 프라임경제


송중동 주민위원회 관계자는 "후보지 발표 3주 만에 15%에 가까운 동의서를 징구했으며, 지난 5월 관할기관에 동의서 전달식을 진행했다"라며 "현재도 많은 동의를 받고 있으며, 향후 이뤄질 설명회를 통해 본지구 지정 목표 동의율(67%)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당 구역들은 양호한 입지에도 불구, 역세권 대비 상대적 저밀·저이용으로 기능이 미약한 만큼 생활 여건이 낙후됐다"라며 "인근 역세권과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 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수한 입지에 공공개발 웬 말?

"우리는 공공아파트가 아닌 민간 명품아파트를 젊은이들이 가져가길 바란다. 송중동은 낙후되지도 사업성이 없는 지역도 아니다. 덜컥 도심공공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좋은 여건과 입지를 가진 땅을 공공아파트를 짓는다는 건 불합리하다."

다만 여타 다른 도심공공개발 후보지와 마찬가지로 송중동 주민센터 인근과 미아사거리역 동 측 역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실제 해당 지역은 도심공공개발 2차 후보지 선정 이후 이를 반대하는 비대위가 출범해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송중동 주민센터 인근 도심공공개발 비대위 사무실 입구. ⓒ 프라임경제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은 예정지구 지정 요건 주민 동의율(10%)을 확보하면 예비지구로 지정된다. 이후 1년 이내 본지구 지정 요건 주민 동의율(67%)을 충족할 경우 본격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단 예정지구로 지정되더라도 6개월 후 주민 50%가 사업을 반대한다면 지구 지정을 철회할 수도 있다. 

송중동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18일 기준) 사업 철회 요청 동의율을 25% 이상 확보, 향후 34% 이상 동의율을 충족해 관할기관에 우선 제출할 계획이다. 나아가 예정지구로 지정될시 관련법에 따라 50% 반대 동의율을 마련해 사업 철회를 이뤄낸다는 방침이다.

송중동 비대위 관계자는 "공급대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가 서울 도심에 부지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지역에 공공주택을 건설하려 한다"며 "하지만 2015년 당시 동의를 통해 재개발 구역이 해제됐을 정도로 주민 절반 이상은 재개발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주민들과의 협의도 없이 공공개발 후보지에 선정된 과정도 정당치 않고, 삶의 터전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 내놓는다는 점도 꺼림칙하다는 게 비대위 측 입장이다. 나아가 '래미안월곡'과 '꿈의숲롯데캐슬' 등 인근 브랜드 아파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다. 

송중동 주민은 "직접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 공공주택을 분양·임대하는 것"이라며 "LH 신뢰도와 함께 사업성 없는 공공주택에 어느 건설사가 입찰할지도 미지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삶에 만족, 공공이든 민간이든 개발 자체 반대"

"이곳은 초역세권이자 노른자 땅이다. 여기에 공공주택을 짓는 건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또 부유하지 않는 주민들에게 있어 입주는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분담금 등 이유로 쫓겨날 수도 있다. 우리는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개발을 저지하고 나설 것이다."  

공공개발에 대한 불만은 미아사거리역 동 측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도심공공개발 찬성 동의서를 일부 확보한 송중동과는 달리 현저히 낮은 동의율로 난항을 겪고 있다. 

미아사거리역 동측 민간재개발 추진 준비위원회 소식지(왼쪽)과 도심공공개발 철회 요청 동의서. ⓒ 프라임경제


미아사거리역 비대위에 따르면, 주민들은 지난 5월 도심공공개발 철회 요청 동의율을 34% 이상 확보해 관할기관에 제출할 정도로 공공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이 확고했다. 

미아사거리역 비대위 관계자는 "도심공공개발 찬성 동의율은 다른 구역에 비해 현저히 저조한 게 사실"이라며 "즉 주민들은 공공개발을 찬성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며, 이를 관할기관이 검토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는 단순 공공개발 반대가 아닌, 개발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민간개발 추진 움직임에 대한 반대 서명서도 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개발 반대 서명서를 징구하고 있으며, 이는 도심공공개발 철회 동의율과 유사 수치가 나올 것이다. 노령화가 높은 구역인 만큼 대부분 주민은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있기에 공공·민간개발 자체를 반대한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주민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후보지 선정이 문제의 큰 원인"이라며 "또 해당 구역 특성상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이 많아 민간재개발 추진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정부의 3080+대도시권 주택 공급 방안은 시장에서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차 후보지에서도 만만치 않은 반대 의견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과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성공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